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성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불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불도를 이루려면 보리심을 내야 되고, 보리심을 냈으면 퇴전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정진해야만 불도를 성취할 수 있다. 《열반경》에서는 중생들이 보리심에서 퇴전하는 모습과 퇴전하지 않고 보리심을 성취하는 길을 칠보산의 비유로 설하고 있다.

어떤 두 사람이 함께 소문을 들었다. 다른 지방에 칠보산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보배가 많아서 빈궁을 면하게 되고, 이 산에는 맑은 물이 나오는 샘이 있어서 그 물을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나섰다. 한 사람은 갖가지 행구(行具)를 준비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빈손으로 아무것도 지니지 않았다.

얼마를 가다가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칠보를 가득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가서 물었다. “여보시오. 그곳에 정말로 칠보산이 있습니까?”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정말로 있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나는 그곳에서 물도 마시고 보물도 이렇게 많이 얻었습니다. 그런데 길이 아주 험하여 자갈길·가시밭길이며, 물도 없고 풀도 없는데, 도적도 많아서 아주 험난합니다. 가는 사람은 천 명, 만 명이나 되지만 도착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말을 듣고 그중 한 사람은 후회하면서 말하였다. “길이 그렇게 멀고 고생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가는 사람은 많으나 도착한 사람은 몇 안 된다고 하니 난들 갈 수 있겠나. 지금 나의 살림은 그런대로 살 만한데 거기 가다가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 몸을 보전하지 못하면 장수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하였다.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이 중에도 도착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 나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가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져 보물도 많이 얻고 장수하는 물도 마실 수 있을 것이니 죽기로 각오하고 떠나리라.”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은 돌아오고 다른 한 사람은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난 사람은 고난 끝에 마침내 칠보산에 당도하여 물도 마시고 보배도 많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를 봉양하고 친척들까지 도와주었다. 먼저 돌아왔던 사람이 이 일을 보고는 마음에 열이 나서, “저 사람이 갔다 왔는데 난들 어찌 가만이 있으리오.” 하고 곧 행장을 꾸려 길을 떠났다.

이 비유에서 칠보산은 대열반을 비유하고, 맛있는 물은 불성을 비유하며, 두 사람은 초발심한 두 보살을 가리키고, 험난한 길은 생사의 고난에 비유하며, 길에서 만난 사람은 부처님 세존을 비유한다. 도중에 도적이 있는 것은 네 마군을 비유하고, 자갈길·가시밭길은 번뇌를 비유하고, 물도 없고 풀도 없는 것은 보리의 도를 닦지 않은 것을 비유하며, 한 사람이 돌아선 것은 보리심에서 퇴전한 것을, 곧장 나아간 사람은 퇴전하지 않은 보살을 비유한다.

한 사람은 곧장 나아가 칠보산에 갔으므로 불성이 있고, 도중에 물러난 사람은 보리심에서 퇴전하여 불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중생의 불성은 항상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저 험난한 길과 같거니와 어떤 사람이 후회하고 돌아왔다고 하여 도가 무상하다고 말할 수 없으니 불성도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았으므로, 퇴전했던 사람도 다시 용기를 내어 마침내 칠보산에 이르러 보리를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리심에서 퇴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에서는 보리심에서 퇴전하지 않으려면 서원을 세우고 정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곧 부처님께서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속에서 중생을 제도하며, 스승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만일 보리도를 얻을 수 있다면 나도 닦아서 반드시 얻으리라 하여 이 인연으로 보리심을 내고 짓는 공덕이 많거나 적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원을 세운다. “내가 항상 부처님의 제자들을 친근하며 항상 깊은 법을 듣고 다섯 가지 근이 구족하며, 설사 괴롭고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이 마음을 잃지 말아지어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리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다음과 같이 서원한다. “만일 중생들이 나의 수족과 머리와 눈과 사지를 베더라도 이런 사람에게 도리어 대자심을 내고, 이런 사람들이 나에게 보리심을 증장케 하니 만일 이런 일이 없으면 내가 무슨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으리오.”

다음으로는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서원한다. “만일 좋은 몸을 얻어서 문벌이 훌륭하고 재물이 많더라도 교만한 마음이 나지 않게 하고, 내가 항상 십이부경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중생을 위해 연설하면 듣는 이가 공경하고 믿어 의심이 없으며 나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않게 하소서.”

또한 삿됨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서원한다. “차라리 조금 듣고 뜻을 많이 이해할지언정 많이 듣고 뜻을 알지 못함을 원치 않으며, 몸과 뜻과 입으로 짓는 업이 악한 일과 어울리지 않고, 모든 중생들에게 안락함을 베풀고, 몸의 계행과 마음의 지혜가 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으며, 위없는 바른 법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지 않으며, 부정한 물건을 복업으로 여기지 않으며, 올바른 생활로 삿된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바른 정진이 되도록 다음과 같이 서원한다. “작은 은혜를 받더라도 크게 갚기를 생각하고, 십이부경을 닦으면서 게으른 마음을 내지 말고, 중생들이 항상 듣기를 좋아하도록 노력하며, 대중을 항상 화합하게 하고, 중생들의 갖가지 공포를 덜어 주도록 하소서.”

또한 바른 수행이 되도록 다음과 같이 서원한다.

“부모와 스승과 어른에게 항상 공경심을 내고 원수에게는 자비심을 내며, 육념(六念)·공삼매·생멸관·수식관 등의 수행과 천행(天行)·범행(梵行)·성행(聖行)·금강삼매·수능엄정 등을 닦고, 설사 큰 고통을 받더라도 위없는 보리심을 잃지 않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환희하는 마음으로 후회하지 말지니라.”

또한 다음과 같이 삼보에 공양하고 공경해야 한다.

“삼보를 만나거든 의복과 음식·와구·의약 등과 꽃과 향·칠보로 공양하며, 계율을 받거든 견고히 호계하며, 보살의 고행을 환희하여 지니고, 지난 세상의 숙명을 알고,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업을 짓지 말며, 과보 받기 위해 인연을 모으지 말고, 현재의 낙에 탐착하지 말지니라.”

이와 같이 서원하여 보리심에서 퇴전하지 않도록 서원을 세우고 정진해야 불성을 얻고 열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기운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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