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중국 강서성 무주 조산 보적사 세미나장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영담 스님.

중국 선종, 특히 조동종(曹洞宗)은 한국불교와 어떤 역사적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 영담 스님은 지난 10일 중국 강서성 무주 조산 보적사(寶積寺)에서 열린 제1회 중국 조동종 선학 국제 토론연구회에서 ‘중국선종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조동종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영담 스님은 “부처님으로부터 전해져 온 돈오성불(頓悟成佛)의 선맥이 달마대사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져 선종오가(禪宗五家)를 이루었으며, 이 선맥이 신라의 구법승에 의해 한국으로 전해진 후 고스란히 법맥을 이은 것이 조계종(曹溪宗)이므로, 지금까지 한국불교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중국선종의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영담 스님은 “조동종은 청원행사(靑原行思)-석두희천(石頭希遷)-약산유엄(藥山惟儼)-운암담성(雲巖曇晟)-동산양개(洞山良价)-조산본적(曹山本寂)으로 계승되는 법맥에서 동산과 조산을 개조로 하는 종파다”고 소개하고 “조동종의 종풍은 《동산어록》 및 《조산어록》 등에 근거하여 주도면밀(周到綿密)하고 위의섬세(威儀纖細)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상적 특징으로 오위(五位)를 들고, 수행가풍으로는 좌선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송대(宋代) 중기 묵조선(黙照禪)의 수행가풍을 출현시킨 것도 조동종이라고 했다.

조동종의 법맥이 조산 계통에선 일찍이 단절됐고 동산 제자인 운거도응(雲居道膺 828~902)의 계통으로 전승된 것에 주목한 영담 스님은 “운거도응의 문하에서 나말여초 한국의 선사 20여 명이 법을 이어 고려 초기에 조동종지를 크게 진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이엄(利嚴), 회미(廻微), 여엄(麗嚴), 경수(慶獸)선사를 들고 이들은 사무외사(四無畏士)로 불렸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이엄선사(870~936)는 수미산 선문을 개창했고, 긍양(兢讓)선사(878~956)는 희양산 산문을 중창해 조동종 선법을 계승, 신라에 이어 고려의 선문을 드높였다는 것이다.

조동종 관련 저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담 스님은 “고려 일연의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五位)》는 조동종 오위사상의 집대성이었고, 김시습의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는 중국 조동종 계통의 동안상찰(同安常察)의 《십현담》에 대한 주석서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 영담 스님이 발제한 제1분과 토론회 전경.

영담 스님은 조동종 개산조인 동산양개(807~869)가 펼쳤던 선풍을 ‘조도(鳥道)’, ‘현로(玄路)’, ‘전수(展手)’의 세 가지 방편으로 구분했다. 조도는 새가 공중을 날아다니되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일체의 경계에 걸림이 없는 무심의 경지를 체득한 것을 말하며 현로는 일체의 차별견해를 초월한 공적(空寂)한 경계에 이르는 것. 전수는 중생구제의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영담 스님은 마지막으로 동산양개의 ‘동산한서(洞山寒暑)’, 즉 추위와 더위가 닥쳤을 때는 어떻게 피해야 하느냐는 동산의 어록을 소개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다. 더울 때는 스스로 더위가 되고, 추울 때는 스스로 추위가 되어서 덥고 추운 경계를 뛰어넘으라는 가르침이야말로 중생구제의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음은 영담 스님 발제문 전문이다.

中國禪宗이 韓國佛敎에 미친 影響
―曹洞宗을 中心으로―
신라불교가 쇠퇴 할 시기에 신라의 고승들은 다투어 당나라에 구법을 하였다. 특히 당나라 고조 이연시기부터 측천무후시대에는 자장(慈藏), 의상(義湘), 원측(圓測)등 신라의 고승들이 중국에 구법을 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수학하였고, 당나라 현종 이후에 구법을 한 도의(道義, 가지산문迦智山門), 홍척(洪陟, 실상산문實相山門), 혜철(惠哲, 동리산문桐裏山門), 무염(無染, 성주산문聖住山門), 현욱(玄昱, 봉림산문鳳林山門) 도윤(道允, 사자산문師子山門), 도헌(道憲, 희양산문曦陽山門), 범일(梵日,사굴산문闍崛山門), 이엄(利嚴, 수미산문須彌山門)스님등은 신라에 구산선문(九山禪門)을 열고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의 선맥(禪脈)을 개창하였다.

부처님으로부터 전해져 온 돈오성불(頓悟成佛)의 선맥이 달마대사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져 선종오가(禪宗五家)를 이루었으며, 이 선맥이 신라의 구법승에 의해 한국으로 전해진 후 고스란히 법맥을 이은 것이 조계종(曹溪宗)이므로, 지금까지 한국불교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중국선종(中國禪宗)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처럼 중국선종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하겠다. 그중에서 조동종의 선법(禪法)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중국선종은 흔히 선종오가(禪宗五家)라 불리는데, 초조 보리달마로부터 이조 혜가(慧可), 삼조 승찬(僧璨), 사조 도신(道信), 오조 홍인(弘忍)을 거쳐서 그 문하에서 신수(神秀)의 북종선과 혜능(慧能)의 남종선으로 분화되었다. 남종선은 중당 이후로 점차 번성하여 당 말에는 중국 선종의 주류가 되었다. 혜능의 문하인 남악 회양(懷讓) 밑에서 위앙종(潙仰宗)과 임제종(臨濟宗)이 출현하고, 청원 행사(靑原行思) 밑에는 조동종(曹洞宗)·운문종(雲門宗)과 법안종(法眼宗)이 출현하였음은 잘 아는 사실이다.

조동종(曹洞宗)은 청원 행사(靑原行思)-석두 희천(石頭希遷)-약산 유엄(藥山惟儼)-운암 담성(雲巖曇晟)-동산 양개(洞山良价)-조산 본적(曹山本寂)으로 계승되는 법맥에서 동산과 조산을 개조로 하는 종파이다. 종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조사가 주석했던 산명을 도치하여 부른 것이라는 설과 조산이 조계혜능을 상징한다는 설이 있다. 동산 양개(807~869)는 강서성 고안현에서 선풍을 고취하였고, 그 제자 조산 본적(840~901)은 강서성 하옥산에서 종풍을 거양하였다.

조동종의 종풍은 『동산어록(洞山語錄)』 및 『조산어록(曹山語錄)』 등에 근거하여 주도면밀(周到綿密)하고 위의섬세(威儀纖細)하다. 사상적 특징으로는 오위(五位)가 있으며, 수행가풍으로는 좌선을 중시하였으며, 송대 중기에 묵조선(黙照禪)의 수행가풍을 출현시켰다. 조동종의 법맥은 조산의 계통은 일찍이 단절되었고, 동산의 제자인 운거 도응(雲居道膺: 828~902)의 계통으로 전승되었다.

특히 운거도응의 문하에서는 나말여초에 한국의 선사 20여 명이 법을 이어 고려 초기에 조동 종지를 크게 진작하였다. 그 중에서 이엄(利嚴), 회미(廻微), 여엄(麗嚴), 경수(慶獸)선사등은 해동(海東) 사무외사(四無畏士)로 불리울 만큼 신라말 고려초에 조동종 선법을 널리 알렸다. 해동 사무외사 중에서 이엄선사(870-936)는 수미산 선문(禪門)을 개창하였고, 긍양(兢讓)선사(878-956)는 희양산 선문을 중창하여 조동종 선법을 계승, 신라 및 고려의 선문을 드높였다.

또한 고려 일연의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五位)』는 조동종의 오위사상의 집대성이었고, 조선 김시습의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는 중국 조동종 계통의 동안상찰(同安常察)의 『십현담(十玄談)』에 대한 주석서로 유명하다.

한국불교(韓國佛敎)에 선법(禪法)을 전하신 조동종(曹洞宗) 개산조사(開山祖師) 본적선사(本寂禪師) 열반(涅槃) 1117주년(周年) 기념법회(紀念法會)와 조동선학국제논단(曹洞禪學國際論壇)에 초청(招請)을 해주신 조산(曹山) 보적사(寶積寺) 방장선사(方丈禪師)에게 깊은 감사(感謝)를 드린다. 방장스님의 원력(願力)으로 조동종(曹洞宗) 선법(禪法)이 더욱 선양(宣揚)되어 중국불교(中國佛敎)가 중흥(中興)하고, 나아가 세계불교(世界佛敎)의 중심(中心)이 되기를 제불보살전(諸佛菩薩前)에 기원드린다.

아울러 강서성종교문화교류협회(江西省宗敎文化交流協會), 강서성무주시(江西省撫州市), 제일계중국조동선학국제논단조위회(第一届中國曹洞禪學國際論壇組委會), 조동불학원(曹洞佛學院), 강서조동자선기금회(江西曹洞慈善基金會),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中華宗敎文化交流協會) 관계자(關係者)분들에게도 감사(感謝)의 말씀을 드린다.

동산양개선사 어록

동산양개(洞山良价, 807-869) 스님은 당나라 시대의 선승으로 운암담성(雲巖曇晟) 선사의 법을 계승하여 종풍(宗風) 선양에 힘썼으며 조동종(曹洞宗)의 개조(開祖)가 되셨습니다. 동산스님은 조도(鳥道), 현로(玄路), 전수(展手)의 세 가지 방편을 가르치셨는데, 조도(鳥道)는 새가 공중을 날아다니되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일체의 경계에 걸림이 없는 무심의 경지를 체득하는 것을 말하며, 현로(玄路)는 일체의 차별 견해를 초월한 공적(空寂)한 경계에 이르는 것을 말하며, 전수(展手)는 중생구제의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을 이야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산양개선사의 선어록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擧 僧問洞山 寒暑到來如何廻避 山云 何不向無寒暑處去 僧云 如何是無
거 승문동산 한서도래여하회피 산운 하불향무한서처거 승운 여하시무
寒暑處 山云 寒時寒殺闍黎 熱時熱殺闍黎”
한서처 산운 한시한살사리 열시열살사리

한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닥쳤을 때는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동산스님이 대답하였습니다. “왜 추위와 더위가 없는 자리로 가지 않는가?” 스님이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자리가 어디입니까?” 동산스님이 대답하였습니다. “추울 때는 그대를 추워 죽게 하는 그 추위 속으로 뛰어들고, 더울 때는 그대를 더워 죽게 하는 그 더위 속으로 뛰어들라.”

더울 때는 스스로 더위가 되고, 추울 때는 스스로 추위가 되어서 덥고 추운 경계를 뛰어 넘으라는 가르침입니다. 고통이나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직면하여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동산양개선사가 가르치신 중생구제의 보살도를 실천하는 길입니다.


-중국 무주 조산=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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