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알세불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귀신들의 왕’ 사탄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성도를 방해한 마라, 부처님께서 중생을 향해 전법하는 것을 만류한 마왕 파순이 바알세불에 해당될 것이다. 바알세불은 히브리어로는 ‘파리떼의 왕’이라는 뜻이다.


바알세불은 예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지옥에 갇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소리가 들려 알아보니 지옥이 부흥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린 후에 묶였던 족쇄도 풀려 자유롭게 된 바알세불은 부하 악마를 불러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부하 악마들은 예수의 가르침이 있었지만 세상은 그 가르침을 믿지 않았고 그래서 지옥이 다시 부활됐다고 답했다. 바알세불은 믿기지를 않아 다시 물었다. 부하 악마는 ‘교회’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교회에 대해 설명을 했다.

교회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믿지 않을 때는 항상 신을 증인으로 내세워 ‘신에게 맹세코 제가 하는 말은 진실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신이 특정한 사람에게 권한을 주었으며, 그 권한을 물려받은 자신들만이 진리라고 주장한다. 즉 진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교회’가 아니라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제자들에게, 또 그 제자들로부터 후대의 제자들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진정한 후계자이기 때문에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진정한 후계자로 자처하면서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인간에 대한 최고의 권력을 획득하게 되자 거만해지고, 타락해져서 자기들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을 폭력을 사용하여 탄압하고, 박해하고, 진리를 음해하는 세력이라고 매도하였다. 이러한 ‘교회’의 타락이 결국 악마를 부활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역사를 바꾼 종교개혁가들>에서 인용, 이동희, 지식의숲)

톨스토이의 <지옥의 붕괴와 부흥>에 나오는 이야기다. 기독교를 내세우는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풍자한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한국불교의 위기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위직 승려, 그들을 추종하고 공생하는 일부 세력들은 자신들이 부처님으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후계자이기 때문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것이며,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부처님 가르침에 합당한 일이라고 주장을 한다.

이들은 “종단운영을 둘러싼 과잉경쟁과 폭로 등 비승가적인 양상이 표출되면서 구성원을 이탈시키고 불교에 대한 사회적 호감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고 지적을 하면서도 정작 비승가적 양상을 표출시킨 고위직 승려들의 행태에는 침묵을 지킨다. “이제는 내부를 향해 총질을 하는 시민단체만 남은 것 같다”고 발언을 하면서도, 범계승들이 내부에서 선량한 불자들을 향해 부정과 부패의 구정물을 퍼붓는 행위에 대해서는 “안했다고 했는데 왜 믿지를 않느냐”며 뒷담화나 앙심으로 폄훼한다.

‘차별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도 내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차별을 넘어 탄압과 음해를 하고 심지어 납치, 감금, 폭행을 자행하면서도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기는커녕 내부 총질이라고 매도하는 현실을 보면, 톨스토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왕파순이 전법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을 위해 진리를 설하신 부처님의 대자대비 사상은 간 곳이 없고, 다시 마왕 파순이 부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를 쓴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로마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은 까닭은 그 지역이 부패할 대로 부패해서 개혁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한국불교의 심각한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위직 승려들은 “역대로 종단이 현재와 같이 안정된 적이 있느냐”고 태평성대를 부른다고 한다.

부처님의 전법선언으로 오늘날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었지만, 일부 세력들은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믿지 않고 권력과 계파만을 믿고 있다. 그래서 그들 눈에는 권력과 계파의 그늘 아래서 호가호위하는 편안함만이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개혁은 종단 안정을 해치는 내부 총질이며, “중생이 아프므로 내가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이야기는 비승가적인 폭로일 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바알세불은 히브리어로 ‘파리 떼의 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제사상에 놓인 돼지머리에는 파리 떼가 달려든다. 그 파리 떼는 쫓아도 그때 뿐, 다시 또 달려든다. 그것은 본능적인 탐욕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 탐욕을 절제하라고 가르치신 분이다. 탐욕을 절제하지 않으면 결국 마왕 파순이 자신을 지배하게 된다. 그것이 결국 지옥의 부흥이다.

2017년 10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조계종, 부처님 가르침으로 개혁을 할 것이냐? 아니면 마왕 파순의 부흥으로 갈 것이냐? 결국 인과응보를 믿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연경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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