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승가 구현을 위하여!!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안함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따뜻하고 배부름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이익과 명예를 구함도 아니다.
오직 생사를 해탈하기 위함이요, 번뇌를 끊기 위함이다.
불조의 혜명을 잇기 위함이요, 삼계를 벗어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


본분사인 수행과 교화에 충실하지 못하고, 달팽이 뿔만도 못한 명리에 탐착하고 있는 오늘날의 수행자들에게 내리는 서산대사의 추상같은 장군죽비이다. 모름지기 수행자가 도에 게을러지면 삶이 향기롭지 못하고, 출가사문이 명리를 탐하게 되면 수행자로서의 생명이 단절되는 것이다. 슬프다! 오늘날 우리 조계의 후학들이 도에 철저하지 못하여 청정승풍과 발심구도의 본분을 망각하고, 이름과 돈에 휘둘리는 명리승이나 단순히 먹고 사는 호구승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견성성불과 요익중생의 종지에 사무치지 못한 우리 납자들은 무기력과 쇠멸의 길로 치닫고 있는 종단의 현실에 대해 먼저 불조전에 지심참회를 올리고, 미진한 수행력으로 인해 파사현정의 당간을 세우지 못한 책임을 통렬히 반성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조계종의 현안으로 드러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

첫째, 총무원이 방치하고 있는 범계승들의 부도덕성에 의해 조계종의 청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 조계종의 일부 권승들이 파당을 만들어 종권을 장악하고, 유력한 사찰의 주지를 차지하는 비승가적 양태를 보이며, 본사와 말사의 주지까지도 자파의 세력으로 채워 승가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 거기에다 용주사 주지를 필두로 심지어 종단 지도부에 속한 자에 이르기까지 청정비구를 가장한 은처승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 않는가.

승가의 타락은 그동안 만천하에 회자되어 온 범계승들의 도박, 절도, 간통, 은처, 파계, 파당 등 세속 사람들도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폐적 행태가 부도덕의 극치를 연출하고 있다. 청정상실의 적폐가 만연하여 한국불교가 총체적 쇠망의 길로 치닫고 있음에도 종단의 수뇌부 그 누구도 책임과 위기를 통감하는 자가 없다. 누가 있어 조계의 주인이 되어 청정승가의 승풍을 다시 일으켜 세워 불교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하는가.

지금까지 종단에서는 자성과 쇄신결사, 100인 대중공사, 화쟁위원회 등의 미명 아래 청정과 화합의 종단을 구현하려 노력한다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종권과 이권에만 탐착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종권연장을 위한 담합과 매수에 골몰하며 종단과 불교의 발전이 강 건너 불인 양 무사안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무치의 권승들에게 무한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에 교단의 양심세력은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심정으로 종단의 적폐를 일소하고, 청정승가와 수행·교화의 모범을 구현함에 총궐기하여 한뜻으로 결집할 때이다.

둘째, 소임자 선출의 비승가적 행태로 인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94년 개혁 이래 선거문화의 폐해가 만연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선거폐해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는 부도덕한 집단이 종권을 사유화하고 비법화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총무원장의 부역자로서의 호계원, 호법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종헌·종법·선거법 그리고 율장에 의거해 철저히 법을 집행하는 감시자가 되어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 졌다면 지금과 같은 파국은 일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승가란 “함께 운영하는 집단”이란 의미이다. 승가는 대중공의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과 원칙으로 한다. 율장에 의거하면, 현전승가에서 백이갈마를 통해 소임자를 선출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종단 최고의 소임자인 총무원장을 선출함에 있어서 전체 종도의 갈마를 통한 직선선출이 가장 율장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기본과 상식과 공의가 통하는 지도자, 율·교·선에 여법한 수행자가 종단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에 전국선원수좌회는 청정승가와 종도화합의 역량을 결집하고자 철저한 검증과 공개토론을 통해 인격과 수행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종사가 후보가 되어야 하며, 공영제에 의한 직선제를 시행하여 종단의 수장이 선출되기를 주장하는 바이다. 종도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라야 산적한 적폐를 일소하고 청정승가를 구현할 수 있다.

셋째, 재정의 불투명화로 승가 구성원들의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삼보의 정재는 대중의 공의에 의해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지금 조계종단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재정의 혜택에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여 승려복지마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로 인해 승가화합이 심대하게 파기되고 있다.

종단에서는 투명한 재정의 균등시행으로 전 종도들에게 수계에서 다비까지 책임지는 전면복지가 실시되어야 한다. 종단의 무관심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종도들에게 패배와 도피의 방관자적 자세를 떨치고 조계종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여야 한다.

넷째,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 대안부재로 인한 출·재가자의 감소가 불교와 종단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우리 민족의 사상과 실천을 담보하는 정신적 토양이 되어 민족종교로서의 위상을 견지하며 제일의 교단을 형성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불교는 1700년 불교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출가자 감소와 재가불자 300만 감소라는 미증유의 법난에 직면하고 있다.

종교에 무관심한 시류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조계종 집행부가 지난 8년 동안 종권을 독점하며 기득권 세력이 되어 철저히 나눠 먹기식 종단운영으로 청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가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탈종교화시대를 맞이하면서 비상한 대책으로 불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 시대의 전도선언으로 포교의 획기적인 대안과 실천을 마련해야 한다.

옛 조사는 “땅에 쓰러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고 외쳤다. 땅에 떨어진 승단의 위상부터 일으켜 세워 백년대계의 새로운 미래역사를 준비해야 한다. 역사는 인물을 내고, 인물은 역사를 빗는다고 하지 않았든가. 인재양성으로 역사를 예비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집단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변화의 단초는 전 종도들의 공의에 의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조계종 총무원의 행정은 수행과 교화의 연장선상에서 종무가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 권력을 위한 정치적 산실이 되어버렸다. 수행자 교단의 종무기관인 총무원은 조계종 최고의 수행총림의 도량으로 자리매김 되어서 여법한 수행, 청정한 교화로 종무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총무원에 봉사하는 출·재가 종무원들은 법다운 승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수행과 교화의 원력으로 종무가 집행되어야 한다. 수행자적 자질과 인격을 갖춘 덕망있는 사람이 총무원의 수장과 구성원이 되었을 때 종단 내외에서 존경과 귀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에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오직 청정승가의 확립과 청정한 지도자의 선출이다. “내 이름을 듣는 이는 삼악도를 면하고, 내 모습을 보는 이는 해탈을 얻어 지이다.”라는 축원을 조계종의 사부대중 모두가 삶 그 자체로 보여주어야 할 비상한 시절이 도래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장로선림위원장 : 적명(봉암사 수좌), 부위원장: 무여(축서사 선원장)

장로선림위원 : 고우(원로위원), 대원(원로위원), 혜국(석종사 선원장), 현기(상무주암 선덕), 성우(용화사 선덕), 지선(백양사 방장), 원각(해인사 방장), 인각(범어사 수좌), 지환(동화사 유나), 정찬(대흥사 유나), (무순)

선림위원 : 영진(백담사 유나), 원타(봉암사 전주지), 일수(백양사 유나), 함현(봉암사 전주지), 원광(봉암사 주지), 원인(수도암 선원장), 영일(통도사 유나), 무공(백양사 선원장), 수원(봉암사 한주), 문석(신흥사 선원장), 선법(전 수좌회 부의장), 동진(서운암 선원장), 대전(기본선원장), 정진(직지사 선원장), 효담(해인사 선원장), 노옹(칠불사 선원장), 황노(보광사 선원장), 성묵(남국선원 선원장), 원유(전 수좌회 부의장), 원근(전 봉암사 도감), 덕원(심적사 선감), 수웅, 견명, 보설, 성모, 성륜, 청암, 공마, 덕문, 정견, 능혜, 성하 외 한주 40명 - 무순

수좌회 공동대표 : 현묵(송광사 유나), 의정(상원사 선원장)
의 장 : 월암(한산사 선원장)
부의장 : 능광(동화사 선원장), 정과(봉암사 입승)
감 사 : 성두(봉암사 입승), 성산(심적사 한주)
분과위원장 : 원상(총무), 강설(복지), 범허(교육), 효각(섭외)
사무처장 : 인선.

외 수좌회 대중 1,200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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