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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는 부처님 소리…적폐청산 위해 정진”
3000여 사부대중 ‘자승 퇴진-직선제 실현’ 한목소리
2017년 09월 15일 (금) 09:18:02 글ㆍ사진=9ㆍ14범불교도대회 공동취재단 budjn2009@gmail.com
   
▲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 모인 3000여 대중이 조계종 적폐 청산을 염원했다. <사진=9·14범불교대회 공동취재단>

“오늘 우리는 오만과 독선을 일삼는 자승 총무원장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 자승 총무원장은 허울뿐인 참회가 아닌 진정어린 참회를 해야 하며, 작금의 종단 상황에 응당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한 치의 사사로운 욕심 없이 불퇴전의 정신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계종의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염원하는 3000여 사부대중의 목소리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14일 오후 4시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봉행된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대회장 청화ㆍ원인 스님)’에는 전국 각지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스님 200여 명을 비롯한 사부대중 3000여 명이 동참했다. 앞서 조계종은 9ㆍ14범불교도대회가 ‘반종단 세력이 주최하는 집회’라고 폄훼하며 불자들의 참석을 방해했지만, 청정승가 구현을 요구하는 불자들의 염원까지 막지는 못했다.

“직선제 거부하고 책임 회피…‘적폐청산’ 당연한 귀결”

9ㆍ14범불교도대회 참가대중들은 이날 현 자승 총무원장 체제의 조계종단을 ‘적폐’로 규정하고 자승 원장의 즉각 퇴진과 직선에 실시, 적폐 청산, 재정 공영화 등을 촉구했다. 전국승려대회 개최 의지도 재확인했다.

9ㆍ14범불교도대회 봉행위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낭독한 경과보고를 통해 사부대중이 범불교도대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봉행위는 종도들의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고위층 승려들의 범계행위와 금권선거, 폭행 등 인권유린, 비판세력에 대한 징계 등이 심화되는 현 조계종단의 상황을 ‘적폐’로 규정했다.

봉행위는 “종도들의 적폐청산 요구와 활동에도 불구하고 종단은 여전히 출가자 81%가 지지하는 직선제를 거부하고, 현안을 해결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비판세력을 탄압하며 외부로 문제를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설정 스님을 차기 총무원장에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종단 최고대표자인 총무원장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는커녕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해 퇴임 후의 안정판을 마련하고자 종헌종법에 위배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불도대회는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종단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사찰과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하는 그날까지 불퇴전의 의지로 용맹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처님 저버린 종단 혁파해 공동체 되찾자”

참가대중들은 파사현정을 위한 용맹정진을 다짐했다. 이들은 현진 스님(여의도포교원장)이 낭독한 고불문에서 “조계종 지도부는 10년 가까이 불의한 정치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비리와 범계를 저지르며 종단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해 왔다”며 “그들이 시대적 요구인 적폐청산의 대상이 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파사현정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불교도대회에 동참한 사부대중은 탐욕과 무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저버린 허울뿐인 종단을 혁파하고, 수행과 자비실천의 공동체를 되찾겠다는 한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무거운 참회의 절을 올리며 결연하게 파사현정의 올곧은 실천에 용맹정진할 것”을 서원했다.

청화 스님의 “올바름 드러내는 파사현정의 현장”

조계종 원로이자 범불교도대회 대회장을 맡은 청화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은 종단 지도부를 향해 매서운 장군죽비를 내렸다. 청화 스님은 “불자인구 300만 명 감소보다 더 슬픈 것은 반성할 줄 모르는 종단 지도부”라며 “불자들이 불교의 반성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스님들이 단식으로 항의했지만 저항의 목소리를 침묵의 카르텔로 막고 오히려 왜곡하며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화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는 ‘불교란 무엇인가, 출가수행자란 어떤 존재인가, 불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엄숙한 물음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중생 마다 간직한 부처 성품이 오늘 범불교도대회의 함성으로 메아리치니 이야말로 부처님의 소리다. 정법을 향한 용맹정진으로 나락에 떨어진 한국불교와 종단을 되살리자”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또한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를 기념하는 자작 시 ‘탑을 기울게 하는 벌레’를 발표해 대중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승려대회 개최 재천명 “재정통합이 개혁 선결과제”

공동 대회장인 원인 스님(전국선원수좌회 선림위원)은 전국승려대회 개최 의지를 재천명했다. 원인 스님은 “이렇게 많은 대중이 모여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대의는 이 나라를 복되게 하고 불교를 중흥하며 모든 대중을 이롭게 하자는 뜻”이라며 “이 같은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대의에 승복하는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0년대 정화보다 더 큰 개혁을 하지 않고는 오늘날 종단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 일을 하는데 개인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감정적 대립은 오히려 대의를 그르칠 수 있으므로 위법망구 하는 정신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종단개혁의 시급한 과제로는 ‘재정통합’을 꼽았다. 스님은 “재정통합으로 평등공양이 이뤄져야 승가복지가 실현되고 나머지 개혁도 따라서 완성할 수 있다”며 “다음 총무원장은 재정통합에 관한 가장 강력한 실천의지를 가진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 스님은 “오늘날 우리가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고려불교와 같은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크나큰 제도개혁을 완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미 결의한 전국승려대회가 개최되기를 강력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는 상식적인 종단 운영을 촉구했다. 허태곤 대표는 “우리가 간절히 염원하는 것은 종단이 종헌종법을 준수하며, 종도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식적이고 공정하게 종단을 운영하라는 것”이라며 △청정비구 종단으로서의 정체성 수호 △종단 민주화 △직선제 도입 △총무원장의 선거 개입 중단 △승려의 수행생활을 종단이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조정래 “자승 스님, 불교계 적폐로 지목되지 않길”

시민사회를 대표해서는 소설가 조정래 작가와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조정래 소설가는 “박근혜가 전 국민의 적폐인 것처럼 자승 총무원장 스님께서 전 불교계의 적폐로 지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로 연대사를 시작했다. 이어 “시대정신에 발맞춰 불교도 민주화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와 있다”며 불교의 민주화 과제로 총무원장 직선제와 사찰 자치제도 확립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첫째, 총무원장을 선출할 때부터 현 집행부가 어떤 음모도 꾸미지 않고 명명백백하게 비밀ㆍ직접 선거를 해야 한다. 둘째, 중앙에 몰려있는 전권을 사찰에 돌려 독립적이고 자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정래 작가는 “부처님께서는 수많은 가르침을 주었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하고 간절하게, 간곡하게 가르친 한 마디가 있다”며 “탐욕을 버리라. 탐욕이 너를 망칠 것이다”라는 말로 연대사를 마무리 했다.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는 명진 스님의 제적 사태를 지적했다. 김종철 대표는 “(명진 스님이)조계종단의 잘못을 지적한다고 제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랜 전통 가진 불교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참담하고 개탄스러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불교가 바뀌어야 우리의 정신문화가 바로 선다”며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불교계가 빠른 시일 내에 민중을 가르치는 자격을 갖춘 종단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정 스님 “승려대회 열릴 때까지 단식”

다음으로는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단상에 올랐다. 대회 하루 전 ‘미래를 여는 승가연대’를 발족한 종회의원 정산 스님과 선광 스님은 “‘대협력의 장’을 마련해 종단과 종도의 갈등을 여법하게 해소하고, 종도들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종단 지도부의 전횡과 종단 권력을 사사화를 방지하고 종단 내 민주적인 운영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직선제 운동부터 최근 조계종 적폐청산 활동까지 이끌고 있는 허정 스님은 단식을 선언했다. 스님은 “올해 들어 난생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다. 1인 시위나 종단 등원공고, 불교신문 고소까지 이 모든 경험이 수행의 한 방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폐청산을 위해 단식하고 있는 대안 스님과 용상 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직접 단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허정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는 끝이 아니다. 우리의 뜻이 관철되기 위해선 승려대회가 열려야 한다. 그런 열의를 모으기 위해 오늘부터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자비로운 분노로 함께 해 달라”

국민들에게는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참가대중들은 비구니 선광 스님과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이 낭독한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한국불교는 불자들만의 것이 아니다”며 “이제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종단을 살릴 자는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 자승 총무원장이 퇴진하고 종단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사찰과 이 땅이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만연한 그날까지 자비로운 분노와 불퇴전의 의지로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10가지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참가대중들은 자승 총무원장의 진정어린 참회와 퇴진을 촉구하며 △사찰재정 공영화 △승려 수행생활 보장 △직선제 실시 △부당 징계자 승적 복원 △적폐 조사기구 구성 △비구니 참종권 확대 △재가자의 종단 운영 참여 △엄중한 법집행 △권력분산과 교구자치제 시행을 결의했다. 이들은 “종교계 및 시민사회와 굳게 연대해 청정승가가 구현되는 그날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했다.

법회를 마무리하는 사홍서원은 하지 않았다. 봉행위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범불교대회의 사홍서원은 조계종 적폐청산이 이뤄진 이후에 하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어 3000여 참가대중은 문화예술 ‘한바탕’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청계천 광장까지 도보로 행진하는 것으로 9ㆍ14범불교도대회를 회향했다.

글ㆍ사진=9ㆍ14범불교도대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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