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로회의에 청정승가가풍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불교단체가 함께 결성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공동대표 허태곤·신학림, 이하 시민연대)가 초심호계위원 모 스님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 17일 오후 1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원로회의에 청정승가 가풍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시민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조계종이 독신 출가자를 중심으로 성직자를 구성해 교단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과의 굳은 약속이며, 종헌 종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며,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조계종 총무원에 독신 출가를 규정한 종헌 제9조를 준수하라는 어떠한 요구도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은처, 성폭력 의혹이 있는 고위직 승려 사례와 징계 수위를 일일이 나열한 시민연대는 “국민들에게 정화운동의 주체로 청정 승가의 서약을 했던 원로 스님들이 다시 한 번 나서주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청정승가가풍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계종이 은처와 성범죄 악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반 조치와 피해 여성 자립 조치를 취해 줄 것 △은처, 성범죄 연루 승려들을 조속히 해임하도록 유시를 내려줄 것 △종헌 질서를 무너뜨린 현 총무원장과 호법부장에게 종단 질서 유지와 관련한 종무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유시를 내려줄 것 등을 요청했다.

▲ 원로의원 암도 스님이 손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조계사 출입구에 서 있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회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 기자회견 직후 조계사 앞 피켓시위에 참여한 불자가 조계종 적폐 청산을 기원하며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대표(한양대 교수)는 인사말에서 “왜색불교를 몰아내고 출발한 조계종은 비구·비구니가 정체성의 기반이지만 지금은 은처와 성폭행이 드러나도 소임을 맡기는 종단이 됐다”며, “종헌·종법이 무력화되고 조계종을 지키는 근간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대중들이 청정승가 구현에 나섰지만 조계종 집행부는 일말의 반성도 변화도 없다”며, “더 강력하게 종단 부정 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대표는 규탄사에서 “초심호계위원 모 스님이 한 여성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인권을 유린해 왔는데도 지난 5년간 주변에서 아무도 몰랐을 수 없다”며, “스님이라고 의혹을 눈감아주며 넘어가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사회에서는 언어 성희롱만으로도 고위직이 파면을 당하기도 한다”며, “고위직 스님이 성폭력을 행사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불교계는 희망이 없다. 명명백백히 밝히고 처벌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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