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힘든 길을 돌아 이제 왔구나. 어디를 가도 나를 잊지 말아라>, <관세음보살님, 세상의 분노를 녹여주세요>, <지켜봐야 할 중생이 얼마나 많았으면 관세음보살의 눈이 천 개나 되었을까>. 모두 32×30cm.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인 양선희 작가가 여섯 번째 개인전을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갤러리 라메르에서 갖는다. 개막 26일 오후 2시.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관음32응신’. 중생들의 수많은 기도에 응답하는 관세음보살의 32가지 모습이다. 작가는 전통에 바탕하되 현대 감각이 번득이는 필치로 그려낸 관음도 42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우리 시대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나는 항상 너를 지키고 있어>에는 엎드려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동자승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관세음보살님, 세상의 분노를 녹여주세요’에는 철조망 앞에서 갈등하는 총 맨 병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양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현대적 요소는 노트북이나 총 맨 병사와 같이 시대상을 반영한 소재만이 아니다. 작가는 배채기법(背彩技法, 화면 뒤쪽에 밝은 색을 칠해 얼굴이나 신체의 바탕을 만든 뒤 앞쪽에 빨간색이나 황토색 안료를 바르고 물기가 마른 층 위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과 천연 석채(石彩), 염료, 금박 등을 사용해 고려불화의 기법을 이으면서도 세밀하고 화려하지 않고 간결·담백하게 관음보살을 표현해 냈다. 깔깔한 바탕에 고운 석채와 조화되는 염료는 양선희 그림의 화격畵格을 한층 드높인다.

양 작가의 작품은 대중의 아픔과 고뇌, 질병, 소원 등을 대하는 관세음보살의 다양한 상징과 자비심이 깊이 표현돼 있다. 작품 속 관음보살과 응신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연민하고 때로는 희열하며, 중생들을 위로하며 함께 슬퍼하고 기뻐해준다.

미술사상가 김영재 박사는 “양 작가는 관음보살 32응신도를 통해 만봉 불화이 전통을 지키며 서대적 요청인 창조적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만봉 불화의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적 요청인 창조적 세계를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양선희의 관음과 응신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숭고"하다며 "우리의 번민을 함께 나누고 무람없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덧붙였다.

양 작가는 “무불(無佛) 시대인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하려고 고민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을 상상했다”며 “보살님의 눈과 손이 천 개나 될 만큼 많은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확신을 갖고 관음32응신을 화폭에 모셨다”고 밝혔다.

양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이어 6월부터는 미국 뉴욕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한편, 양 작가는 동국대학교 이사장 자광 스님과 함께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관음기도》(민족사)를 펴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토리를 따라 읽고〔讀經〕, 경전을 베껴 쓰고〔寫經〕, 관세음보살을 그리고〔寫佛〕, 발원하며 관음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책 곳곳에 ‘관음32응신’전에 출품한 양 작가의 작품 밑그림 20여 점이 수록돼 있다.

양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만봉 스님 문하에서 도제 교육을 받았다. 동국대학교 미술학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용인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불교회화를 전공했다.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이며,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단청을 강의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