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은사가 매매한 토지 위에 한국전력공사가 들어섰고, 이 땅은 다시 현대차그룹에 팔렸다. 이 땅을 둘러싸고 현재 조계종은 현대차에 환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초 환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명진 스님에 대해 사찰 불이익 직무유기 운운하며 제적의 징계에 처했다. 사진은 현대차부지 조감도.(사진=지역발전본부 동남권사업단)

명진 스님에 대한 조계종단의 제적 결정문과 기관지 <불교신문> 기사 내용이 정면 배치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결정문에서 불출석을 이유로 호법부의 제소내용을 모두 원용한다고 적시한 부분도 호계원법 등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워 총체적인 부실 징계라는 비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심호계원 "명진 스님이 은인표에 500억 보장"

조계종 초심호계원은 지난 4월 5일 명진 스님에 대한 제적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유는 언론 등을 통해 종정, 총무원장, 종단 집행부 등을 폄하하고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봉은사 주지 때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와 한전부지 환수에 관련한 계약을 맺어 “은인표에게 독자적인 개발권한을 수여하고 전매차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금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하기로 하였고”, “한국전력부지와 관련하여 개인(은인표)의 이윤을 보장하여 사찰에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이다.

<불교신문> "은인표가 명진 스님에 500억 보장"

그러나 <불교신문>은 지난 5일 인터넷판을 통해 “한전부지를 되찾아와 그 개발권을 은 씨에게 넘기면,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그 대가로 500억 원을 받는다는 게 (계약서의)골자다”라고 주장했다.

<불교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초심호계원 결정문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셈이다. 즉 초심호계원은 ‘은씨가 명진 스님에게 최소 500억원을 보장’한다는 주장과 달리 ‘봉은사가 은 씨에게 최소 500억원을 보장’한다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명진 스님의 승적을 박탈하고 승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제적’의 징계를 처한 꼴이다. 호계원 결정문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불교신문>이 허위보도를 한 셈이다.

징계 결정문의 또 다른 오류는 “피제소인이 본 심판부에 불출석했으므로 심판부는 호법부의 제소내용을 모두 원용하다”라는 구절이다. 호계원법에 불출석했다고 호법부 제소 내용을 모두 인용하라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초심호계원은 직접증거, 간접증거, 정황증거 등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한다는 조항이 '호계원법'에 있을 뿐이다.

한 법조인은 "상식적으로도 징계기관이 적정한 징계권행사인가를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는다고 기소한 내용 그대로 징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원종 스님 "스님들 초심결정에 무게두지 않아서..."

초심호계원장 원종 스님은 “자료에 나와 있는 대로 결정했다. 나와 호계위원들이 계약서를 확인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500억 원 보장 주체가 다르더라도 그건 징계 사유의 일부일 뿐이다.”며 “본인이 불출석해 소명하지 않는 것은 호법부의 제소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를 결정문엔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스님들이 초심결정에는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 때 모 스님의 주선으로 다래헌에서 은 씨를 한 번 만났다. 계약은 총무국장이 했고 총무원 총무부장이 입회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다만 내가 은 씨에게 수익을 보장해줄 이유도 없고, 은 씨가 개발이익 등을 보장한다고 했다면 당사자는 내가 아니라 봉은사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승 원장의 비리를 하나씩 밝힌다고 하니까 성급하게 징계를 종용하다 벌어진 실수였거나, 계약서를 확보해 이미 수년 전부터 검토해왔음에도 내가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허위사실로 덤터기를 씌워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려는 술수일 것이다”라고 했다.

명진 스님 "내가 봉이 김선달이냐?"

또 "한전부지는 소유권 자체가 우리에게 없는 것인데, '사찰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겼다'는 호법부 등의 주장이 가당키나하냐.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아먹는 것보다 더한 것이다."며 "<불교신문> 등이 내가 사익을 취하려했다거나 뒷거래를 했다는데, 그럼 몰래 계약하지 왜 봉은사 총무국장이 서명하고 조계종 총무부장이 입회하냐. 모두 공개된 내용이다."라고 호계원과 <불교신문>의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입회인으로 서명한 전직 총무부장 스님은 "관여하고 싶지 않다. 성사되지도 않은 일을 왜 문제삼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명진 스님은 <불교신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잘못된 내용을 근거로 한 징계에 대해서도 무효소송을 검토 중이다.

한편, 첫 번째 징계사유인 스님과 종단에 대한 비판 발언은 최근 법원에서 무혐의결론이 났다. 영담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중앙종회의원 제명무효 확인소송에서 기각당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제17 민사부(재판장 부상준)는 3월 3일 영담 스님의 발언은 종단에 대한 건전한 비판으로 수용할 만한 것이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하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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