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선원수좌회 장로선림위원회 의장 적명 스님이 “전국승려대회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평화적 종단 개혁 방안을 먼저 강구하겠다는 것이지 전국승려대회가 무산된 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평화적 방법으로 종단 개혁 방법을 강구하고 안 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무산된 것이 아니다.”

종단 권력의 사사화(私事化), 정교 유착, 폭력, 성 범계, 금권선거 등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사부대중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선원수좌회 장로선림위원회 의장 적명 스님(봉암사 수좌)이 “전국승려대회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의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명 스님은 대구 시내 모처에서 9일 오후 본지와 <불교닷컴>, <불교포커스> 기자와 만나 8월 25일과 9월 5일 두 차례 있었던 장로선림위원 모임의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전국승려대회 개최와 조계종 적폐 청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전국승려대회 무산’ 보도는 왜곡”

앞서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은 6일자 기사에서 “적명 스님은 (장로선림위원회 회의) 브리핑을 통해 ‘회의에 앞서 전국을 돌며 의견을 쭉 들어본 결과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열면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전국승려대회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적명 스님은 “승려대회가 무산됐다는 보도 내용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5일 대구 청백당에서 열린 장로선림위원 회의에 4명만 참석해 회의가 무산됐지만, 참석자들과 얘기하는 동안 장로선림위원들의 진정성과 열의를 확인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에 응했는데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적명 스님과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상무주암 수좌 현기 스님이 참석했다.

“승려대회 종헌에 명시…수좌회 의견 표명에 공감”

적명 스님은 “2번 장로선림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는데 두 번 다 성사되지 않았고, 각기 다른 분들이 참석했다”며,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설명했다.

스님은 참석한 장로선림위원들이 “총무원장이나 중앙종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많다”며, “평화적 방법으로 종단을 개혁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안 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스님은 “승려대회 개최가 초법적이라고는 하지만 종헌에 명시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장로선림위원회에서 전국승려대회를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놓은 것은 현행 종법이 보장하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내일(10일) 모임을 대신해 전체 수좌 의견을 표명하는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 적명 스님은 “종단의 폐혜를 바로잡는 것은 수좌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종단 일이라도 해서 눈 감는 것은 해종행위”라고 말했다.

“종단 정치 관여 안 돼 발언 없었다”

스님은 “5일 모임에 참석한 한 장로선림위원이 선원수좌회가 현 종단 상황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수좌들이 종단정치에 깊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불교신문> 보도도 “5일 모임에서 수좌회가 종단 현실을 잘못 파악했다거나 종단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스님은 또 5일 모임에 참석한 장로선림위원 스님들이 “수행자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신뢰받지도 못하는 근본책임은 수행자 집단에 있다”며, “우리 노장들이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이고, 우리가 적폐의 근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선방 지도자는 종단의 어른으로서 경륜을 갖고 있는 분이다. 종단에 문제가 있을 때는 질책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승려대회 개최 논의에 그치지 말고 수좌회와 종단 내부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감독자나 조언자 역할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적폐 청산 요구 재가불자에게 고맙다”

스님은 서울 종로 보신각광장에서 매주 목요일 진행되고 있는 ‘조계종 적폐 청산 촛불집회’와 14일 오후 4시 우정국로에서 봉행될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종단에 만연하고 있는 부패 문제를 바로잡자고 나서 고맙다”며, “수좌 스님들도 만이 참석해서 범불교도대회가 성황리에 봉행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불교집안 일인데 승려가 주도하지 못하고 시민사회단체 원로나 이웃종교인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스님이 많다”며, “범불교도대회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원만히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모임에 소극적인 한 장로선림위원도 14일 범불교대회가 마지막이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불자들을 동원해서라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대부분의 스님들도 전국승려대회나 범불교도대회 개최 근본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적폐 청산 눈감는 건 해종행위”

적명 스님은 각화사 선원장 노현 스님이 <불교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종단 화합을 깨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한 교구본사 주지 선거 낙선자에게서 7억 원을 쓰고도 낙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종단의 적폐에 눈 감는다면 스님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패한 현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종단의 미래는 없다”며,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수좌의 의무이자 책무이며, 그런 의지를 가진 이가 진정한 수좌다. 종단일이라고 해서 잘못된 점을 눈 감으려는 것은 해종행위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끝으로 “정말 열심히 정진하는 젊은 수좌들의 눈빛을 보면서 종단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종단의 적폐가 바로잡혀 조계종이 밝은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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