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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교의 희망을 말한다
2017년 09월 20일 (수) 08:23:45 박병기 buddhismjournal@daum.net
“불교가 무너지면
한국 정신세계가 무너져”
조계종 무능에도 불구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요즘은 도심에 주로 머물게 되면서 땅이 아닌 아스팔트를 밟거나 자동차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우주공간에서는 발을 땅에 닿게 하는 일 자체
   
가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땅으로 상징되는 먹을거리와 잠자리, 다른 사람과의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절박하면서도 대체로 명료하지 않고, 그 양이나 질에서도 확고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다. 어느 정도 돈을 갖고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을지, 어떤 집에서 살아야 편안할 수 있는지를 말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인간관계는 더 그렇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늘 돈과 관계에 얽매이며 지쳐가거나, 거꾸로 그 모든 것들로부터의 자유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열망으로 간직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넘어진 그 땅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가르침을 몸과 마음을 다해 전하고자 했던 지눌 스님의 음성이 더 크게 다가선다.

학문으로 불교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 불교에 대한 여러 소회가 번갈아 다가왔지만, 요즘처럼 어지럽고 고통스런 느낌으로 다가올 때는 많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절집이나 스님들을 접하면서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듣곤 했지만, 그땐 외부자여서인지 그렇게 마음을 건드리며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저 저들의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조계종단 집행부 구성원이나 오롯하게 수행의 길을 가고자 하는 수좌스님을 떠올릴 때 늘 일정한 마음의 흔들림을 경험하곤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을 포함하는 재가공동체 구성원들을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다.

벌써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온 우리 불교는 어느 스님 표현처럼 오래된 고목인지도 모른다. 고목에는 썩은 가지도 있고 패인 구멍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목이 고목이려면 새싹이 계속해서 돋아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무는 죽어가는 나무일 뿐 고목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불교에 새싹이 계속해서 돋아나고 있는가?

자신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찾아드는 사람들이나, 급격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결단으로 출가를 감행하는 출가자들이 그 새싹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불교라는 고목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판단할 만하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이 분들이 헌신할 만한 진리가 여전히 풍부하게 담겨있고, 우리 불교사 속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아직 희망을 지니고 있을 만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분들의 희망과 열망의 싹을 현재 우리 불교계가 감당할 만한 능력과 여건을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 벌써 10여 년 전 조계종이 돈에 포섭되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외친 한 스님의 절망을 이제는 거둬들일 수 있게 되었는가?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명박근혜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조계종단의 행태는 더 노골적으로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불교의 희망을 놓지 못한다. 거룩한 부처님의 진리가 있고 그 진리를 자신의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재가와 출가의 수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주 범불교도대회에 나와 ‘불교가 무너지면 한국의 정신세계가 무너진다.’고 격려해주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 말씀처럼, 우리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도 그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사부대중공동체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그 희망의 불씨이고, 그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마음을 모으고 하나씩이라도 행동에 옮겨야만 하는 때이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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