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범불교대회에는 사부대중 3000여 명이 참여했다.<사진=9ㆍ14범불교도대회 공동취재단>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대회장 청화ㆍ원인 스님)가 14일 사부대중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계사 앞 우정공원에서 원만 회향했다. 공동취재단을 구성했던 기자들이 15일 한자리에 모여 9ㆍ14범불교도대회 준비과정과 뒷이야기, 대회 의의와 과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방담에는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 서현욱 불교닷컴 기자, 조동섭 불교닷컴 기자, 여수령 불교포커스 기자, 김정현 불교포커스 기자, 이창윤 불교저널 기자가 참석했다. [편집자 주]

9ㆍ14범불교대회는 준비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특히 조계종은 갖은 방법으로 불자들의 대회 참여를 저지했다

김정현 | 조계종 직할교구사무처는 스님들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최근 타종교 등 외부 세력을 포함하여 종단에서 징계를 받은 징계자들이 주도하여 종단을 적폐라고 규정하며 종단의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반종단 세력이 주최하는 14일 집회는 종단의 종헌·종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사찰과 신도님들께서 반종단 세력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이 유의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번 대회에 스님들의 참여가 기대보다 저조했는데 이 같은 심리적 압박이 큰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서현욱 | 조계사 일주문 앞 1인 시위 참가자들과 단식정진 외호단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들이 서울 근교와 충청도의 사찰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홍보전을 펼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이 홍보하는 분들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전단지 배포 등 홍보가 직접적인 범불교도대회 참가로 이어지진 못했어도 종단 적폐문제를 신도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효했던 것으로 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도 주효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단지불회, ‘명진 스님 제적 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등에서 SNS를 통해 많은 홍보를 한 결과, 자발적 동참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수령 | 조계사도 대회를 방해하기 위한 갖은 ‘장치’를 마련했다. 일주문 앞에 연꽃 수곽을 여러 겹 쌓아 두고 주차장과 우정공원을 통한 모든 출입구에 ‘차벽’을 쌓았다. 우정공원의 단식 정진단을 외호하고 있는 신도들은 이를 ‘명박산성’에 빗대 ‘자승산성’이라고 꼬집었다.

김정현 | 조계종 총무원 및 조계사 측이 일부 기자들의 패용증을 확인하며 출입을 철저히 관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범불교도대회 참가자들이) 일단 경내에 들어오면 쫓아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출입을 통제하려 한 것 아니겠나.

서현욱 | 조계사 외 봉은사 등의 사찰 종무원들을 호출해 경계 업무를 서게 한 것도 확인했다. 촛불법회와 범불교도대회 같은 종단 비판적 행사가 열릴 때 마다 총무원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청사 점거’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종권 유지하는 측에서는 여전히 총무원을 뺏고 뺏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여 명이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그러자 불교신문은 또 ‘신도 동원’ 프레임을 내세웠다.

서현욱 | 불교신문은 “특정 사찰의 신도들이 상당수 참여한 점은 총무원장 선거 국면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국선원 신도를 말하는 듯한데 3000명 중에 안국선원 신도가 몇 명이나 되겠나. 어제 종단 지도층의 도박 사건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는데, 주소를 보면 전국 각지에서 신도들이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이석만 | 설령 특정 사찰 신도가 많이 참여했다 하더라도 그게 총무원장 선거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조계종은 그간 대부분의 행사에 사찰 신도를 동원하지 않았나.

김정현 | 지난 촛불법회 때처럼 ‘신도 동원’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이다. 종단이 종헌·종법을 어기고, 유력 후보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신도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이석만 | 심지어 돈을 주고 신도를 동원했다는 소문도 돈다. 단체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고 현장 모금도 해서 범불교도대회와 문화제 ‘한바탕’을 치렀다. 인원 동원할 돈이 어디서 나오며, 그 주체가 어디냐? 뿌리 없는 이야기다. ‘카더라’ 수준의 소문도 자신에게 유리하면 사실도 믿어버리는 게 문제다. 또 그런 프레임이 잘 먹혀들어가는 집단이 조계종인 셈이다.

서현욱 | 그간 불교 행사는 거의 관 주도로 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순수하게 불교시민사회와 승가단체, 재가신도들이 결합해 이뤄낸 것이다. 행정조직을 통한 인원동원이나 재정확보가 시작부터 불가능했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무사 회향했다

서현욱 | 그간 매주 촛불법회를 열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 덕분이다. 각자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준비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본다. 현장실천단도 그런 차원에서 꾸려졌다. 참여인원이 계속 늘어 당초 집회신고한 것 보다 대회공간이 확대됐는데 현장실천단이 질서 있게 자리 마련하고 배치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석만 | 행사가 오후 4시부터 시작됐고 지역 참가자가 많아 식사를 못한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자발적으로 떡과 음료수를 준비해오고 깨끗하게 뒷정리까지 했다.

여수령 | 단식 중인 대안 스님이 발언을 못한데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다.

서현욱 | 단식장의 메시지는 그간 촛불법회 등으로 충분히 전달되어 왔고, 이번 대회는 종단 적폐청산을 위한 대중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행사 식순이 맞춰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김정현 | 조계사 진입 시도를 왜 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도 했다. 진입 시도 여부 자체보다 사전 공지나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충분히 소통되지 않은 것은 숙제로 남는다.

서현욱 | 지난해 촛불집회도 지도부의 계획이나 지시로 움직임 게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그것이 반영된 결과다. 범불교도대회도 마찬가지다. 용주사 동국대 언론탄압 등 여러 목소리들이 표출되면서 상당히 부조화가 있음에도 공통적인 목적의식, 즉 조계종 정폐청산과 자승 종권 퇴진이라는 목표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범불교도대회는 전국승려대회가 아니다.

이석만 | 범불교도대회에는 두 가지가 없었다. 하나는 폭력이고 하나는 집행부다. 조계사 진입이라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고 본다. 94년 개혁이나 98년 개혁이 실패했다고 진단하는 것이 폭력성이다. 불교정신과도 맞지 않다. 또 각각의 단체와 시민사회가 자연스럽게 모여 집단지성으로 대회를 치렀다. 지도부 자체가 없다. 특히 94년 개혁과의 차이라면 승가가 아니라 재가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조계종의 대표적인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 생각한다. 매주 촛불법회에 1000여 명 이상 참석하는데, 불교의 소극적이고 능동적인 특성으로 볼 때 매주 이 정도 인원이 모인다는 것은 현 총무원 집행부가 얼마나 많은 폐단을 쌓아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적폐청산 문화제 ‘한바탕’의 의미는?

김정현 | 연기적인 연대였다. 종교 언론 공직 공교육 등 나와 관계없어 보이는 곳의 적폐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각자의 분야에서 적폐를 해소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연대를 결성한 것, 이것이 연기적이고 불교적이라고 본다. 또 불교가 불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도 의미가 크다.

서현욱 |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을 외부세력과 손잡고 종권을 찬탈하려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문화예술 ‘한바탕’ 역시 그런 차원에서 해석하려고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불교 언론 공무원 교육 등 4개 부문의 연대에도 실상 행사를 주도하고 참여한 것은 불자들이었다. 한바탕 행사 마무리로 열린 글씨쓰기 퍼포먼스의 주제도 ‘불교 적폐청산’과 ‘자승 총무원장 퇴진’이었다. 자승 총무원장이 그간 자비나눔 등 대사회적 행보를 했다고 하나 그간 만났던 단체와 사람들은 바로 어제 ‘한바탕’에 함께한 이들이다. 관주도의 보여주기식 행보는 그들을 진정성을 갖고 만난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오히려 불교시민사회가 이들과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9ㆍ14범불교도대회 대사회적 의의를 짚자면?

김정현 | 범불교도대회와 문화제 ‘한바탕’으로 조계종 총무원이 한국 사회에서 고립됐음을 느낄 수 있다. 종단은 비판세력을 ‘해종세력’이라 몰아세워 분리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종단 핵심 수뇌부가 고립된 상황이란 게 드러났다고 본다.

서현욱 | 내부문제를 밖으로 표출하는데 익숙지 않았던 불자들이 적폐청산 운동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알리고, 밖에서 호응하는 과정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는 관 주도의 대사회적 메시지보다 불자들이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전파력 있고 호응도 높을 것이라고 본다.

이석만 | 이번 대회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이율배반이다. 조계종은 겉으로 자비를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비합리성, 반지성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예를 들어 누군가 주의주장을 하며 억지를 피우고 폭력을 동원했다. 추혜선 의원이 토론장을 대여한 것에 대해서도 승려들이 몰려가 사과를 받아내고, 윤영찬 수석이 명진 스님 단식장 방문한 것에도 항의전화를 하는 식이다.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러운 일이다. 또 하나는 불공평이다. 모든 문제를 평등하게만 다뤄주면 된다. 조계종에는 율도 있고 종헌종법도 있는데 그 종헌종법 조차도 당동벌이 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동일한 행위에 다른 처벌을 내린다. 이것이 지난 8년간 쌓여서 불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서현욱 | 총무원의 대응은 종권 유지 차원에 매몰돼 있다. 종교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알아서 하게 놔두라고 하면서도 종권 세력의 문제를 비판하면 다 적으로 간주하고 압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밖으로 노출되고 불자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확산된다.

9ㆍ14범불교도대회 이후 과제는 무엇인가.

김정현 | 적명 스님 인터뷰 당시, 승려대회 자체를 반대하는 스님들도 현 종단 집행부의 문제에는 공감한다는 말을 들었다. 승려대회가 폭력적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하는데, 이전의 방식과 다른 승려대회가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범불교도대회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다. 언론탄압은 2년, 용주사 사태는 3년이 넘었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로 적폐청산의 에너지가 늘고 있다는 것이 성과라고 본다.

이창윤 |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도 그래야 한다.

이석만 | 종권이 바뀌더라도 이번에 결의한 내용대로 수행과 재정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또 총무원장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러면 종단의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다.

서현욱 | 적폐청산 운동이 총무원장 선거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적폐의 내용은 누가 총무원장이 되느냐에 상관없이 존재하므로 어떤 형태로던 적폐청산 노력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창윤 | 한국불교를 주도하던 부류는 출가자였다. 그런데 그 흐름이 재가로 넘어오는 과정이라 본다. 그간 재가자들이 이렇게 나서 종단을 바꾸려 노력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앞으로 불교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승단의 일원으로서 재가자가 승단 운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흐름이 이어지길 바란다.

김정현 | 확장성의 문제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저조한 출가의 참여를 어떻게 확장할지, 종회의원과 본사주지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 재가자의 외연을 어떻게 넓혀나갈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발로 뛰면서 알리고 일궈나가는 노력이 가장 큰 숙제로 남을 듯하다.

| 9.14 범불교도대회 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