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해인총림율원의 율원장과 한국역경학회 학회장 등을 지낸 혜능 스님이 티베트 밀교의 기본적인 명상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을 펴냈다.

그동안 《비구계의 연구 Ⅰ·Ⅱ》, 《법화경의 세계》, 《원시불교의 연구》, 《반야이취경 강해》 등 전문적인 학술서를 통해 우리들의 시야를 넓혀 주었던 스님은 이 책을 자신이 다람살라의 규또 사원(上密院)에서 밀교학을 연구하고 티베트 밀교 명상을 하면서 느끼던 부족함을 해소할 수 있었고, 실제 수행에 큰 도움을 받았기에 번역한 것이다.

《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에서는 티베트 불교의 현교와 밀교에 모두 공통되며 가장 기본적인 명상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명상법들은 티베트 밀교의 본격적인 명상수행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의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비단계의 명상법이지만, 티베트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누구라도 이 예비단계 명상법을 실천하지 않고는 밀교 수행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이런 기본적인 명상법을 실천하지 않고 아무 준비 없이 심오한 무상(無上)요가 탄트라의 밀교명상을 수행할 경우에는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크게 다칠 수 있다. 밀교 명상법은 효과가 큰 만큼 그만큼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밀교 수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의 지도를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귀의와 보리심의 명상, 금강살타 염송법은 준비단계의 기초적인 명상법이기 때문에 스승의 지도를 받기 어려울 때는 혼자서 수행해도 좋다. 이런 명상법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제1장에서는 티베트 불교에서 ‘명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했다. 명상을 의미하는 티베트어 ‘곰(sGom)’은 ‘어떤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반복하는 과정’을 뜻한다. 번뇌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며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고, 구체적인 명상방법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제2장에서는 ‘귀의의 명상법’을 설명했다.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에 대한 귀의는 대소승을 막론하고 모든 불교의 근본이고 토대이다. 삼보에 대한 귀의를 통해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진정한 불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는 귀의로 얻게 되는 8가지 공덕과 집회수(集會樹) 관상을 포함하여 귀의 명상의 핵심을 소개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보리심의 명상법’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모든 존재의 구제를 위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이 보리심이다. 삼보에 대한 귀의를 통해서 불자가 된다면, 보리심을 일으킴으로 해서 대승불자가 된다. 밀교 수행의 동기가 되고 근본이 되는 것 역시 귀의와 보리심이다. 그래서 티베트 스님들은 어떤 수행을 하더라도 여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귀의와 보리심의 게송을 10만 번 정도 먼저 외우고 나서 수행한다. 보리심을 일으키는 명상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아티샤 존자’의 전승(傳承)에 속하는 ‘인과(因果)에 대한 일곱 가지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4장은 ‘금강살타의 백자진언 염송법’에 대해 설명하였다. 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악업과 악업에 의한 훈습인데, 이러한 장애를 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참회다. 여러 종류의 참회법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 ‘금강살타의 염송법’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참회에 필요한 ‘네 가지 힘’을 모두 갖추고 금강살타의 백자진언(百字眞言)을 10만 번 염송하면, 모든 악업을 근본적으로 정화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티베트에서는 종파에 관계없이 또 승속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널리 실천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구루 요가에서 스승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구루 요가를 ‘보리도 생명의 근본’이라 하며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구루 요가에서는 자신이 따르고 배우는 스승을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과 같은 본존(本尊)과 같이 여기며 절대적으로 귀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스승을 선택하는 기준과 스승의 자격 그리고 제자의 자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구루의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오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책의 끝부분에는 부록으로, 귀의와 발보리심 명상법, 금강살타 명상법, 관세음보살의 구루 요가 명상법의 의식문(儀式文)을 티베트어 원문과 발음, 우리말 번역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관세음보살의 구루 요가는 제14대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직접 만든 의식문이다.

티베트 밀교의 독특한 예비수행(귀의·발보리심, 금강살타 염송법과 구루 요가)은 우리를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악업을 소멸하고 정화하며, 자비심과 보리심, 공성空性의 지혜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어, 참된 보살의 길로 이끌어 준다.

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을 초심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상세한 설명과 구성으로 소개하는 이 책을 따라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티베트 밀교 명상법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혜능 스님/불광출판사/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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