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자신이 승가의 지도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도 지정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이 설한 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아난다 존자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불멸후에는 ‘장로비구(thero bhikkhu)’들이 승가를 이끌어가게 되었다. 그런 사람을 ‘승가의 지도자(saṅgha-pariṇāyaka)’라고 불렀다. 불교지도자란 곧 승가의 지도자를 의미한다. 지금의 총무원장이나 종정 등이 이에 속한다.

초기경전과 빨리 율장에 불교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율장》에 불교지도자란 “증상계(增上戒)를 어기지 않고, 증상행(增上行)을 어기지 않고, 증상견(增上見)을 어기지 않고, 많이 배우고[多聞], 지혜를 갖춘 자이다.”(Vin. Ⅰ. 64)고 했다. 증상계란 바라이죄(波羅夷罪)와 승잔죄(僧殘罪)를 말하고, 증상행이란 바라이죄와 승잔죄를 제외한 바일제죄, 사타죄, 투란차죄(미수죄) 등을 말한다. 그리고 증상견은 삿된 견해에 빠지지 않고 바른 견해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Smp. Ⅴ. 989) 이것은 모름지기 불교지도자라면, 붓다가 제정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어기지 않고, 바른 견해를 지니고, 많이 배우고,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빠라지까(Pārājikā)는 바라이(波羅夷), 단두죄(斷頭罪), 구빈죄(驅擯罪) 혹은 불공주(不共住) 등으로 번역된다. 불교 계율 중 가장 무거운 죄로 승단에서 추방하는 죄를 말한다. 단두죄란 실제로 머리를 자른다는 뜻이 아니라 승려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의미이다. 구빈죄는 승단에서 좇아 물리친다는 뜻이다. 즉 승단에서 추방시키는 무거운 죄라는 뜻이다. 이 바라이죄는 참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발각 즉시 승단에서 추방된다.

비구의 바라이죄는 음계(婬戒), 도계(盜戒), 단인명계(斷人命戒), 대망어계(大妄語戒)이다. 음계는 ‘음행하지 말라’는 것이고, 도계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이며, 단인명계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고, 대망어계는 ‘큰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큰 거짓말이란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깨달았다고 거짓으로 말하는 것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통틀어 ‘사바라이죄(四波羅夷罪)’라고 한다. 특히 사바라이죄를 범한 자는 절대로 불교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앙굿따라 니까야》에 장로비구는 “계를 잘 지키고, 빠띠목카(pātimokkha, 戒目)를 수호하고 단속하면서 머문다. 올바른 행위의 경계를 갖추고, 사소한 허물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학습계목을 받아 지녀 배운다.”(AN. Ⅲ. 113)고 했다. 이것은 지계(持戒)에서 장로비구의 리더십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지계(持戒)를 통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부대중은 계율을 어긴 자를 존경하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의 말은 힘이 없고 권위가 없다. 그래서 장로비구는 사소한 허물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장로비구의 리더십은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는 다르다. 정치지도자는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없다면 고위직에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불교지도자는 계율을 어긴 허물이 있으면 그는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앙굿따라 니까야》에 장로비구는 “믿음이 있고, 부끄러움이 있고, 창피함이 있고, 열심히 정진함이 있고, 지혜가 있다.”(AN. Ⅲ. 112)고 했다. 이 경에 언급된 다섯 가지 법은 믿음(saddha), 부끄러움(hiri), 창피함(ottappa), 정진(viriya), 지혜(pañña)이다. 이 중에서 ‘히리(hiri)’는 ‘안으로 부끄러워함’이라는 뜻이고, ‘옷땁빠(ottappa)’는 ‘밖으로 부끄러워함’이라는 뜻이다. 두 단어를 합한 ‘히리-옷땁빠(hiri-ottappa)’는 ‘참괴(慚愧)’로 번역된다. 참괴는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에 속한다. 참괴, 즉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는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승가의 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사바라이죄를 범한 자가 불교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계를 어긴 자는 일체의 공직을 떠나 산림에 머물며, 일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정진해야 할 것이다. 필자 또한 계를 어긴 적이 있기에 일생을 참회하면서 살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면서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는 것도 조금이나마 불은(佛恩)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마성 스님은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된 관심 분야는 불교사회사상이다. 현실을 떠난 가르침은 현대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