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광 스님 폭행에 따른 조계종 승려, 경찰관 고소 고발 기자회견장에서 고발장 접수를 하기 위해 중앙지검으로 떠나기 전 주최측 참여자들이 조계종단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적광 스님(선학원 수계명 운정) 폭행에 따른 조계종 승려, 경찰관 고소 고발장이 13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에 접수됐다.

정의평화불교연대 박병기 공동대표, 명진스님 제적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신학림 집행위원장,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 서중희 변호사,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노동자모임 김명희 대표 등은 오전 11시 40분경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고소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적광 스님 폭행사건이 4년 전의 일임에도 이날 고소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① 적광 스님의 탄원,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자승 총무원장의 도박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② 집단 폭행에 따른 상해행위임에도 가담 승려 및 재가 종무원 2인만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의 경미한 처벌을 받았던 것은 그 경위에 의문이 없지 않고, ③ 더욱이 형사처벌 받은 2인에 대한 조계종단의 징계도 없이 현재도 그 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④ 적광 스님은 집단 폭행 트라우마로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등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⑤ 조계종 내의 폭행, 도박 등 위법 일탈 행위가 빈번함에도 현재까지 전혀 자정 내지 처벌되지 않고 있고, ⑥ 국민을 보호하고 위법행위를 저지해야 할 경찰관은 오히려 방관함으로써 폭력행위가 노골적으로, 집단적으로 전개되도록 용이하게 하였다는 6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명변 소속 조영선 변호사가 적광 스님 폭행 당시의 상황을 관련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고소인은 적광 스님, 고발인은 정의평화불교연대 이도흠 상임대표, 명진스님 제적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신학림 집행위원장,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노동자 모임 김명희 대표, 참여불교재가연대 허태곤 대표, 바른불교재가모임 임지연 상임대표다. 피고발인은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조계종 호법부 소속 6명의 스님과 재가자 1명, 적광 스님이 납치돼가는 장면을 보면서도 이를 방관 묵인한 종로경찰서 소속 김 모씨다. 고소 고발인은 이들에 대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위반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직무유기 등의 죄명을 각각 적용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 명진스님 제적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노동자모임 등은 오전 10시 30분 조계사 앞 총무원 진입로에서 적광 스님 폭행에 따른 조계종 승려, 경찰관 고소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조계종단의 자정능력 회복과 적폐청산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명변 소속의 조영선 변호사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중희 변호사는 고소 고발을 하게 된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명진 스님 제적과 적광 스님의 폭행사건으로 들여다 본 불교계는 도덕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이 사건을 맡게 된 배경이다”고 말했다.

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는 “이러한 자리에 설 때마다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적광 스님의 폭행 건은 불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더욱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선종 전통을 내세운 조계종단이 간화선 중심으로 사고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부정적 상황을 야기했다고 본다”면서 “계율을 무시하고 막행막식을 정당화하는 자체가 선에서 사용하는 방과 할을 폭력을 용서하는 방편으로 잘못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는 “거액의 상습도박 사건은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면서 “은처승 문제, 집단폭행, 금권선거, 언론탄압, 종권남용 등 각종 범계행위에 대해 자정능력을 상실함으로써 현 조계종단은 종교집단으로서 기능을 완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희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노동자모임 대표는 “폭력마저도 해결못하는 집단으로 가고 있는 자승 권력은 박근혜 정권을 능가하니 더 폭력적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사회 적폐청산 차원에서 굳게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는 “적광 스님 폭행 이전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 폭행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러한 충격적인)기자에 대한 폭행도 그냥 넘어가니 적광 스님 폭행이 당연시 백주대낮에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허 대표는 “(폭행을 묵인하고 방조한)우리는 과연 뭘 했을까 자문하면 결국 부패해 썩은 냄새가 시민사회로 퍼진 것이 됐다”면서 “이번 사건 만큼은 올바로 결론내자”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또한 “박근혜 대표가 특검에 의해 구속됐듯이 적광 스님에 대한 폭행 관련자도 반드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 적광스님돕기 공동대표 박재동 화백이 조계종단 규탄연설을 하고 있다.

적광 스님 돕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재동 화백도 규탄연설에 나섰다. ‘나의 말과 행동에 잘못과 허물이 있으면 지적해달라’는 경전 속의 한 자자와 포살장면을 소개한 박 화백은 “조계종단 행태는 ‘내 마누라 때리는 데 왜 따지느냐’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적광 스님이 끌려가면서 ‘대한민국에서 이건 아닙니다’고 외치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고 상기했다.
박 화백은 “지성 집단의 동참과 자성을 계기로 새물결이 올 수 있도록 다함께 힘모아 나아가자”고 말했다.

▲ 용주사 주지 은처문제를 거론하다 제적 징계를 받은 대안 스님이 종단의 범계 행위에 대해 참회한다며 큰절을 하고 있다.

매일 조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안 스님은 참회의 의미로 큰 절을 올린 후 “용주사 주지 은처 시비 사건 때 소명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적의 징계를 받았다”면서 “명진 스님이 바른말 했다고 제적한 것은 공산주의 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스님은 “올바른 수행공동체로 거듭나길 발원하며 참회한다”고 했다.

“대중에겐 자비롭고 자신에겐 엄격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측은 이러한 의사를 조계종단에 표명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 조계사측이 기자회견을 방해할 목적으로 급조한 바자회 시설.

조계사는 이날 기자회견이 예정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난데없는 의류 바자행사를 가졌다. 기자회견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술수로 읽혀졌다.

한편 주최측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국정원 앞에서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 퇴출되는데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최병모 변호사의 주장과 관련 이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국정원은 최근 적폐청산 태스크 포스(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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