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 정반왕(淨飯王)1)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염불(念佛)2)의 공덕은 그 모양이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 부왕(父王)에게 말씀하셨다. “40유순(由旬)3) 평방이나 되는 이란(伊蘭)4) 숲속에 한 그루의 우두전단(牛頭栴檀)5)이 있다고 할 때, 그 싹이 흙에서 아직 나오지 않았으면 이란의 숲은 악취로 가득하여 향기라곤 없을 것이고, 그 꽃이나 열매를 먹는 자는 발광한 끝에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후일에 전단 싹이 점점 자라나 의젓한 나무를 이루면 향기가 대단해서 마침내 이 숲을 변화시켜 온통 향기롭게 하여 보는 사람은 누구나 놀라운 마음을 금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온갖 중생이 윤회 속에 있으면서 염불하는 마음도 이와 같으니, 오로지 계념(繫念)6)하여 그치지 않으면 필시 부처님 앞에 태어나고, 한 번 왕생(往生)7)하고 나면 모든 악을 고쳐 대자비를 이룸이 저 향기로운 나무가 이란 숲을 고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

386. 미란왕(彌蘭王)8)이 나한(羅漢)9), 나선비구(那先比丘)10)에게 물었다. “세상에 있으면서 백년이나 악(惡)을 행한 사람이라도 임종 때 염불하면 죽은 후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말씀을 믿지 않습니다. 또 한 번만 살생(殺生)을 해도 죽어서 니리(泥犂)11)에 떨어진다 하셨는데, 이것도 믿지 않습니다.” 나선비구가 왕에게 물었다. “사람이 조약돌을 들어 물 위에 놓으면 뜨겠습니까, 가라앉겠습니까?” “물론 가라앉습니다.” “그러면 백 개의 암석을 가져다가 배 위에 놓을 경우, 그 배가 가라앉겠습니까, 어떻습니까?” “가라앉지 않습니다.” “배에 실린 백 개의 암석이 배에 있으면서 가라앉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비록 큰 죄를 지었지만 한 번의 염불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어찌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또 작은 돌이 가라앉는다함은 사람이 악을 범하고 불경(佛經)을 알지 못하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이 또한 어찌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

387.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무수한 문(門)12)이 있다. 마치 세상의 길에 험난한 길, 쉬운 길이 있어서 육로(陸路)를 걷기는 어렵고 수로(水路)를 배로 가면 쉬운 것과 같이, 보살의 길에도 근행정진(勤行精進)13)이 있는가 하면, 신방편(信方便)14)의 이행도(易行道)15)를 통해 불퇴위(不退位)16)에 속히 이르는 방법도 있다. 만약 불퇴전지(不退轉地)17)에 속히 이르고 싶거든,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이름을 불러 받들어야 한다. - 십주비파사론(十住毘婆娑論)

388. “십불(十佛)18)의 이름을 듣고 마음에 새겨 지니면 무상(無上)19)의 깨달음에서 퇴전(退轉)치 않은 것과 같이, 불퇴전(不退轉)을 얻게 하는 다른 부처님의 이름이 있는가?”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오로지 하여 염(念)한다면, 역시 불퇴전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자세히 설명하면, 무량수불, 세자재왕불, 사자의불, 보덕불, 상덕불, 전단향불, 무외명불, 향정불, 보현불, 보상불 등 백 여 세존께서는 시방(十方)의 청정세계에서 모두 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르며 억념(憶念)20)하고 계시다. 그 부처님의 본원(本願)에 “만약 사람이 나를 염(念)하여 스스로 귀의(歸依)해 오면, 반드시 정(定)21)에 들어 무상의 보리를 얻게 하리라” 하신 까닭에, 다 아미타불을 억념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있어서 이 부처님의 무량한 힘의 공덕을 염하면, 곧 정(定)에 반드시 들어가게 될 것이다. - 십주비파사론(十住毘婆娑論)

주) -----
1) 석가모니의 아버지로 중인도 카필라국의 왕.
2) 부처님을 마음 속에 생각하는 것. 부처님의 공덕이나 모습을 마음으로 염(念)하는 것.
3) 유순(由旬): yjana의 음역. 인도 거리의 단위로 약 8㎞
4) 이란(伊蘭): eranda의 음역. 식물의 이름으로 아주까리에 속하는 일종.
5) 적단(赤壇)이라고도 하며 향나무의 일종.
6) 한곳에 생각을 집중하고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
7)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는 것. 윤회.
8) 기원전 2세기 후반 인도에 침입하여 통치한 그리스 계통의 왕.
9) 소승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
10) 기원전 2세기 전생의 숙원(宿願)으로 출가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비구.
11) 니리(泥犂): niraya의 음역으로 지옥.
12) 가르침의 방법
13) 열심히 힘써 나아가는 것.
14) 신심(信心)의 방편.
15) 가기 쉬운 길. 부처님을 믿는다고 하는 용이한 수행.
16) 다시는 물러서는 일이 없는 깨달음의 단계.
17) 다시 물러서는 일이 없는 위(位). 후퇴하지 않는 위.
18) 수행이 완성된 뒤 얻은 부처님의 경계를 열 가지로 나눔. 정각불, 원불, 업보불, 주지불, 화불(化佛), 법계불, 심불(心佛), 삼매불, 성불(性佛), 여의불(如意佛).
19) 최고의 지고(至高)
20) 마음으로 생각하여 간직함.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
21) 조용한 명상. 마음의 안정.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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