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는 시 구절처럼, 자신이 살아온 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내 삶을 돌아보려는 것보다 후학들에게 길을 열어 보이고 바른 길로 이끌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나라 선학을 개척한 전 동국대 교수 인환 스님(재단법인 선학원 고문, 조계종 원로의원)이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을 펴냈다. 자신의 삶과 수행, 선학에 대한 경험을 후학들을 위해 회향하려는 마음에서다.

회고록은 스님이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27차례 구술한 것을 녹취하고 윤문·편집한 결과물이다.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 상권에 △삶과 수행을 되돌아보며 △내 고향 원산 △행자 시절 △강원 시절 △운수납자 시절 △불교사전 편찬 △학업 시절 △유학 시절을, 하권에 △박사논문 쓰기 △해외포교 △세계 일주 △교수 시절 △포교·회향을 담았다. 또 △석암 노사의 율신과 원행 △신문·잡지 원고 △연보 △저서 및 논문 목록을 하권에 함께 수록했다.

스님은 일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일본 유학시절을 꼽았다. 1966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스님은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재일교포 가정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한국 파견 일본 기업 직원을 교육시키는 등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한 스님은 1970년 고마자와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하지만 곧 시련이 닥쳤다. 박사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일본 출입국관리소가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며 출국을 종용한 것이다. “박사 과정을 한 번 더 다니면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지인의 묘안을 따르기로 한 스님은 도쿄대에 응시해 합격했다.

스님은 회고록 머리말에서 “나는 출가 이래로 간단없이 꾸준히 참선정진하였고, 일생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참선정진의 맛과 멋을 알게 하는 인연을 펼쳐왔다.”며, “이제 이 생애 끝 무렵의 회향에 조용히 참선삼매에 들고나면서 나의 상락아정(常樂我淨)을 수용하면서 적적요요(寂寂寥寥)한 청정본연(淸淨本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회고록과 함께 《선리참구》, 《증도가》도 출간했다. 《선리참구》는 조사 스님들의 선문답, 법문, 어록 등에서 대표적인 내용을 가려 선리 연구 성과를 곁들여 설명한 것을 선학원이 발행하는 <월간 선원>에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연재한 것이고, 《증도가》는 젊은 세대도 쉽게 이해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게송을 우리 말 시 형식으로 풀어 <월간 선원>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재한 것을 묶은 것이다. 이미 출판된 것을 새롭게 편집해 펴냈다.

스님은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과 《선리참구》, 《증도가》는 시중에 판매하지 않고 모두 법보시 공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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