올 한 해 한국사회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촛불 혁명’이 될 것 같다. 지난겨울 광화문광장과 전국 곳곳을 촛불로 밝힌 국민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며 국민주권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돌아보면 촛불 혁명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측근의 이익 추구나 생각이 다른 이 탄압 등에 사사로이 쓰면서 비롯됐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겠다”라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는 귀신에게 잡아먹히려고 숲으로 돌아간 왕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왕에게 한 구도자가 구걸하러 왔다. 사냥을 나가려던 왕은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는 궁전을 떠났다. 짐승을 쫓다 길을 잃은 왕은 귀신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다. 왕은 귀신에게 구도자와 만나기로 했다며 풀어주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궁전으로 돌아온 왕은 구도자에게 보시하고 태자에게 뒷일을 맡긴 뒤 귀신에게 돌아갔다. 왕의 신의에 감동한 귀신은 예로써 사과하고 해치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개인이든 단체든, 누군가와 끊임없이 약속을 주고받는다.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과 한 사사로운 약속도, 불·보살 앞에서 세운 숭고한 서원도 모두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약속은 본질적으로 남에게 하는 다짐이 아니다. 상대가 누구든 내가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이다.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한 해를 맞이하며 세운 나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또 수많은 사람과 한 약속을 잘 실천했는지 점검하고 돌아볼 때이다. 그러한 점검은 나를 다잡아 바로 세우는 버팀목이자,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이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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