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필리핀. 한달에 한번. 호텔은 하얏트. 주종목은 슬롯머신. 2박3일 혹은 3박 4일. 경비는 한번 나가면 1000만원까지.

사명 대사 선친 묘소가 든 땅까지 팔았던 재경 스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조계종 승려의 해외원정 도박 클래스이다.

전 표충사 주지 재경 스님은 지난 2015년 항소심에서도 패소해 징역 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스님이 표충사 주지 시절 필리핀만 한달에 한 번, 갈 때마다 거의 카지노를 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뒤늦게 상세히 드러났다.

조계종 승려인 D와 S 스님이 재경 스님이 필리핀으로 도주한 다음 날, 스님이 있는 곳으로 놀러왔던 사실도 알려졌다.

한 여성 신도는 스님과 단 둘이 필리핀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해외여행 가면 스님들은 뭐하나 질문에
카지노 가서 대부분 슬롯머신, 골프 친다


<불교닷컴>이 최근 입수한 진술 조서는 지난 2013년 12월 창원지검 밀양지청에서 재경 스님을 수사하면서 작성됐다.

사찰 토지를 불법 매각해 수십여 억원을 챙긴 뒤 해외도주했던 스님에게 조사관이 해외도박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물었다.

스님은 "필리핀만 한달에 한번 정도 갔다. 갈 때마다 거의 카지노는 한번씩 들렀다. 가서는 슬롯머신을 했다"고 답했다. 검찰 조사결과, 스님은 구속될 때까지 모두 227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가면 같이 간 다른 스님들은 무엇을 하는가"를 묻는 조사관에게, 스님은 "카지노에 가서는 대부분 슬롯머신을 하고, 다른 스님들은 골프도 친다. 나는 골프는 못친다"고 했다.

총227회 해외여행 간 이유는 로비 활동
주지인사권 가진 상급사찰과 종단 상대

그러면서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닌 것은 모두 로비활동이었다. 재임 등을 위해 인사권을 가진 상급사찰과 종단 상대 로비였다"고 했다.

"해외여행 필요 경비를 모두 피의자(재경 스님)이 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함께 나가는 스님들 모두 종단에서 지위가 있어 자신들도 갖고 나가는 돈이 있다. 내가 그 경비를 모두 부담하지는 않는다. 해외 나가면 내가 식사 한번 더 대접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나가면 1000만원 정도까지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승려의 승려 상대 로비는 국내서도
대학 이사 만들려 종회의원 로비해


재경 스님이 진술조서에서 밝힌 조계종 승려 대상 로비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뤄졌다.

스님은 "상급 사찰 주지를 대학 이사 시키려고 종회의원들에게 내가 힘을 썼다. 4개 계파 가운데 후보가 속한 계파를 제외한 세 곳에 3000만원 정도를 지원했고, 개인적으로도 100~300만원 정도 줬다"고 했다.

신도 A 씨, 스님과 수차례 해외여행
총14회 필리핀 여행 중 단 둘이 7회

A 여성은 재경 스님과 수회에 걸쳐 단 둘이 필리핀에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2004년 9월경부터 2010년 12월경까지 14회 가량 재경 스님과 필리핀을 관광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재경 스님과 함께 필리핀에 나가면 2박 3일에서 3박 4일 머물렀다. 주로 이용한 호텔은 하얏트호텔. 그들은 호텔 카지노에서 놀거나 주변 관광을 했다.

단 둘 해외여행 하는 남녀는 어떤 관계
"스님은 OO사 주지, 나는 신도였을 뿐"


조사관은 "필리핀으로 단 둘이 출국해 2박 3일 내지 3박 4일을 같은 호텔에 투숙하다 돌아오곤 했는데 두 사람은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A 씨는 "재경 스님은 OO사 주지였고, 나는 신도였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조사관은 "수회에 걸쳐 단 둘이 필리핀에 머물다 오는 것은 주지와 신도 이상의 관계가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A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사관은 '묵묵 무답'이었다고 진술 조서에 기록했다.

부산고법 판결문에 도박사실 일부 언급
검찰은 자승 스님 등 16명 무혐의 처분


이번 진술조서 입수에 앞서, 지난 2015년 부산고등지법은 재경 스님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피고인은 승려임에도 과거 10여 년 동안 120여 회에 걸쳐 필리핀을 출입하면서 그곳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고, 그에 든 경비 상당부분을 이 사건 횡령 배임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해 앞선 2014년 2월 장주 스님이 고발한 자승 스님 등 조계종 고위 승려 관련자 16명을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이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상습도박으로 고발된 16명 승려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이들을 고소한 장주 스님에 대해서는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정을 했다.

자승 스님, 장주 스님 상대 1억원 손배소송 패소
"진술 내용 직접 경험않고는 알기 어려울 정도"


같은 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장주 스님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원고(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면서 "조계종 도박 문제는 공적 관심 사항으로 공익성이 인정된다. 자수해 진술한 내용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정도여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14일 조계사 앞 범불교도대회
자승 등 승려 16명 고발 예정


이런 가운데,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활동 중인 시민사회단체 등은 도박과 여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추후 검찰개혁의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본지 제휴매체인 불교닷컴에서 제공했습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