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이주민 인권기구 연합체인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조계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에 인종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이주민 인권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이들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주민 인권보호를 위해 차별금지법제정, 이주민분야와 관련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 2018년부터 시행되는 3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이주민 당사자의 의견 적극 반영 등을 새정부에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이주민의 확산에 따른 다문화 다종교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와 종교적 충돌로 인한 갈등과 법적 대립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므로 이의 제도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차별금지법 입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다문화, 다종교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영역에서 일어나는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는 법률 이전에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기본 가치이기도 하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이어서 제11조에서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계종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교인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수행과정의 하나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선언이 구두선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입법에 소극적이거나 반대를 하고 있는 다른 종교인과 정치인들을 설득하여 빠른 시일 내에 제정이 되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부처님 당시에도 차별이 있었다. 《잡아함경》‘손타리경’에 보면 자신들이 브라만 종족으로서 타 종족보다 우월하다고 여긴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당신은 어떤 종족 출신입니까?”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브라만종족 출신이 아닌 부처님에게 조롱섞인 질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어떤 종족인가를 묻지 말고 어떤 일을 행하냐고 물어라”고 대답했다. 어떤 종족이냐에 따라 귀천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 하는 행위에 따라 사람의 귀천이 결정된다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또한 부처님은 가르침을 듣고 “앞으로 부처님의 사부대중에게만 공양을 하겠다”고 선언한 우파알리 거사에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부처님의 사부대중에게만 공양을 하지 말고 일체중생에게 공양을 하라”고 《중아함경》‘우바리경’에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출신성분을 보지 말고 어떤 일을 행하는가를 보고, 불교를 믿는 사부대중만이 아닌 일체 중생에게 공양을 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차별금지법이 사회적인 필요성만이 아닌 불교적으로 당연한 것이며, 불교계가 이러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노력해주길 강력히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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