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을, 국가기관의 도움 없이 오롯이 한 개인이나 단체의 원력으로 매체에 담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가는 자금은 둘째 치고라도 그런 원력을 세우는 것도, 그 원력을 중단 없이 이어가 성취해 내는 것도 어지간한 신심과 정진력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축산 법성사가 펴낸 《깨달음의 빛 비로자나불》은 주목할 만하다. 개인 원력으로 시작해 지방의 작은 사찰이 국가기관이나 단체의 도움 없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긴 세월 동안 지난한 정진 끝에 완성해낸 역작이기 때문이다.

이 책 발간은 법성사 창건주인 덕오당 법성 보살의 유지로부터 시작됐다. 법성 보살은 생전에 전국에 있는 비로자나불상을 찾아 책으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법성사 대중들이 입적 3년 뒤인 2008년 발원해 도록 발간의 대작불사가 시작됐다.

법성사는 비로자나불을 집대성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받아 수록 대상 불상 목록을 만들고, 전문 사진작가와 불교미술사학자에게 사진 촬영과 작품 해설을 맡겼다.

법성사는 당초 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에 상관없이 전국 사찰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거나 노천에 흩어져 있는 비로자나불을 모두 찾아 수록하려 했다. 그러나 조성 연대와 연원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았다. 세 차례 조사에서 추린 불상이 200여 점. 이 중에서 역사성을 고려해 조선시대 비로자나불까지 수록하기로 했다. 그렇게 최종 선정한 불상이 157점이다.

이 책에는 전국에 산재한 비로자나불 157기를 찍은 사진 1800여 장이 상·하권 800여 페이지에 빼곡히 담겨 있다. 그동안 불교문화를 표현하는 여러 갈래의 도록이 나왔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현존하는 특정 불상을 집대성한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책에는 출간 작업을 한 이들의 노고가 배어 있다. 정태호 작가는 불상을 일일이 직접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촬영도 기존 사진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작가의 정성과 불심, 심미안으로 담아냈다. 여기에 불교미술사학자인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수록 불상 한 점 한 점마다 일일이 꼼꼼하게 해설을 썼다. 편집은 국내 굴지의 디자인 전문 출판사인 안그라픽스가 담당했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비로자나불 불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서울ㆍ경기,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6개 권역으로 분류하고, 경상도 지역에 비로자나불이 집중 분포돼 있는 점을 감안해 서울ㆍ경기, 강원도, 충청도를 상권에,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하권에 수록해 2권 1책으로 제작했다. 각 지역의 첫 면에 지도를 더해 불상의 위치를 가늠하고 분포 현황을 살핌으로써 답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영축산 법성사 | 2권 1세트 |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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