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붐탕의 산골 사찰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트럭에 올라탄 마을 사람들. <사진=하도겸>

전 국민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나라가 부탄왕국이다.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을 도입했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의 은퇴 후 2006년 12월 17일 즉위한 아들 케사르 남기엘은 절대 왕권을 포기하고 나라를 입헌군주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치러진 최초의 하원 총선에서 왕당파 부탄 통일당은 47개 가운데 44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무려 4명의 왕비를 배출한 외척 상가이 응게덥이 주도한 국민민주당은 참패했다. 한편, 2006년 4월 22일 이웃나라 네팔의 갸넨드라 국왕은 국민의 거센 민주화 요구 시위로 왕정은 붕괴되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가난한 국민들의 열망, 네팔 왕정의 붕괴, 외척의 득세를 두려워 한 전왕과 왕자의 회심의 히든카드로 내세운 '왕정'의 종말과 '국왕'의 은퇴는 마치 '행복'을 위한 선양인 듯 꾸며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대국민 아니 전세계를 향한 홍보 이벤트 같기도 하다.

부탄 사람은 어렵게 생활한다. 국민 대부분 고산에서 농지를 개간해 자급자족한다. 의복 등 필수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교통편도 부족해서 좁고 험한 비포장도로를 몇 주씩 걸려 가야 한다. 부탄의 GNH 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기부활동, 읽고 쓰기 능력, 지식수준 등에 관한 만족도는 50% 미만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불교와 농사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부탄에 1999년부터 TV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18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부탄의 전통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수도 팀푸의 밤 거리는 클럽의 터질듯한 굉음과 술에 취한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클럽에서 만난 몇몇 젊은이는 귓속말로 '겉으로는 행복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불행하다'고 전한다.

부탄은 정말 행복한 나라일까? 혹시 가난한 나라가 자기 합리화를 통해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이 없어 점심을 굶고 물로 때우는 학생들조차 “밤에 갈 집이 있고 가족들과 앉아 옥수수를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행복은 비교하면 안된다"는 말을 마치 세뇌된 것처럼 한결같이 외우고 대답을 하는 듯하다. 부탄의 현실 등을 전혀 보려고 하지도 않은 그들의 ‘행복론’의 실체가 참으로 불편하다고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전한다.

모든 매체에서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강조하다 보니 가난과 문맹 그리고 자살 등 많은 어두운 사회적 문제들이 감춰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부탄은 2012년 한 해 동안 119명이 자살해 평균 인구 10만명당 17.3명(남성이 23.1명으로 전체 32위, 여성은 11.2명은 13위)으로 22위를 기록했다.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하다면서 왜 그리 많이 자살하는 것일까? 특히 청소년층에서의 자살 증가는 미수를 합치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탄이 홍보하는 대로 알려진 행복만 보려고 한다. 부탄 여행은 부탄에 가서 만들어진 행복만 보고 느끼고 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행복아카데미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니 '달라이라마 마케팅'과 비슷한 '부탄행복마케팅'이 생각난다.

부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가? "북한[부칸]처럼 아니 북한보다 불행한 나라가 부탄"이라고 하는 여행가 이태야 선생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을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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