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문불(慧超問佛) [법안답혜초 法眼答慧超]
한 스님이 법안화상에게 정중히 물었다. “저는 혜초라고 하는 중입니다. 감히 화상께 묻겠습니다. 부처란 본래 어떤 것입니까?” 법안은 이 말에 부처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네가 바로 혜초였군.”했다. 《벽암록》 제7

법안호리(法眼毫厘)
법안화상이 수산주(修山主)에게 물었다. “털끝만큼의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다. 그대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수가 말하기를 “털끝만큼의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습니다.”고 했다. 법안화상은 또 “어떻게 알았는가?”물었다. 수가 답하기를 “저는 그저 그와 같이 알고 있습니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니 법안화상이 “털끝만큼의 차이가 있으면 천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수는 법안화상에게 절했다. 《종용록》 제17

법안강륙(法眼舡陸)
법안화상이 각(覺)상좌에게 물었다. “배를 타고 왔는가, 아니면 육지로 걸어왔는가?” 각상좌가 “배로 왔습니다.”했다. 법안화상은 “배는 어디 있는가?”하니 각상좌가 “강바닥에 있습니다.”하고 물러갔다. 법안화상은 옆에 있는 스님에게 물었다. “이 중이 어떻게 왔는지 말해보라. 눈이 있는지 없는지를.” 《종용록》 제51

법안질명(法眼質名)
한 스님이 법안화상에게 물었다. “가르침을 듣고자 한 말씀 하겠습니다. 무주(無主)의 근본에서 일체의 법을 세운다는데 무주의 근본이란 어떤 것입니까?” 법안화상이 이르기를 “형태는 미질(未質)에서 일어나고 이름은 미명(未名)에서 일어난다.” 하였다. 《종용록》 제74

이승권렴(二僧卷簾)
청량의 대법안화상이 어느 때 한 스님이 점심 전에 입실하니 손으로 발을 가리킨다. 그때 두 스님이 함께 가서 발을 말아 올렸는데 법안화상은 한 스님은 덕을 보고 한 스님은 손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종용록》 제27 《무문관》 제26

73. 화산무은(禾山無殷 ?∼960 靑原下)

길주화산의 무은선사는 복주 사람으로 속성은 오(吳)씨이다. 일곱 살 때 설봉의존(雪峰義存)선사에 따라 출가했다. 뒤에 구봉도건(九峰道虔)스님의 제자가 되어 그 법을 이었다.

▲ 삽화=강병호 화백

처음 구봉스님과 상면하게 되었을 때 구봉스님이 물었다.
“멀고도 먼데서 와서 맑고 밝은 대중을 따른다. 무슨 경계를 보고 수행할 것인가. 무슨 경로를 따라 능히 출리할 것인가?”
화산은 “중혼(重昏)이 밝게 열려도 장님은 장님입니다.”라 대답하고 제자가 될 것을 허락받게 된다.
득법한 뒤 화산에 살았는데 학도가 사방에서 모였다. 강남의 계(季)씨가 스님을 청해서 교화를 받아 그 도예가 한때 높게 나타났다. 또 국주(國主)는 스님을 존경하여 양주의 상광원(祥光院)에 있게 하였으나 잠시 주석하다 다시 화산으로 돌아와 취암(翠巖)을 거주처로 하였다.
때에 상남(上藍)이 공석이 되었기에 스님에게 살게 하고 대중들을 위해 천교(闡敎)를 청하였다. 또 스님을 존경하여 징원선사(澄原禪師)라 불렀다.
스님은 큰 북소리에 의해 깨달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무엇을 물어도 ‘해타고(解打鼓)’하나만을 밀고 나가니 이윽고 ‘해타고’의 가풍이 만들어졌다.

 "달마 온다면 어떻게 맞을 것인가?"
 어떤 물음에도 오로지 "쿵쿵 쿵덕쿵"

송(宋) 태조 건융(建隆) 원년 2월 병이 나타나 3월 2일 대중에게 작별을 고하고 “뒤에 온 학자가 아직 화산을 모른다. 지금 진중(珍重)히 알라.”는 말을 남긴 뒤 입적했다. 시호는 법성선사(法性禪師)라 한다.

화산해타고(禾山解打鼓)
화산화상이 제자들에게 수시(垂示)해서 말했다.
“배워 얻은 지식은 문(聞)이라 하고 다 배워서 더 배울 것이 없을 때는 인(隣)이라 한다. 이 두 가지를 초월한 것을 진과(眞過)라 한다.”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진과란 어떤 것입니까?” 화산화상은 “해타고.”라 답했다. 스님이 또 물었다. “진과도 초월한 성제의 제일의는 무엇입니까?” 역시 화산화상은 ‘해타고’라 말했다. 스님이 또 묻기를 “우리의 마음이 곧 불심(卽心卽佛)임을 잘 알고 있는바 비심비불(非心非佛)은 어떤 것입니까?”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화산은 “해타고, 쿵쿵 쿵덕쿵.”하고 말했다. 스님이 또 물었다. “석가나 달마 같은 훌륭한 분이 오신다면 어떻게 맞이하겠습니까?”하니 화산화상은 끝까지 “쿵쿵 쿵덕쿵.”이라 했다. 《벽암록》 제44

74.운문문언(雲門文偃 ?∼966 雲門宗 開祖)

소주운문의 문언선사는 가흥(嘉興)에 살았던 장한의 13대 자손으로 속성은 장(張)씨다. 성질은 매우 기민하고 말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어릴 때 공왕사 지징율사(志澄律師)에게 출가하여 수년간 사분율을 배웠다. 그러나 율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목주도명(睦州道明)선사를 찾게 되었다. 처음 도명과 만났을 때 문을 닫고 만나주지 않았다. 일방적 박대 속에서 만날 기회를 엿보다가 사흘째 되는 날 잠깐 문이 열리자 곧바로 들이닥쳤지만 문 사이에 사로잡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명은 이런 문언의 멱살을 잡고 “말하라. 말하라.”다그쳤다. 문언은 우물쭈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그를 보고 도명은 “진나라때 황제의 수레바퀴에 구멍 뚫린 놈이로구먼.”이라 말하곤 문밖으로 밀쳐냈다. 이 순간 운문은 막힌 것이 한꺼번에 뚫리는 깨달음의 경지를 맛보게 된다. 이후 운문은 도명선사의 친절한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뒤 운문스님은 도명선사의 권함에 따라 설봉의존선사 곁에 가서 상견할 기회를 갖게 된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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