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7일 조계종 원로회의가 신임 의장을 선출한다.

조계종 종헌에 보면 종정의 경우 “본종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고 되어 있고, 중앙종회는 “본종은 입법기구로서 중앙종회를 둔다.”고 되어 있으며, 총무원장은 “본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원로회의는 그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자격 규정과 선출 규정, 권한 규정만 있다.

조계종 원로회의가 종헌에서 종정 조항 다음에 나오는 것을 보면, 원로회의 조항 다음에 나오는 중앙종회나 총무원 보다 상위의 기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원로회의의 성격규정 조항이 없이 자격 규정과 선출 규정, 권한 규정만 있는 것은 종단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쥐고 있는 총무원장이나, 입법권, 감사권을 가지고 있는 중앙종회에 비해 그 위상이 격하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원로회의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혜명을 면면이 이어 온 조계종단을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한다면, 종헌이나 원로회의법에 자격조건을 언급하기 전에, 원로회의가 “조계종의 청정수행가풍을 이어가는 최고 의결기구”라는 위상과 성격 규정을 넣는 개정을 하여, 명실공히 종단의 최고 어른들이 모인 대중공의 기관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조계종 종도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 불자와 국민들도 원로회의에 기대하는 바는 크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월 18일 현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의 인준 과정에서 7명의 원로의원 스님들이 총무원장 당선자의 학력 위조와 개인 재산 축적, 그리고 은처자 문제를 거론하며 수행승풍과 관련한 거센 논쟁을 벌이고 반대표를 던진 것은, 조계종의 청정수행가풍을 이어가는 최고의결기구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은 승랍이 45년 이상 된 대종사 스님들이다. 평생을 수행정진하신 분들로서, 사부대중에게 존경과 예경을 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번 원로회의 의장 선출만 보더라도, 의장으로 나오신 스님들이 평생을 어떻게 살아오셨고, 중생구제를 위하여 어떻게 수행을 하셨는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전·현직 총무원장과의 관계나 지지 계파가 어디인가만을 거론하며 유·불리를 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으로 모든 조계종 종도와 사부대중이 존경하는 원로 스님이라면, 전·현직 총무원장과의 친소 관계나, 계파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른으로 모시는 초대계석(招待繼席)의 아름다운 불가 전통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원로회의 의장이나 종정, 총무원장, 종회의원, 본말사 주지는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명예나 이권이 아니라, 부처님 정법이 바르게,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원로회의는 우선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불법을 자행한 종단 고위층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해야 하며, 위법한 사항이 드러날 경우 징계를 요청해야 한다. 지난 8년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인 선학원 불법 탈취 시도, 동국대 총장 선거 개입, 용주사 주지 문제, 적광 스님 납치 폭행, 언론 탄압, 정교유착 의혹, 도박, 은처, 돈봉투 선거 등은 조계종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총무원 집행부에 요구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되는 원로회의 의장 스님이, 부처님 가르침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여 불교와 종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부대중과 일반 시민들에게 종단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일부 권승들의 파계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종단의 기강을 바로잡아 700만 불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청정수행종단을 만들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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