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로 ‘자승 OUT’ 글자를 만든 불자들이 “작은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되어 무소유의 청정한 승가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하고 있다.

부도덕한 정권을 몰아낸 촛불혁명이 불교계에서도 시작됐다. 범계, 폭행, 정교유착, 불교언론 탄압 등 만연한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사부대중의 염원이 조계사 앞과 종로 보신각광장에서 타올랐다.

전국선원수좌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신대승네트워크, 불교환경연대, 조계종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청정승가 공동체 구현 및 종단 개혁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보신각광장에서 ‘조계종 적폐 청산 제1차 촛불법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법회에는 조계종의 개혁을 염원하는 사부대중 500여 명이 동참했다.

촛불법회는 식전 공연으로 시작됐다.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 밴드동아리 ‘마구만’과 3인조 기타 보컬그룹 ‘소풍전날’이 무대에 올라 촛불법회 분위기를 돋웠다. 이어 적광 스님 폭행 장면과 인터뷰가 담긴 동영상이 상영돼 조계종 적페 청산의 당위성을 각인시켰다.

촛불법회의 문은 여의도포교원 원장 현진 스님이 열었다. 현진 스님은 ‘여는 말씀’에서 “종단이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은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철학의 부재가 적폐가 만연한 현 종단을 만들고, 법과 율이 사라진 승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어 “적광 스님을 폭행한 것이나 언론과 비판 세력을 죽이려는 것이 살생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교구장의 음계 사실이 드러나도 해결하지 않으며, 온갖 거짓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조계종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종단 행정의 수장인 자승 총무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 법회에 많은 분들이 참석한 것을 보니 마음이 하나로 모여 조계종의 적폐가 반드시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 촛불법회에 동참한 스님들.

▲ ‘자승 OUT’ 손피켓을 든 불자.

자승 총무원장과 그 체제를 비판하다 제적당한 명진 스님도 무대에 올라 촛불법회에 힘을 보탰다. 스님은 “정의를 따르다가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낫다”는 <고닷따경>의 구절을 인용해 “정의를 따르다가 제적을 당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면서 원장질을 하는 것보다 낫다”며, “한 발 한 발 정의를 향해 나아가 부처님의 자비가 이 땅에 넘칠 때까지 함께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연대의 말씀’에서 “광화문 촛불혁명이 불교로 옮겨져 놀라운 역사가 실현되고 있다”며, “조계종에 민주적인 집행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재야운동가들도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촛불법회 법문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고문인 청화 스님이 했다. 스님은 법석에 올라 자작시 ‘촛불을 들자’를 낭송하고, “종단 구성원으로서 실망과 상심과 절망만을 안겨준 작금의 종단 현실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며 불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재 종단에는 이른바 도를 더럽히는 스님들이 많다”고 지적한 스님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이 종단 방향을 좌우할 동력이 되어 종단을 혁신하리라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승 총무원장 8년 동안 결사니 화쟁위니 대중공사니 한다는 말은 들었으나 그 결과를 들은 바 없고, 갈등을 해결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으며, 무엇을 변화시켰는지 아는 바 없다”며, “결사니 뭐니 하는 종책들은 종단 변화 발전 위한 것 아니라 드러나면 큰일 날 무언가를 덮기 위한 포장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승 원장의 업적은 불교신도가 300만 명이나 줄어들게 한 일과 최초로 조계사 앞에 피켓 시위대를 등장케 한 일”이라고 빗댄 스님은 “현 원장이 전무후무한 성과를 이뤘으니 사퇴하란 말은 하지 않겠다. 남은 임기동안 반성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적폐를 청산하라”고 요구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좌절과 무력감의 시간 보냈을 것이지만 우리는 종단 적폐를 보고 분노하며 피켓을 들었다”며, “이제부터는 떨치고 일어나 종단 발전과 개혁을 위해 고귀한 힘을 모을 때다. 우리 모두 촛불의 대열에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 촛불법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조계사 앞을 지나고 있는 촛불집회 거리행진 참가자들.

청화 스님이 법문을 끝낸 직후 법회 동참 대중은 촛불법회 현수막을 앞세우고 종각네거리에서 안국동네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조계사 앞에서 불자들은 ‘조계종 적폐 청산’과 ‘자승 원장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며 구호와 함성을 외쳤다. 촛불법회는 당초 조계사 옆 우정국공원에서 걷기 명상을 한 후 회향할 예정이었지만, 조계사가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보신각공원으로 되돌아와 회향했다.

보신각공원으로 돌아온 동참자들은 각자 들고 있던 촛불로 ‘자승 OUT’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동참자들은 이어 “오늘 저희들의 간절한 기도가 조계의 당간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불안과 불신, 교만과 비굴을 이기는 힘이 되게 해달라”며, “가난한 여인의 등불이 꺼지지 않았듯이, 개울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어서 바다로 나가듯이, 평범한 종도들의 작은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되어 부정과 부패를 태워 무소유의 청정한 승가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발원했다.

연석회의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보신각광장에서 촛불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2차 법회는 8월 3일 열린다.

▲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촛불로 ‘자승 OUT’ 글자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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