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선거법 제13조는 피선거권에 대한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승납 30년, 연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로 규정하고 일정 기간 교역직 소임을 의무화 하고 있다.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교구본사 주지 4년 이상 재직 경력,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 2년 이상 재직 경력 등) 이는 종무행정과 종헌과 종법에 대한 이해도 등을 감안해서 정한 규정이라 생각된다.

총무원장이 법 준수의 의지와 법에 대한 이해도가 빈약한 상태에서 원장직을 수행한다면 파행과 혼란이 예상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불교와 종단 그리고 스님들의 몫이 된다.

이번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금품 제공 문제가 특히 예민하게 대두되고 있다. 관련 법조항을 살펴보면, 선거법 제36조 제3항 4호에 ‘일체의 금품 및 재산상의 이익 제공 행위’를 금지 조항으로 하고 있고, 제38조에서는 단독 조항으로 ‘본 법의 각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선거일 기준 1년 이내에 일체의 금전·물품·여비·향응 등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제공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법 제38조를 완벽하게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아픈 도반이나 반드시 사정이 있어서 도와줘야 하는 스님이 있다면 일정금액을 제공해 줄 수도 있으니 이러한 일이 알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요, 시비가 될 수도 없다. 이 법조항의 취지나 적용은 계획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루어 졌는지 여부와 제공범위와 다양성 그리고 객관적으로 의도성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면 그리로 마음이 쏠리게 되고 온정적이 되어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고 허물도 감싸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적 구성의 범위가 그렇게 크지 않고 문중 중심의 계파 의식이 강한 승가사회에서 이러한 일들은 빠르게 전파된다. 그로인해 금전, 물품, 여비나 향응을 제공한 자가 선거에 나선다면 적지 않은 이익을 예상할 수 있다.

선거법이 제36조와 제38조 두 조항에 걸쳐서 금권서거를 적시한 것은 그 취지가 엄중함을 의미한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준법정신이 강하고 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누구든 인맥과 금권에 천착하게 된다면 공정성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게되기 때문이다. 총무원장직에 도전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선거법의 탐독이 아닌가 한다.

우리 종단의 이른바 ‘적폐’는 종헌과 종법을 가벼이 여기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유야무야 혹은 제 식구 감싸기로 넘어가버린 데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일부 본사주지 선거에서 호계와 호법에 관한 일들이 무시로 벌어지고 석연찮게 처리된 것은 모두 종법을 무시하고 함부로 한 결과다. 종단과 지도자급들의 철저한 준법정신이 요구된다.

종단의 정서상 총무원장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며 일대 도전이다.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두려워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