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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절 건물, 능사 아니다
2017년 07월 26일 (수) 08:40:33 신규탁 buddhismjournal@daum.net
1.
과거-현재-미래. 이렇게 인간은 ‘시간의 형식’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한다. 한 개인의 삶을 두고 보더라도 그렇고, 개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또는 사회를 보더라도 그렇다.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 반성하고 닥쳐올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 현재를 계획하여 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기를 꾸준하고도 심도 있게 하는 과정 속에 변화도 있고 발전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인구가 현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것은 여러 통계를 통해서 보고되고 있다. 이와 연동하여 불교계의 독신 출가 인구도 자연 감소되리라는 것도 예측된다. 실제로 매년 드러나는 대한불교 조계종이나 천태종의 출가 연령이나 출가 인구를 보더라도 실감이 간다. 바로 이런, 거의 확정적인 미래의 현실을 당면했는데, 소위 전통적인 산중의 역사적인 사찰들은 건물 수가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건물을 짓는 것인데, 그 속에서 살 사람은 줄어들 것이 예측이 되는데도, 건물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사원은 수행자들의 수행 공간이다. 또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원의 의미가 확장되어 재가 신도들의 신앙 공간의 기능을 더해 갔다.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사원의 건축물을 유지 보수하는 것은 한 국가의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공적인 자금을 들여서 사찰의 건축물 보존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고(古) 건축물, 특히 목조 건축물의 유지 관리에는 비용이 적잖이 든다. 게다가 산 속에 있는 절들의 경우는 냉난방을 거의 전기나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지출 경상비 중에서 냉난방비가 만만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여, 옛 건축물의 경우는 보존하고 유지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이제는 실용성을 고려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화재적인 가치와 또 그 시대의 예술과 철학을 담은 구조물을 짓는 것에 부정하려는 뜻은 아니다. 그러한 건물을 짓더라도 기존의 오래된 전통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할 것이다. 고찰을 세울 당시, 당시 사람들의 발상을 지금의 우리가 고민하여 그 정신을 유지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연세대학교 캠퍼스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신촌에 있는 연세대학의 건물 배치는 소위 ‘중심축’이 있다. 정문에서 시작하여 설립 당시 문과대학으로 사용하던 '언더우드관'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중심축이 있다. 그것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건물을 세웠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해방 후 지금에 이르기 까지 그 축은 계속 존중되어왔다. 옛 사원들도 그런 중심축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큰 산문(山門)의 대가람도 역시 본찰이 있고 주변에 암자들을 포함한 전체적 배치가 고려되었다.

3.
아깝더라도 전체의 틀을 해치는 건물을 단계적으로 철거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헐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수행자들의 수행공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공동주택’ 식으로 현대식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룸’으로 만들어 ‘대방’이 아닌 ‘각방’을 지어 최대한 편리하고 에너지 관리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기존의 고건축물의 미관과 기능을 고려하여 ‘가려진 곳’에 지어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각 절의 지형 조건에 맞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첨언한다. 절의 개체 수를 줄이자는 말은 아니다. 절의 기능은 신도들의 수행 공간이기도 하며 포교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사는 곳이면 접근성과 인구 밀도 등을 고려하여 절의 숫자는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할 것이다. 신도시에 절을 더 지어야 할 것이다. 또 인구가 적은 시골이라 하더라도, 그 곳 중생들에게도 불법을 만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도 절을 지어야 할 것이다. 한 번은 내가 속리산에 있는 큰 절에서 일주일을 머문 적이 있었다. 각종 전각과 요사는 즐비한데 그곳에 사는 승려 수는 적었다. 중심이 되는 본당에서 조석 예불을 하는데, 사미들이 절대 다수이다 보니 운곡이며 사물을 다루는 솜씨가 영- 아니었다. 흩어져 살더라도 예불에는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불교의 공동체 정신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 한국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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