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편집장이자 시 짓는 수행자 도정 스님의 산문집 《사랑하는 벗에게》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에는 세월이 갈수록 자꾸만 작아지며 소리 없이 아파하는 벗들에게 띄우는 편지 117편이 담겼다.


스님의 편지글에는 절 마당을 쓰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사연, 세상사에 대한 생각, 수행자로서의 고민이 고루 담겨 있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들은 일상에 대한 공유나 감정의 토로를 넘어서 현상 이면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이치를 통찰한다.

수행자답게 미움과 원망, 서운함으로 출렁이는 마음을 성찰한 글도 여러 편이다. “섭섭한 일이 생겼다는 것은 뭔가 용납되지 못한 게 있다는 것이었네. 용납되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또는 그가 나에게 포용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네.(중략) 살면서 포용의 주체가 내가 되고, 내가 주인공일 때 걸림이 없을 것이었네. 사람의 그릇이란 원래 한정이 없었을 터이기 때문이었네. 다만, 스스로를 한정 지어 섭섭함을 만들었을 뿐이었네.”(본문 85쪽)처럼 공감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스님의 편지글 중에는 1쪽도 안 되는 짧은 글이 많다. 쉽고 순한 말들이어서 술술 읽히는데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 구절도 그만큼 많다.

도정 스님은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한 후 《정녕,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 《누워서 피는 꽃》을 펴냈다.

도정 스님 지음, 김화정 그림/담앤북스/값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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