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30일 제208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제안한 사찰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사찰법 개정안의 개정 취지는 “합리적인 주지 인사를 위해 시행하는 인사평가에 관한 조항을 현재 ‘본말사주지인사규정’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인사평가에 관한 사항을 종법에 반영하여 명확하게 규정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사찰법 제12조에 제12조의 2항을 신설하여 “총무원장과 교구본사주지는 합리적인 주지인사를 위해 종법령에 의거하여 인사평가를 실시하고, 주지 인사평가 사항에 대한 세부사항은 종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같은 사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일부 언론은 “현재 직할교구 공찰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말사주지 인사평가제도가 전 교구본사로 확대되어 포교 활성화를 이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찰법 개정안은 그럴 듯한 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면에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현행 사찰법 제12조는 주지임명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사찰법 시행령 제7조에 주지임명 절차와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은 본말사주지인사규정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본말사주지인사규정 제7조의 2항에는 교구본사주지는 공찰인 말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주지품신을 위해 인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본말사주지인사규정 제7조의 2항에 의하면 현행 종법령에 이미 전국 교구의 공찰 말사는 인사평가를 반드시 실시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직할교구 공찰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말사주지 인사평가제도는 전국교구의 공찰 말사를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실시하라는 현행 종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현행 종법령을 지키지도 않았던 자승 총무원장이 이에 대한 점검이나 성찰도 하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인사평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사찰법 개정안을 제안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이 제안하여 통과시킨 사찰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개정취지에서는 숨기고 있지만, 그동안 공찰 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말사주지 인사평가제도를 사설사암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며, 이는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선학원 사찰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제도를 적용하여 주지 임명에 전횡을 하겠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중앙종회 회의에서도 “사찰발전과 불사를 원만히 마무리했지만 재임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사평가가 이루어져 전횡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된 바가 있다.

자승 총무원장이 제안한 사찰법 개정안에는 인사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세부사항은 종령으로 정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있다. 종령을 발하는 주체는 조계종 종헌 제54조 제3항에 의하면 총무원장의 권한이다. 따라서 인사평가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종령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제정이 되지 않고 특정 단체를 겨냥한 내용으로 제정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말사주지인사평가에 관한 현행 본말사주지인사규정은 원칙대로만 지켜지면 흠잡을 곳이 없는 규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총무원 집행부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직할교구에만 적용을 하고, 인사평가에 있어서도 정치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옥상옥의 규정을 만들어 개정 저의가 의심스러운 악법을 양산하지 말고 현행 종헌종법과 종령을 제대로 지키는 준법정신을 함양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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