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미첼(David Mitchell)의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문학동네)는 2권 분량의 SF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소설의 제재도, 주제도 윤회사상이다. 여러 사람의 삶이 업(業)에 따라서 윤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업에 따른 인과가 연속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소설의 서사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순차적 진행을 따르지 않는다. 과거의 인과는 현재의 만남과 이별 속에서 그려지고, 현재의 인과는 미래의 만남과 이별을 담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작품에는 총 6개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19세기 뉴질랜드에서 고향 돌아가는 선량한 공증인 ‘애덤의 일지’, 1930년대 벨기에의 고성에서 펼쳐지는 방탕하지만 천재적인 젊은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의 ‘제델헴에서 온 편지’, 1970년대 미국에서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루이자 레이의 모험담 ‘반감기-첫 번째 루이자 미스터리’, 21세기 초 한 작가의 이야기인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 미래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복제인간의 이야기인 ‘손미 - 451의 오리즌’, 머나먼 미래의 양치기 이야기인 ‘슬로샤 모든 일이 지나간 후’ 등 여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앞서 다섯 개의 이야기는 차례대로 펼쳐지나 끝을 맺지 못한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앞서 다섯 개의 이야기가 결론을 맺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들은 마치 계주를 하듯 다른 주인공을 통해서 전달된다. 프로비셔는 어윙의 일지를 침대 밑에서 발견하고, 티머시 캐번디시는 투고작으로 들어온 이야기를 통해서 읽게 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소설의 서사는 대칭구조를 이루며, 첫 번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서 수미쌍관(首尾雙關)을 이룬다. 이야기 진행 순서를 도식화하면 1-2-3-4-5-6-5-4-3-2-1이 되는데, 이러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소설의 제목인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는 '구름 지도'라는 뜻으로 ‘제델헴에서 온 편지’에서 로버트 프로비셔가 혼신을 다해 작곡한 곡명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부제는 ‘서로 겹치는 독주자들을 위한 육중주’이다.

이 작품의 구성은 1500여 년 동안 펼쳐지는 여섯 개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교차로 진행되고 있다. 흡사 모자이크 기법의 회화처럼 각기 다른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여섯 개의 이야기 조각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퍼즐게임의 즐거움보다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바로 주제의식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삶은 시공을 초월해 연결돼 있으며, 그 삶의 양태는 반복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그 주제가 연기사상에서 자비사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 앞에 놓인 운명에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간다. 누구는 흑인과의 우정을 통해서 노예제에 반대하고, 누구는 인류와의 사랑을 통해서 클론임에도 혁명가가 되고, 누구는 마음 속 연인을 그리면서 ‘클라우드 아릍라스 6중주’를 작곡한다. 주인공들은 관계 속에서 사랑(혹은 자비)을 마음에 발아(發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 놓인 마음의 벽을 허무는 순간,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견이지만, 여섯 개의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작곡하는 작곡가 이야기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몽환적인 선율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에 여섯 개의 이야기가 모두 녹아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의상대사의 법성게의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처럼.

유응오 | 소설가, 전 주간불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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