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믿음의 모양에 열세가지 차별이 있다. 첫째는 이미 생겨난 믿음이니 과거·현재의 믿음을 이름이다. 둘째는 아직 생기지 않은 믿음이니 미래의 믿음을 이름이다. 셋째는 정수(正受)1)의 믿음이니 내신(內信)2)을 이름이다. 넷째는 사수(似受)3)의 믿음이니 외신(外信)4)을 이름이다. 다섯째는 타력(他力)의 믿음이니 선지식(善知識)5)의 힘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조잡한 믿음을 이름이다. 여섯째는 자력(自力)의 믿음이니 제 힘에서 생겨난 고운 믿음이다. 일곱째는 미혹(迷惑)의 믿음이니 도리에 위배된 나쁜 믿음을 이름이다. 여덟째는 미혹함이 없는 믿음이니 도리에 위배됨이 없는 좋은 믿음을 이름이다. 아홉째는 눈앞에 나타나는 믿음이니 장애가 없어 진리와 가까운 믿음을 이름이다. 열째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믿음이니 장애가 있어 진리와 먼 믿음을 이름이다. 열한째는 가르침을 듣는 믿음이니 들은 바 가르침에서 생긴 믿음을 이름이다. 열두째는 도리를 구하는 믿음이니 들은 바 가르침에 대해 사색함으로써 생긴 믿음을 이름이다. 열셋째는 관찰의 믿음이니 수행에서 생긴 믿음을 이름이다.
잊기 잘하는 일은 이미 생겨난 믿음에 지장을 준다. 게으름은 아직 생기지 않은 미래의 믿음에 지장을 준다. 행위의 미혹은 정수(正受)·사수(似受)의 믿음에 지장을 주는 바, 소수(所受)6)·능수(能受)7)에 집착하는 까닭이다. 악우(惡友)8)는 타력의 믿음에 지장을 주는 바, 그릇된 도리를 가르치는 까닭이다. 지치기 잘하는 것은 자력의 믿음에 지장을 준다. 그릇된 억념(憶念)9)은 미혹함이 없는 믿음에 지장을 준다. 방일(放逸)10)은 눈앞에 나타나는 믿음에 지장을 준다. 적은 학문은 가르침을 듣고 일으키는 믿음에 지장을 주는 바,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가르침을 받기만을 좋아하는 태도는 도리를 구하는 믿음에 지장을 주는 바, 사유함이 적은 까닭이다. 사유하기만 좋아하는 태도는 관찰의 믿음에 지장을 주는 바, 수행이 적고 자세히 관찰치 못하는 까닭이다.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371. 마땅히 일념(一念)11)으로 여러 생각을 끊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확립하여 호의(狐疑)12)함이 없거라.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

제3장 염불(念佛)

372. 그리고 선남자야! 교살라국(憍薩羅國)13)에 500이나 되는 도둑떼가 있어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재물을 겁탈해 피해가 매우 심했으므로 그 포학함을 걱정한 파사닉왕(波斯匿王)14)이 군을 동원해 이들을 체포하고, 그 눈을 도린 후에 숲 속에 버렸다. 그런데 이 도둑들은 이미 과거의 부처님 밑에서 여러 선근(善根)15)을 심은 사람들이었으므로 실명하여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제각기 나무불타(南無佛陀)16) 나무불타 지금 우리를 구해 주는 이가 없나이다’라고 하면서 울부짖었다. 그때 나는 기원정사(祇洹精舍)17)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서늘한 바람이 향산(香山)18) 속의 갖가지 약초의 향기를 불어와 그 눈자위 안에 가득 차게 해주었고, 그로 인해 도둑들은 눈이 다시 생겨 전과 다름없게 되었다. 도둑들은 눈을 떠 여래가 그 앞에 서서 설법하는 것을 보자, 가르침을 들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19)를 일으켰다. -열반경(涅槃經)

[각주]
1)바른 감수(感受)의 작용. 삼매. 정신통일.
2)내심(內心)의 신앙.
3)선정(禪定)에 들지 못한 상태. 마음이 통일되지 않은 것.
4)외부적인 믿음. 자기 밖의 어떤 권위를 믿는 것.
5)좋은 친구. 마음의 벗. 가르침을 설명하고 불도에 들어가게 하는 사람.
6)감수(感受)의 대상. 자아의 집착.
7)감수(感受)하는 작용.
8)나쁜 친구.
9)마음으로 생각하여 간직함.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
10)멋대로 노는 것. 게으름을 피우는 것. 게으르고 태만함.
11)극히 짧은 시간.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한 번의 생각.
12)여우처럼 의심하게 됨.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심함.
13)인도 갠지스강 중부 유역에 있던 왕국 코살라(Kosala)국. 석가모니 시대에 수도는 사위성(舍衛城)로 국왕은 파사익왕(波斯匿王)이었음. 기원전 5세기 전반에 마가다국에 병합되었음.
14)석가모니 생존시에 교살라국(憍薩羅國,Kosala국)의 국왕이었음.
15)좋은 보답을 받을 만한 착한 업인(業因). 좋은 보답을 가져오는 착한 행위.
16)귀명 (歸命)을 바쳐 불법을 따른다는 뜻.
17)고대 중인도의 교살라국(憍薩羅國) 수도인 사위성(舍衛城)의 남쪽에 있던 불교사원. 코살라국의 기타(祇陀) 태자의 소유였던 동산을 사위성의 수달(須達)이라는 부호가 매입하여 정사(精舍)를 지었다. 석가모니가 생존하였을 때 자주 머물면서 설법한 곳으로 초기 불교의 정사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마가다국 왕사성의 죽림정사(竹林精舍)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 가람으로 불림.
18)향취산(香醉山). 한나라에서 말하는 곤륜산(崑崙山). 무열지의 북쪽에 있는 염부제주(閻浮提洲)의 최고 중심.
19)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부처님의 깨달음의 지혜로 위없이 뛰어난, 바른 평등.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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