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적폐 청산 제6차 촛불법회에 동참한 1500여 대중들이 범불교도대회와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조계종 적폐 청산을 염원하며 하나둘 밝힌 사부대중의 촛불이 횃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청정승가공동체구현과종단개혁연석회의와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8월 31일 오후 6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개최한 ‘조계종 적폐 청산 제6차 촛불법회’에서 동참 사부대중은 전국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촛불법회에는 봉암사 선원 등 전국 선원에서 올라온 수좌 스님 등 출가자 200여 명과 재가자 1300여 명 등 주최 측 추산 1500여 사부대중이 동참했다.

이날 촛불법회는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씨와 그룹 아트만의 여는 공연에 이어 ‘보신각 촛불법회’ 실시간 검색 이벤트로 문을 열었다.

본 행사인 촛불법회는 이날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 개최 결의 대회’로 치러졌다.

촛불법회는 직선제실현대중공사 대변인 허정 스님의 경과보고로 시작돼 현진 스님(여의도포교원 원장)의 ‘여는 말씀’으로 이어졌다.

현진 스님은 “승가답지 못한 총무원장의 종헌·종법 농단은 적폐가 되어 청산의 절규와 눈물로 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스님은 “잿더미 같은 승가에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 여러분의 촛불이 그것”이라며, “오늘 촛불은 적폐의 승가를 희망으로 살려내는 혼불”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단에 오른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은 “우리는 오늘 작은 촛불을 밝혀 종단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와 범불교대회 개최를 결의하고자 한다.”며 대회사를 낭독했다.

스님은 “신심과 원력이 뿌리내려야 할 곳에 세속적인 권력욕만이 남았고, 칼끝 같은 마음으로 수행에 매진해야 할 승려들은 각자도생에 내몰리고, 불자들은 청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 하염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조계종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분노와 고백, 참회의 마음을 담아 지난 8년 간 조계종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청정승가 구현의 기치를 높이는 뜻깊은 자리”라며, “부처님께서 우리를 보시고 찬탄의 미소를 짓는 그 날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기도·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 스님의 대화사 뒤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 모임 무차회 대표 정산 스님, 봉암사 주지 원광 스님, 박재동 화백 등이 법단에 올라 지지와 성원의 말씀을 이어갔다.

정산 스님은 “종도들의 뜻을 의정 활동에 반영하지 못한 점, 집행부를 제대로 경책하지 못한 점, 종책모임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참회한다”며, “중앙종회 임시회를 개최해 오늘 촛불법회의 모습과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봉암사 주지 원광 스님은 “명진 스님 단식 정진장에서 무릎 꿇고 한없이 울던 한 거사의 아픔을 어떻게 닦아줄까 생각했다”며, “그것은 우리 각자의 생각이 깨어 있고,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고귀한 마음으로 적폐를 깊이 각인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고결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OUT, 직선제 실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법단에 오른 박재동 화백은 “(현 총무원 집행부는) 잘못을 이야기했다고 옷을 벗기고, 때리고, 정신병원에 가뒀다”며, “서의현 때 가열차게 싸워 결국엔 몰아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뭔가. 이제 다시 시작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단에 오른 김형남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발전위 적폐청산TF팀이 명진 스님 사찰 의혹을 재조사하기로 한 것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재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명진 스님을 사찰한 자료가 있다는 이야기”라며, “국정원 개혁발전위 적폐청산TF팀은 민간인 사찰 조사를 즉시 시작하고 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또 “총무원장이 국정원 TF팀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크다”며 “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원장은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자승 원장은 직무를 중단하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와 성원의 말씀’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국정원의 명진 스님 봉은사 퇴출 개입 의혹을 다룬 JTBC 보도와 적광 스님 집단폭행사건 관련 동영상 등을 시청했다.

이날 촛불법회에서는 호법부 승려들에게 폭행을 당한 무선 스님(백양사)이 법단에 올라 “2010년 4월 29일 총무원 4층 초심호계원 심리실에서 당시 호법부 상임 감찰 A스님 등 스님 4~5명과 종무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촛불법회의 대미는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 전국승려대회’와 범불교대회 추진을 선언한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이 장식했다.

월암 스님은 “불교가 망가지는 것을 보다 못한 사회원로들과 시민사회가 불교계 적폐청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이제 우리 불자들이 화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님은 “내부 문제를 스스로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주적으로 생존할 수 없지만, 다행히도 한국불교의 저력은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며,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승려대회의 전통과 사부대중의 궐기를 통해 한국불교는 희망을 찾았다. 지금 매주 종각에서 켜지는 촛불법회는 자랑스러운 전통의 계승”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총무원장 직선제 즉각 실시 △종단 적폐 즉각 청산 △자승 총무원장 즉각 퇴진 △재정 공영화와 투명한 관리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생활 보장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종도들의 바람과 시민사회의 지적을 준엄하게 받아들여 조계종 적폐를 청산하고 존경받는 종단이 되기 위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9월 14일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고 전국승려대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사회자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가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주최 측에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고, 동참 대중 1500여 명은 박수와 환호로 추인했다.

촛불법회를 마친 동참 대중은 수십 개의 깃발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조계사 앞을 지나는 우정국로를 따라 종각네거리에서 안국동 네거리까지 갔다 돌아오는 거리행진에 나섰다. 행렬의 선두에 수좌 스님들이 섰고, 동참 불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적폐 청산 자승 퇴진’ 외치며 우정국로를 행진한 동참대중은 명진 스님과 효림 스님이 단식하고 있는 정진장 앞에 멈춰섰다.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인 효림 스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강물은 보이는 강물보다 더 깊이 흐른다.”며 “비바람이 몰아쳐 온 산천의 물이 분노해 모여들면 그때 침묵의 강물은 강바닥을 뒤집어엎고 포효해 큰 물결을 만든다.”고 자작시를 낭독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의 악행 비리가 드러나 사법 처리될 때까지, 적광 스님 집단 폭행을 저지른 호법부 승려가 사법처리되고, 폭력을 사주·묵인·방조한 자승 원장의 비리가 드러날 때까지 단식을 지속하겠다.”며, “쓰러질 때까지, 불교가 올바로 설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참자 대중들은 다시 보신각 광장으로 돌아와 회향했다. 제7차 촛불법회는 9월 7일 오후 6시 30분 보신각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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