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5시 30분 문 닫힌 봉은사 다래헌 ⓒ2017불교닷컴

자승 총무원장이 이끄는 조계종 계파모임 불교광장이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을 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법에도 없는 선방 대중공양금을 문제 삼아 수불 스님에 대해 ‘자격박탈’ 운운하더니 정작 자신들은 선거운동기간이 아님에도 차기 후보를 논의하는 등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날 모임은 자승 총무원장과 10개 본사주지들이 참석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할 종무원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논란도 거셀 전망이다.

27일 오후5시30분 자승 총무원장은 봉은사 주지채인 다래헌에서 불국사 관장 종상 스님, 10개 본사 주지를 참석시킨 가운데 차기 총무원장 후보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오후 7시 20분까지 이어진 논의에서 설정 스님을 유력한 후보로 결정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수위와 종무원들을 동원해 다래헌 입구를 지키고 문을 굳게 잠금 채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다래헌을 나와 오후 7시 31분 수덕사 정목 스님이 탄 승용차가 봉은사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회동은 마무리됐다. 한 관계자는 “원로인데다 종단 안팎으로 신망받고 있어 낙점했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도 최근들어 추대할 경우 차기 총무원장에 출마할 뜻을 주변에 밝히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충분히 돌파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본사주지는 용주사 성월, 신흥사 우송, 법주사 정도, 수덕사 정묵, 은해사 돈관, 불국사 종우, 금산사 성우, 화엄사 덕문, 관음사 허운, 선운사 경우 스님 등 10명이다.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도 초청을 받고 상경했으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은해사 박물관장 돈명 스님도 예상과 달리 불참했다. 당초 이날 회동은 오후 5시 강남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키로 했으나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가면서 봉은사에서 오후5시 30분에 모이기로 긴급히 변경했다.

▲ 오후7시 20분 회의 참석한 본사주지들 ⓒ2017불교닷컴

한 참석자는 “설정 스님을 거론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로이신 어른께서 마음을 내준다면 고맙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며 “차기 후보를 확정한 것은 아니고, 불교광장 전체의 뜻도 아니다. 그 때문에 모인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27일 밤 설정 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결정됐다는 소식은 중앙종회의원을 비롯한 스님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종단을 혼란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날 불참한 한 본사주지 스님은 “금시초문이다. 사실이라면, 왜 그런 일을 일부가 결정하는지 알 수 없다.”고 의아해 했다.

또 다른 중진 스님은 “일단은 설정 스님 대 수불 스님, 즉 자승 대 반자승 구도로 총무원장 선거전이 번지게 됐다.”면서도 “이날 회동이 불교광장 전체 의견일 수 있는지, 끝까지 설정 스님을 밀고 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고 본사주지들까지 대거 동참해 차기 총무원장 후보를 정한 게 사실이라면 중앙선관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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