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는 나, 정직하고 맑은 삶보다는 돈과 명예, 권력을 쫓아 살아가는 것이 요즘 세태다. 그런 세태 속에서 우리네 삶은 외줄 타듯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함께 청정한 마음과 정신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생활규범은 없을까?

맑고 향기로운 삶을 추구했던 법정 스님은 《범망경》을 대승불교의 청정한 생활규범으로 평가했다. “‘살아있는 목숨을 해치지 않겠다’는 첫째 계를 비롯한 열 가지 큰 계와 ‘스승과 벗을 공경하라’는 가르침으로 시작되는 마흔여덟 가지 작은 계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로만 치닫고 있는 요즘 세태에 훌륭한 생활 규범이 된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이 책 ‘축서’에서 ‘범망경 보살계’가 왜 중요한지 밝힌 대목이다.

이 책은 조계종 전계대화상을 지낸 대율사 동곡 일타 스님(1929~1999)이 여러 보살계 법회에서 강설한 것을 정리해 1992년 다섯 권으로 나누어 펴낸 《범망경보살계》를 새롭게 출간한 것이다.

1992년 판은 원고지 6,000매 분량의 방대한 저술인데, 스님이 입적한 뒤인 2000년대에 절판됐다. 법문을 책으로 엮어내 일타 스님의 가르침을 대중화하는데 크게 일조한 엮은이 김현준 씨는 일타 스님 특유의 해설이나 핵심 내용을 단절시킬 수 없어 핵심만 가려 뽑아 월간 <법공양>에 연재했다. 2008년 11월호부터 2012년 12월호까지 50회에 걸쳐 연재했는데, 이 책은 그 노력의 결실이다.

일타 스님은 평소 ‘범망경보살계’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이 책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도는 말처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 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반드시 올바른 길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범망경》에서 밝히고 있는 보살계”라는 것이다. “보살계의 여러 덕목들로 꾸며져 있는 대승의 수레를 타고 나아가면, 쉽사리 해탈의 저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었다.

이 책은 ‘《범망경》에 대한 기초 지식’과 대승불교 보살이 지켜야 할 ‘십중대계’, 가벼운 계율인 ‘사십팔경계’로 구성돼 있다.

‘범망경에 대한 기초 지식’에서는 《범망경》의 제목 풀이, 처음 번역한 역경승 구마라집 전기, 《범망경》 해설서 들을 소개했다. 《범망경》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제1장 ‘십중대계’에서는 제1 중계인 ‘살계 - 살생하지 마라’에서 제10중계인 ‘방삼보계 - 삼보를 비방하지 마라’까지 차례로 각 계목을 상세히 설명했다.

제2장 ‘사십팔경계’에서는 불가에서 고기와 오신채를 먹지 못하게 하는 까닭, 함께 병든 이를 간호할 것, 중생을 방생하고 구제해야 하는 까닭, 원을 세우고 맹세하는 법, 복과 지혜를 닦는 법, 중생을 교화하는 법, 설법하는 법 등 불자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가지 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일타 스님은 “보살계가 비록 10가지 무거운 계〔十重戒〕와 48가지 가벼운 계〔四十八輕戒〕로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사십팔경계의 내용이 십중계보다 못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보살도 정신은 사십팔경계에 더 깊이 새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 단어 하나까지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엮은이 김현준 씨는 “보살계 속에는 불자들이 생각하는 법, 말하는 법, 행동하는 법이 낱낱이 담겨 있고, 대승불자들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며, “이 책을 모두 읽으면 어두운 밤에 밝은 등불을 만나고,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것과 같고, 병든 이가 쾌차함을 얻는 것과 같은 환희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현준 엮음 | 효림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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