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동산양개(洞山良介 807∼869 曹洞宗)

서주동산의 양개오본선사(良介悟本禪師)는 회계(會稽) 유씨(兪氏)의 아들이다. 당 헌종황제 원화(元和)2년에 태어났다. 동산은 어렸을 때 스승을 따라 《반야심경》을 염송하다가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의 말뜻에 큰 의문을 일으켰다. 이에 스승에게 그 뜻을 물었는데 스승은 그가 보통 근기가 아님을 알고 오설산의 영묵선사(靈黙禪師)에게 안내하였다. 그는 영묵 문하에서 승의를 새롭게 하여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후 숭산에 가서 21세에 구족계를 받은 후 행각의 길에 나섰다. 먼저 남전보원(南泉普願)선사를 찾아 뵈웠다. 마침 그때는 마조대사의 제삿날이었기 때문에 남전은 선사의 법요를 치르기 위해 재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전선사는 대중을 둘러보며 “내일은 마조대사의 재이다. 그 자리에 대사가 올 것인가, 아니 올 것인가?”하고 일문을 던졌다. 그러나 대중 어느 누구도 이 물음에 답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신참의 동산스님이 “도반이 기대하신다면 꼭 오실 것입니다.”하였다. 이 답을 듣고 남전선사는 “이 제자는 뒤늦게 왔지만 잘 갈고 다듬을 만하다.”고 하였다. 이 말에 대해 동산은 “화상스님, 양민을 억누르고 천민으로 만드는 일 없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동산은 또 위산선사(潙山禪師)에게 갔다. 동산은 위산선사에게 무정설법(無情說法)에 관한 질문을 하였던 바 위산이 말하기를 부모가 낳아준 입으로는 마침내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라 하고 운암(雲巖)스님을 소개하여 주었다. 동산은 위산을 하직하고 운암선사의 문하에 가서 이전의 인연을 말씀드리고 가르침을 바랐다.
동산: 무정설법은 아무라도 들을 수 있는지요?
운암: 무정설법은 무정이라야 들을 수 있다.
동산: 화상께서는 들었습니까?
운암: 내가 만약 들었다면 너는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할 것이다.
동산: 그렇다면 나는 화상의 설법을 듣지 않겠습니다.
운암: 나는 너에게 설해주었거늘 오히려 듣지 못하니 어찌 하물며 무정설법이겠느냐.
동산: 무정설법은 어느 경전에 설해져 있습니까?
운암: 어찌 못봤는가. 《아미타경》에 이르기를 수조수립(水鳥樹立)이 모두 염불염법(念佛念法)이라 했다.
동산은 여기서 깨친 바 있어 게를 지어 말하기를
也太奇也大奇也 정말 신통하구나 정말 신통해
無情說法不思議 무정의 설법은 불가사의하다네
若將耳廳終難會 귀로 들으면 끝내 알기 어렵고
眼處聞時方得方 눈으로 들어야만 알 수 있으리라.

▲ 삽화=강병호 화백

이렇게 해서 운암선사 밑에서 몇 년간 수행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암선사 곁을 떠나서 행각에 나섰다. 그때 물가를 지나면서 수면에 비치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홀연히 깨달았다. 이때의 심경을 동산은 게로 나타냈다.
切忌從他覓 迢迢與我疎 남에게 찾는 일 절대 조심할지니 자기와는 점점 아득해질 뿐이다.
我今獨自往 處處得逢渠 내 이제 홀로 나가니 가는 곳마다 그 분을 뵈오니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그는 지금 바로 나이나 나는 지금 그가 아니라네
應須恁麽會 方得契如如 모름지기 이렇게 알아야만 여여에 계합하리라.

 말년에 신풍산에 주석하며
 조산 등 수많은 제자 배출
동산은 이로써 운암의 법의를 이었다.
당 대중 말년에 신풍산(新豊山)에서 주석하며 학도를 제접했다. 뒤에 예장의 동산보리원(洞山普利院)에 돌아와 법당을 걸고 모여드는 천하의 운납들을 화익(化益)케 했다. 그 문하에 조산(曹山), 운거(雲居)등 많은 선사를 배출하고 있다. 설봉의존(雪峰義存)도 또한 동산스님의 교화를 받은 한 사람이다.
동산스님은 이전에 오위(五位)의 송게(頌偈)를 지은 바 있다.

정중편(正中偏)
三更初夜月明前 삼경 초야 달은 한참 밝은데
莫怪相逢不相識 서로 만나 알지 못함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隱隱猶懷舊日嫌 그래도 암암리에 지난 날의 미움을 품는구나.

편중정(偏中正)
失曉老婆逢古鏡 눈 어둔 노파 고경을 마주하여
分明覿面更無眞 얼굴을 분명히 비춰보니 따로 진실없도다
爭奈更迷頭認影 다시는 머리를 미혹하여 그림자로 오인하지 말라.

정중래(正中來)
無中有路出塵埃 ‘무’속에 티끌세상 벗어날 길이 있으니
但能不觸當今諱 지금 성주의 휘를 귀촉하지 않기만 하면야
也勝前朝斷舌才 그래도 전조에 혀 끊긴 사람보다는 낫겠지.

겸중지(兼中至)
兩刃交縫不須避 두 칼날이 부딪히면 피하지 말라
好手還如火裏蓮 좋은 솜씨는 마치 불 속의 연꽃같아
宛然自有沖天氣 완연히 스스로 하늘 찌를 듯 뜻있구나.

겸중도(兼中到)
不落有無誰敢和 유무에 떨어지지 않는데 뉘라서 감히 조화를 하랴
人人盡欲出常流 사람마다 보통의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折合還歸炭裏坐 자재하게 되돌아가 재 속에 앉았네.

선학원 총무이사 · 아산 보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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