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승 원장이 지난 3일 오후1시께 부산 해운정사에서 멸빈자인 서의현 전 총무원장과 함께 종정 진제 스님을 예방하고 조실채인 금장실을 나고 있다. ⓒ2017 불교닷컴

자승 종권의 버팀목인 중앙종회 연합 계파인 불교광장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보자 추천에 자승 원장이 직접 개입해 선거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자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일고 있다.

종삼 스님이 불교광장 회장직을 사퇴했다. 자승 총무원장이 선거 개입은 물론 연합 계파인 불교광장의 근본적인 소통 구조를 훼손한 것이 종삼 스님의 사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24일 무량회장 자현 스님, 법화회장 범해 스님, 화엄회장 정념 스님, 금강회장 등운 스님이 대구 모처에서 긴급 회동한다. 종삼 스님 사퇴 만류를 위한 모임이지만 뜻을 번복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종삼 스님은 불교광장 회장이지만 주요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승 원장 측근 종회의원 중심의 직진 행보가 회장직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불교광장은 각 계파 회장과 종책위원장 등이 모여 한 차례 차기 총무원장 후보자 추천을 논의했지만 딱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념(화엄회장, 불교광장 사무총장) 자현(무량회 회장) 초격(원장이 보냈다) 함결 각림 제정 범해(법화회 회장) 등운(금강회 회장) 삼혜(금강회 종책위원장) 수암 스님(수덕사) 등 12명이 참석했던 지난 10일 각 계파 회장단·종책위원장 모임에서도 자승 총무원장의 뜻을 관철하려는 종회의원과 불교광장의 전체 논의 없이 자승 원장이 먼저 후보자를 추천한 행위를 선거법 위반과 불교광장의 소통과 화합에 저해한 행위로 본 종회의원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종삼 스님은 이 모임을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

종삼 스님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였다. 불교광장의 논의 방식은 내 마음에 기껍지 않다.”고 했다.

설정 스님 후보 추천 논란에 종삼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과 본사스님들이 봉은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을 불교닷컴 보도로 접했다.”면서 “설정 스님 추대 움직임을 직접 보고 듣지 못했다. 그런데 무량회, 법화회가 모임을 했고, 화엄회와 금강회도 모인다고는 들었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겠냐”고 했다.

스님은 “회장직 사퇴 의사는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각 게파 회장들만 만나 사퇴한다. 만류해도 번복은 없다. 저는 이미 결정했다.”면서 “수행자로, 양심을 가진 종회의원으로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내려놓는다. 종도들과 불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종삼 스님은 “불교광장 회원으로 가장 아팠던 일은 영담 스님과 관련한 일이다. 같은 의원이자 선배의원의 종회의원 제명 결의안에 서명한 것이 일생일대의 부끄러운 일로 생각한다. 이 점도 심경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자승 원장의 선거 개입 논란과 촛불법회 등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아직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불교광장의 일원이었다. 같은 회원에 예의는 아니다.”면서 “불교광장에서 사퇴하면 많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종삼 스님은 “십수일 전에 흥천사서 4개계파 회장과 종책위원장 등 회의 하면서 2일 전에야 알려주는 행태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퇴 압박하는 것으로 느꼈다.“면서 ”오늘 이후 많은 생각하면서 건강한 생각을 갖고 건강한 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무량회 모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다. 혜자 스님이 군종교구장에 취임하면서 마련된 공양자리에는 고문 격인 장윤·영조 스님을 비롯해 12명의 무량회 회원이 전원 참석했다.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자승 원장의 뜻도 있으니 설정 스님 후보 추천에 동의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선 의원들은 “총무원장이 후보자를 낙점하는 듯 접근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종헌종법을 지켜야할 총무원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 졌다. 또 “불교광장이라는 계파 연합 체제가 어떻게 한 사람에 의해 논의가 좌지 우지 될 수 있느냐”면서 사실상 자승 원장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화회에서도 다수의 회원들이 자승 총무원장의 뜻을 말했지만 일부는 선거법 위반과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기에 설정 스님 후보 추천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제2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종회의원 A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관장하는 초선 종회의원들은 설정 스님 후보추천에 크게 반대하지 않지만, 다선 의원들 안에서는 자승 원장의 독단과 선거법 위반에 논란이 크다.”면서 “10여 명의 종회의원들은 지방의 모처에서 모여 현 종단 상황에 의견을 교환하고 종헌종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종회의원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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