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천수경 불교다”라는 말이 무리가 아닐 만큼, 『천수경』이 한국불교 신행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경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천수경』을 의례의 주요 핵심으로 삼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재적 상황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 파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다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 소개된 수많은 불교경전 가운데 『천수경』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거의 모든 한국 사찰의 불교 의식(儀式)에서 독송되는 경전도 없다.
한국 불교인들과 가장 친숙한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천수경』은 불교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는 물론, 오랜 연륜이 쌓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불교공부를 하는 동안 내내 독송하는 경전이다. 특히 『천수경』 속의 진언이나 다라니는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 불교의 밀교적 신앙 형태를 아주 잘 반영해 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천수경』은 대승불교를 수용하고 있는 한국불교에서 불자들의 신앙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경전으로 교리적인 면보다는 신앙적인 색채가 짙은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천수경』의 본래 이름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리니경(千手千眼觀自在菩薩廣大圓滿無碍大悲心大陀羅尼經)』이나 줄여서 보통 ‘천수경’이라고 부르며, 관세음보살의 사상을 담고 있다.
현행본 천수경의 편집은 지례(知禮)의 『천수안대비심주행법』의 영향 하에, 1659년의 『석문가례(釋門家禮)』 및 1882년의 『승가일용집(僧伽日用集)』을 거쳐 만들어지게 되었는바, 현행본 『천수경』의 성립은 채 100년도 못된다.1)
1575년의 『염불작법(念佛作法)』 간행 이후 1881년의 『고왕관세음천수다라니경(高王觀世音千手陀羅尼經)』 및 1932년의 『조석지송』과 1935년의 『석문의범(釋門儀範)』을 거쳐 현행 『천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그 성립은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2)
『천수경』의 전래에 관련된 기록으로서 의상(義湘)의 『백화도량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을 통해 최초로 『천수경』을 한국에 유입한 인물이 의상(義湘)일 거라는 언급3) 이후 의상의 『투사례(投師禮)』 가운데 대비주(大悲呪)가 수용되어 있다’4)는 김호성의 발견은 『천수경』의 최초 전래에 관한 연구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천수경』에는 밀교·화엄·정토·천태법화·선 등의 요소가 결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 홍윤식은 “한국불교의 전통적 성격을 보면 다양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이를 흔히 통불교적 성격이라 하는데, 통불교란 종파불교에 대한 종합적인 불교란 의미보다는 여러 종파적 요소를 모두 함께 지닌 불교란 뜻으로 해석되어지는 것이다”는 언급과 함께 신앙적 측면에서 화엄(華嚴) 및 법화(法華)· 정토·미륵·밀교·약사·관음신앙 등의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있음을 말한 바 있다.5)
이러한 언급을 의거해 생각해 볼 때 현행 『천수경』은 원래 『천수경』 경전의 밀교적 규범에 화엄 및 정토·천태법화·선의 요소가 결합되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 모두는 관음신앙이라는 특정적 신앙 형태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불교의 주된 신앙 의궤서로서 자리 잡고 있는 현행 『천수경』은 전래의 미륵신앙 및 약사신앙을 제외한 기존 전체의 신앙적 모습을 포괄해 담고 있는 종합 신앙적 경전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송주(誦呪:조석송주 즉 천수경을 말함)의 주된 사상은 물론 밀교겠지만 정토, 화엄, 선, 남산(南山) 등 제종의 사상이 골고루 들어 있어 그야말로 종합적인 읽을거리를 형성하고 있다.6)
『천수경』이란 현재 한국불교의 신앙의례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신앙적 유형을 밝혀내는 작업은 한국불교 신앙의례에 대한 주요한 관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신앙의례 배후에 내재해 있는 한국불교 신앙상의 특징에 대한 고찰을 용이하게 하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효율적인 매체가 될 것이며, 현행 한국 불교 신행(의례)에 대한 주요한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나아가 여타 세계 종교전통의 의례와 비교를 통한 거시적 관점에서 불교 의례의 조망은 보다 입체적으로 한국불교 신행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천수경』이 한국불교의 신행 의례에 있어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시도되지 않았다. 이는 현 한국불교 신행(의례)의 정체성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강은애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상임연구원, omukt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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