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착한 성품의 마형

아니 광마형
나는 아직도 대낮에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오.

형은 오랫동안 티끌에 묻힌 채
선, 악을 앓고
허망과 진실을 앓느라
몸과 마음이 몹시 쇠약해졌지요.

세상과 자신과 씨름하며
고독과 사투를 벌이던
마형의 에고는 참으로 처절했지요.
세상은 너무도 무심하게 마형을
방기해버려 간혹 마형은 투덜거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마형, 그렇다고, 산 자에게 어찌
이토록 안타깝고, 미안스러운 마음만을
남기고, 몰래 훌쩍 떠나버린거요.

이 삶이 혼자만의 몹쓸 삶은 아닐 터인데
독처럼 번져오던 삶이.
분명, 혼자만의 몫도 아닐 터인데
혼자만의 꿈도 아닐 터인데
어찌 그 마음을 재촉하여
허망하게시리 스스로 몸을 버리게 된 것이오.

본디 지극한 도는 깊고 넓어서
그 공력에 힘입어 마형이 그 어둠에서
회복되길, 나 역시 간절히
바라던 차였는데 돌아보니
허사였소. 미안하오.
삿된 내 마음을 용서해주오.

거짓 이름들을 붙들고, 쓸데없이 떠들고
도처에서 서로 잘 낫다고 칼질들을
해대는 세상,
그래도 마형은 대장부라서
하늘을 찌를 기상으로
잘 싸워주길 바랬는데

미안하오. 아무래도 미안하오.

모든 공은 다 헛되이 돌아가고
모든 계교, 또한 헛되이 돌아가고
이 몸도 다 헛되게 돌아갈 뿐이니...

마형, 이제 이름도 버리고 몸마저 버린 나라에서
문득 무심을 체득할 좋은 계기 갖게 되었으니
부디 편히 쉬시오.
머잖아, 나 또한 그 나라에 가 함께
계합하게 될 터이니...

-시인 · 블레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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