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서원터에서 발굴된 혜거국사비편과 탁본. <사진=문화재청>

그동안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에 탁본 일부만 전해지던 ‘영국사 헤거국사비(慧炬國師碑)’ 일부가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가 지난 6월부터 발굴조사하고 있는 서울 도봉서원터 현장에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도봉서원터에서 길이 62㎝, 폭 52㎝, 두께 20㎝ 크기의 헤거국사비 실물을 발견했다”고 10월 27일 밝혔다. 영국사터와 혜거국사비는 10월 27일 현장 설명회에서 공개됐다.

헤거국사비편 발견으로 영국사의 정확한 위치와 건립 시기, 동명이인과 혼동됐던 헤거 국사의 법명을 정확히 알게 됐다.

발견된 비편에는 모두 281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중 256자를 해독할 수 있다. 이중에는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라는 명문이 있는데, 이것으로 혜거국사비가 있던 곳이 충북 영동 영국사가 아니라 도봉서원을 세운 영국사터임을 확인하게 됐다. 또 고려시대 하층 유구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와와 건물지 기단이 확인돼 영국사가 늦어도 통일신라시대에는 창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사 혜거(慧炬) 국사와 고려 최초의 국사였던 갈양사 헤거(惠居) 국사가 동명이인임도 명문을 통해 명확히 밝혀졌다.

헤거 국사는 10세기 경 법안종을 고려에 처음으로 전파한 승려로 추정된다. 헤거 국사는 중국 법안종의 초조 법안 문익(法眼 文益, 885~958) 스님의 제자이며 적연 국사 영준(寂然國師 英俊, 932~1014) 스님의 스승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는 국왕이 유학 중인 스님에게 사신을 보내어 왕사(王師)의 예로 맞았으며, 위봉루에서 설법했다고 기록돼 있다.

도봉서원은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 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선조 6년(1573) 옛 영국사(寧國寺)의 터에 창건됐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선조 41년(1608) 중건된 후 고종 8년(1871)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

불교문화재연구원은 도봉서원터를 2011년부터 3년간 발굴조사해 도봉서원을 세우면서 옛 영국사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고려시대 금동제 금강저와 금강령 등 청동불교용구 77점을 발굴했으며, 영국사를 중수할 때 효령대군이 대시주였음을 기록한 명문기와도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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