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적폐 청산 촛불법회’를 공동 주최한 청정승가공동체구현과종단개혁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10월 30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 기룬에서 ‘촛불법회 평가와 불교개혁의 진로를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박병기 정의평화불교연대(이하 정평불) 공동대표의 사회로 이도흠 정평불 상임대표,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이하 재가연대) 공동대표, 총무원장직선실현대중공사 허정 스님, 단식 정진한 비구니 선광 스님이 ‘마중물 발표’를 하고, 참여 대중 전체가 자유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은 향후 운동의 구체성을 논의하기보다 큰 틀에서의 새로 구성될 조직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집행부가 활동에 참여한 현장 대중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범계승 총무원장 시대 4년 연장”

이도흠 정평불 상임대표는 ‘종단 개혁 운동 이후 불교 운동의 길’에서 설정 총무원장 체제에 대해 “‘범계승 총무원장 시대 4년 연장’ 외에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상임대표는 조계종 적폐 청산 운동에 대해 “불교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낀 재가불자들이 언제든 저항 행위로 나서고, 또 표출될 잠재성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또 “승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한 점, 조계종 적폐와 자승 총무원장·설정 스님의 범계 행위를 대중언론과 정치권에 확실히 전달한 점, 1인 시위 철야정진, 비구니 스님 연대까지 이루어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상임대표는 “불자결집대회에서 최대한 결집해 운동의 변곡점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연석회의 일부 스님과 일부 재가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점은 성찰과제”라고 지적하고 ‘새로운 시민사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 상임대표는 이어 “모든 적폐의 청산, 성찰과 쇄신은 진실의 조사와 공표로부터 시작한다”면서 “신뢰받는 출가자와 재가자 공동으로 ‘(가칭) 청정승가 정립을 위한 적폐 및 범계 행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진실을 조사해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재가불자 중심의 새로운 불교운동’을 제안하고, 운동의 목표를 재가불자 공동체 구축으로 설정했다.

“종교계 첫 아래로부터의 변혁운동”

김형남 재가연대 공동대표는 현재를 “한국불교에 대한 기대가 소멸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적폐 청산 운동 과정에서 고립된 섬 조계종단, 무기력해진 승려, 오염된 바다에서 진주를 구하는 재가운동”으로 요약했다.

김 공동대표는 “조계종단을 통합종단으로 형성시킨 그 힘이 조계종단을 다시 쇄락의 길로 내몰았다.”면서 “폭력이 난무했던 정화의 권위로 성립된 조계종단은 봉건적 지배질서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었고, 봉건적 지배질서와 권력, 금권에 의해 모순이 급속도로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어 “과거 개혁세력으로 불린 일부 승려들은 이들을 조장하는 데 일조하면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상실했고 현재 진정한 개혁세력이라 불릴 이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일반 스님들은 자신을 대변할 사람도 없고, 징계 위협과 문중과 사찰에서 배제될 염려 때문에 아무런 말과 행동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출가자들은 고립된 섬에 갇힌 무기력한 주민이 되었고, 수행하는 승려들은 기득권 세력에 완전히 사로잡힌 조계종을 포장하는 역할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재가자들의 자정운동은 완전히 오염된 바다에서 진주를 구하는 것처럼, 건질 것도 없고 제도를 움켜진 기득권 세력이 그 얘기를 들을 리도 없어서 오로지 자기 정당성에 의해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운동과 조계종 적폐 청산 운동을 “종교계 최초로 기득권들의 개입 없이 아래로부터 변혁을 추구한 운동”이라 평가하고, “불자와 불교를 사랑하는 국민까지 참여해 광범위하게 진행돼 일부 승려들의 갑질에 분노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현재 과제 중 종교과제를 추출해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부대중 전체와 출·재가자별 조직 정비 △자승 종권 8년의 정치 과잉 현상 중단 △국고 보조금 등 예산 감시 △교단내 불법적 돈 흐름 감시 및 차단 △불교 내부 자정이 사회적 자정과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에 기여 △현재의 종단 기득권 세력의 민낯 드러냄 등을 과제로 삼아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대안언론 후원 운동 펼치자”

허정 스님은 ‘촛불법회 평가와 과제’에서 “연인원 2만 명이 참여한 촛불법회는 종단이 소수의 기득권 적폐세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감을 보여주었다.”며 “연석회의와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출범해 출가와 재가, 불자와 시민이 단결하는 신선한 경험을 했고, 1인 릴레이 시위, 단식정진, 홍보차량 운행, 일간지 광고 등 각자가 할 일을 충분히 했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스님은 또 “촛불대중이 나선 이유는 ‘싸워서 이기겠다’는 자심감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라며 “불자로서 살기가 부끄럽다는 양심의 발로였다”고 분석했다.

허정 스님은 새로운 승가모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수행 지향의 성격과 제도권과의 관계 속에서 크고 무거운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 또한 활동의 한계가 발견된 만큼 수좌 스님들 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교육과 계율을 연찬하는 강사와 율사 등 각계 각층의 스님들이 폭 넓게 참여하는 승가 모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운동이 현재 불교를 중흥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적폐 청산의 지름길”이라며 “직선제를 비롯해 선거제도 전반을 개혁함으로써 대중의 참정권을 확대하고 종단 운영의 대중공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언론의 공정성 회복과 사이비 언론 퇴출도 주문했다. “공정하게 보도해 정법언론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등 대안언론을 살리는 후원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바른 언론을 지켜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종단을 살리는 불사”라고 말했다.

“직선제·적폐청산운동 초심 회복해야”

비구니 선광 스님은 총무원장직선제대중공사 공식 블로그에 나타난 글의 흐름을 쫓으면서 ‘촛불법회 평가와 과제’를 이야기했다.

선광 스님은 “수구언론의 비난과 호법부의 징계 위협이 있었지만 침묵을 깨고 떨쳐 일어났다는 것은 불자들이 무관심과 패배주의를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부당하고 비불교적인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아쉬운 것은 전국선원수좌회 차원의 승려대회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비구니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전국비구니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적폐 청산 주장은 종단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광 스님은 △활동가들의 개성을 잘 조화시키고 조직의 유연성을 익혀야 함 △재정의 평등한 분배와 대중공의의 공동체가 되도록 출·재가 개혁운동 지속 △전열 정비와 활동가 양성 △직선제 운동과 적폐청산 운동 초심 회복 및 역량 강화 등을 향후 과제로 주문했다.

※ 이 글은 본지 제휴 매체인 <불교닷컴에> 기사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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