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옹 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 학술대회 모습.

“백일법문은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현대불교를 열어가는 사상적 근간이 되었다.”

한국 현대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봉암사 결사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봉암사 결사와 첫 종합 수행도량인 해인총림 개설을 주도한 퇴옹 성철(1912~1993) 스님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은 11월 17일 오전 10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퇴옹 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주제로 ‘봉암사 결사 70주년·해인총림 5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서재영 박사(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제 발표 ‘근·현대 불교에서 퇴옹 성철의 역할과 백일법문의 위치’에서 성철 스님이 1967년 12월 4일부터 이듬해 2월 18일까지 대중을 상대로 설법한 백일법문(百日法門)이 한국불교 근·현대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명했다.

서 박사는 우선 백일법문의 계기가 된 해인총림 설립이 정화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승단의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정화불교는 근대적 유산을 지우기 위한 탈근대적 운동이자 왜색불교를 청산하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이다.

개항 이후 조선불교는 일본불교를 모델로 산중불교를 청산하고 도시불교, 대중불교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그런 불교중흥의 꿈은 일제 강점과 식민지 종교정책에 맞물리면서 한국불교의 정체성 훼손과 왜색불교 덧칠로 귀결된다. 결국 해방 뒤 근대불교는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화의 정당성을 천명하고, 승단 체계를 바로잡는 물적 토대로 설립한 것이 해인총림이라는 것이다.

서 박사는 이어 “해인총림 설립이 정화를 통해 만들어갈 비구 종단의 차별성과 현대불교의 비전을 제시하는 물적 토대였다면, 백일법문은 시대적 사명에 대한 응답”이라고 지적했다.

해인총림 설립으로 교육과 수행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한 것에서 나아가 백일법문으로 출가 정신 고양, 바람직한 승가상 제시, 간화선 수행과 깨달음 지상주의 천명, 돈오돈수라는 구경각 지향 등 현대불교의 사상적 근간을 세웠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해인총림은 정화를 통해 달성한 현대불교의 최대 성과였고, 백일법문은 해인총림이라는 그릇에 사상적 내용과 방향을 채웠다”며, “백일법문은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한국불교를 열어가는 데 있어 사상적 근간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서 박사는 또 “백일법문은 방대한 경론을 종합해 전체 불교사상을 중도사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 시대적 요청으로 탄생한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저작”이라고 지적하고, “성철 스님은 백일에 걸친 장광설을 통해 현대불교가 견지해야 할 승가상을 제시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 이종수 순천대 교수가 ‘봉암사 결사의 배경과 불교사적 의의’를,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해인총림 결성의 배경과 현재적 의의’를, 박인석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퇴옹 성철의 선 문헌 번역 사업의 내용과 의의’를, 최원섭 동국대 강사가 ‘퇴옹 성철의 대중포교 내용과 불교사적 의의’를, 변희욱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원 연구원이 ‘성철의 교외별전 - 성철의 거짓말에 속아야 할까, 속지 말아야 할까’를 각각 주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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