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26일 일하는예수회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인명진 목사와 ‘탄핵반대 국민대회’ 집회를 주도한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인 서경석 목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예수회는 성명을 통해 “서경석, 인명진 목사는 당장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공동대표를 지낸 인 목사를 영구제명했다.

누구나 정치활동을 할 수 있지만, 일부 성직자들의 지나친 모습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성직자는 교회나 성당 그리고 사찰 등에서 고통받는 신자들을 돌보고 위로하며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안정과 나아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 그들이 모신 ‘신’이나 ‘부처’의 뜻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거꾸로 국민들이 성직자들을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작년 10월 10일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은 서울 봉은사에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면 조계종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할 것이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적법한 행정절차를 밟은 박시장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견해가 적지 않게 제기된 탓인지, 특검 이후 조계종은 박시장이 아닌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고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헌법 제20조 2항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적혀 있다. 성직자들이 국민들이 선출한 시장을 비롯하여 정치인들을 상대로 정치의 중립을 심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촛불민심에서 보았듯이 ‘유권자’인 국민들은 비록 종교를 가졌다고 해도 해당 종교의 ‘성직자’에 좌우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 신도들의 ‘수’를 미끼로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더라도 고려말 신돈처럼 혐오감만 부추길 따름이다.

2011년 5월 19일 미디어조계사는 "정치권과의 건강한 관계 정립을 강조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청와대로 보냈다. 한명우 조계종 총무원 사서실 사서팀장이 종무원직을 사직하고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팀장은 불교계 신문사 기자출신으로 자승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다가 자승스님의 총무원장 취임과 함께 사서실로 합류했다. 총무원장의 속뜻을 읽는 몇 안되는 인물로 평가받는 한명우 팀장의 청와대 이동은 그동안 불편했던 정부와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수준 이상의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한 팀장의 청와대 행정관 임명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던 인사와 비슷한 사례일 뿐, 종단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전 정권의 청와대에도 불교(조계종)뿐만아니라 천주교와 기독교가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별정직 행정관들이 교육문화수석실에서 근무한 듯하다. 한 종교언론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에서 채용한 전문임기제 가급 종무담당관들 역시 3대종교 ‘고위직’의 ‘추천’과 무관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한국불교태고종이나 선학원 등 불교계의 ‘작은’ 종단이나 재단은 물론 원불교를 비롯한 여타 ‘작은’ 종교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하지만 종교를 넘어 각종 정책입안과정에 종교가 ‘부담’을 넘어 ‘압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국정개입’이나 ‘농단’의 가능성이 더 큰 문제다. 아울러 대통령 및 문체부 장관 최측근에서 접할 수 있는 최고위 정책 관련 정보가 종교계에 유출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으며, 미래를 위해 과거 특히 적폐청산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나 친일청산의 문제에서 보았듯이, 늦을수록 해결은 어려워진다. 대선 후에 각 종교 행정관을 비롯한 별정직 직원들이 청와대에서 짐을 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향후 ‘정교분리’의 헌법 준수는 물론 종교인들이 본연의 ‘성직’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수종단이나 종교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기관에 성직자들의 ‘입김’이 간여될 수 있는 별정직이나 전문직 공무원들이 더 이상 부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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