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행위에는 윤리가 존재한다. 경제윤리의 근본은 분배에 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수행자들에겐 “일체의 생산 활동을 하지 말라”고 주문하셨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출가 수행자가 노동이나 생산 행위에 종사함으로써 물질적 욕구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가자들에겐 올바른 직업윤리로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권장하셨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는 ‘지혜롭게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매우 부유해서 재산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오랜 기간 부지런히 재산을 모았고, 또 모은 재산은 선행을 하는데 썼으므로 사람들의 신망도 높았다. 이 장자는 자기가 지닌 재산을 넷으로 나누어 하나는 이자를 늘려 가업을 풍족하게 했고, 하나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했다. 또 고아와 의지할 데 없는 노인에게 주어 내세의 복을 닦았으며, 친척과 오가는 나그네를 구제하는데 썼다. 이같이 넷으로 나누어 장자는 대를 이어가며 가업으로 삼으니 재산은 날로 풍족해졌다. 경은 이를 일러 “지혜로운 자는 재물을 모으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재물을 모아서 자기를 위해서 쓸 줄도 모르고 남에게 나눠줄 줄도 모른다.”고 했다.

부처님은 재가자의 경제행위와 관련해 초기경전인 《아함경》에서 4분법(四分法)을 말씀하셨다. 즉 경제윤리를 엄중히 지켜 만들어 낸 수입을 나눠 4분의 1은 생계비로, 4분의 1은 생산비로, 4분의 1은 자기 또는 타인의 빈궁에 대비해 저축하며, 4분의 1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거두라는 내용이다.

불교에선 이와 더불어 건강한 경제생활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소욕지족(小欲知足)하라고 강조한다. 소욕지족은 내핍경제의 근본에 해당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소유욕과 과시욕은 허황된 소비를 부추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실용성을 앞세워 경승용차를 선호하는 선진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승용차 보유율이 4.9%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가 40.3%, 프랑스가 38.6%, 영국과 일본이 2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채 5%도 안 된다. 경승용차에 대해 등록세를 60% 인하하고, 1가구 2차량의 중과세를 면제하며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소욕지족의 정신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경제행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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