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졸업했다고 알려진 덕숭총림 방장 수덕사 설정 스님의 학력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계 인터넷 매체 <불교닷컴>은 9월 1일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 중인 설정 스님의 학력이 이상하다”면서 “각종 언론 인터뷰, 저서, 이력서 등에서 서울대학교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입학, 졸업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설정 스님<불교저널DB>

<불교닷컴>은 ‘총무원장 예비후보 검증’을 부제로 설정 스님의 학력을 거론하며 “설정 스님 서울대 나온 것 맞습니까?”란 제목으로 그의 입학과 졸업 사실을 서울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추적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설정 스님은 각종 언론 인터뷰, 저서, 이력서 등에서 자신을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혀왔다.

<불교닷컴>은 설정 스님을 다룬 기사에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설정 스님을 “30대 검정고시를 통과해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한”이란 관용구를 썼다고 했다. 서울대에 들어간 사연을 직접 물은 언론도 있다고 소개했다.

“30대에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했다.”(2007년 12월 경향신문), “서른 살 나이에 고입 및 대입 검정고시를 1년 반 만에 끝내고 서울대 원예학과에 입학했다.”(2008년 8월 한국경제신문),

“-독학으로 서울대에 입학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 절에 땅이 많고 농사도 많이 짓고 있으니, 농대에 가자고 결심했습니다.”(2010년 5월 주간동아 738호), “- 독학으로 검정고시 마친 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셨죠. 그 경험이 농사에 도움이 됩니까? : 이론적인 것은 조금요. 하지만 농사는 실전이에요.”2015년 5월 동아일보).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 기자는 <불교닷컴>과 인터뷰에서 “다른 언론들에서 서울대 입학 또는 졸업이라고 보도한 것을 보고 서울대 입학 이유를 물었는데 서스럼 없이 답변해 그런 줄 알았다”며 “스님이 보도 이후 학력 부분에 대해 수정이나 삭제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설정 스님은 작년 4월 한 작가가 펴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대담집에서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다’라는 소제목으로 10쪽에 걸쳐 서울대에 가게 된 경위와 학교생활을 언급했다. <세계일보> 등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1977년 서울대 재학 중 벽초 스님(수덕사 2대 방장)의 명으로 수덕사에 돌아왔으나”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교닷컴>은 설정 스님의 속명으로 서울대 측에 입학 및 졸업 여부를 확인한 결과 입학한 사실조차 없다는 게 서울대 측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불교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 대학 관계자는 “입학이나 졸업자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졸업은 물론 입학 사실이 없다는 것은 알려줄 수 있다.”며 “농생대를 통틀어 입학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했다. 동문회 관계자도 “개인정보여서 알려 줄 수 없다. 여기에 있는 정보가 완전한 게 아니어서 명단이 누락될 수 있다. 그러나 '전득수'(스님의 속명)는 현재 정보로선 ‘없다’. 그 외에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과로 입학해 원예학과로 전과했을 가능성을 두고 인접한 학과들을 확인했으나 같은 결과였다.

1972년~1976년 사이에 서울대 농과대 원예학과를 졸업했거나 69학번~74학번 복수의 동문들에게 확인했으나 설정 스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농과대의 한 동문은 “원예과는 1968년도에 신설돼 72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했다. 여러 경로로 확인 결과, 72년부터 82년까지 원예과 졸업생 중 설정 스님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동창회에서는 졸업생 명단만을 관리하므로 입학은 하였으나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별도로 확인할 수 없다고는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닷컴>은 “1990년에 발행한 서울대학교 동창회 회원 명부, 2002년에 발행한 서울대학교총동창회 서울대인명록 등에도 설정 스님 속명은 적혀 있지 않다. 이 책자들은 서울대 설립 이후의 졸업생부터 명단이 수록돼 있다. 설정 스님이 밝힌 '수료'에 무게를 둘 경우 입학은 했으나 졸업하지 않아 각종 명부에 없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입학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학교 동문 등의 주장과는 엇갈리고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고 전했다.

본지 역시 설정 스님의 학력과 관련 2014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설정스님께서 1974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였다는 이력서 내용과 이를 각 언론사에서 그대로 보도한 내용이 과연 맞는지 사실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러한 설정 스님을 오는 10월 12일 실시되는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후보로 밀고 있다. 본사 주지들의 회동 장소로 봉은사를 이용하면서 설정 스님을 차기 총무원장으로 지지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부산 해운정사를 찾은 진제 종정과의 친견에서도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만일 설정 스님이 학력을 위조했거나 학력이 사실이 아닌 경우로 밝혀진다면 설정 스님을 차기 총무원장으로 추대한 자승 총무원장을 포함해 여기에 동조한 집권세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조계종단에서는 학력을 문제 삼아 자승 원장을 비판하는 한 종회의원을 공권정지 10년에 더해 3단계의 법계강등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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