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법응 스님.

지난 3월 7일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수암 스님)는 제10차 회의를 열고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했다. 만 51세 이상 65세 이하, ‘사회 각 분야에서 최소 15년 이상 활동한 자’를 자격조건으로 하는 것이 이 제정안의 핵심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조건은 ‘국민건강보험, 공적연금 또는 개인연금 수혜 예정자’로서 사찰의 대중생활이 가능한 자이다.

필자가 보기에 준비 중인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내용과 질적인 면보다는 외형적인 자격의 틀에 충실하려 한 것 같다는 인상이다. 고령의 은퇴출가자에 대해 출가의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은 출가자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종단이 만 50세 이상의 발심자에 대해 출가의 문호를 개방하려면 내용적인 면과 제도적인 면 모두에 충실을 기해야 한다.

승속을 불문하고 하나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50세 이상의 장년층에서 과연 어떠한 사람들이 출가를 희망하는지, 또 출가의 동기나 이유, 기대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가 없다. ‘사회 각 분야에서 최소 15년 이상 활동한 자’라 했지만, 애매모호하다.

여기서 “각 분야”란, 사회 전반의 직업군을 의미할 것이다. 천차만별의 직업이 있고, 지적 능력이나 인성도 천차만별일 것인데, 그 승인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떠한 직업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동국대학교나 중앙승가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수십 년 가르치며 재가수행을 해온 교수가 출가해도 준비 중인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여 은퇴자 출가에 대한 법을 마련하려면 질적인 내용과 제도적 측면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불자수가 감소하고 불교의 위상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50대 장년들에게 출가수행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 욕구를 채워주고자 한다면, 혹여 그로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역효과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고려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법 제정을 서두르기 전에 기본적인 제약조건들에 대한 연구와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의견을 보태자면, 예비 출가기간을 두어 시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다. 출가를 희망하는 신청서가 접수되면 5년에서 10년 간 불자로서 일정한 교육과 단기출가 등 수행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고 자격 심사에 통과한 자에 한하여 공식 출가를 허락하는 것이다. 은퇴 출가를 결심한 불자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교에 대한 이론과 수행에 대한 적정 수준의 실력을 구족케 하고 일정기간의 단기 출가를 이수토록 한다면 승려로서 기본적인 자격의 구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식 출가 후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프로그램에 의한 교육을 실시한다. 이렇게 출가한 이들에 대해 종단은 종단 소속 승려로서의 책임과 의무, 권리 부분에 있어서 기존의 출가자와 현저한 차별을 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불교다운 것이며 발생 가능한 문제를 최소화 하는 일일 것이다. 은퇴 출가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출가 연령을 45세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불자로서 학계나 종단, 불교단체 등에서 성실히 신행활동을 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거나, 포교사 자격을 취득하여 포교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경험을 가진 은퇴 출가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우할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세부적으로 고민해서 고령자 출가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세속에서의 불교 경험(수행)을 출가 후에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한다면 이를 아예 무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뛰어 넘는 제도의 마련과 의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고령 출가자에 대해 무엇을 차별하고 무엇을 평등하게 또는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젊은 나이에 출가를 해서 온갖 교육과 수행과정을 이수해도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이다. 종단은 은퇴출가자 자격의 요건과 절차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서 정해야 한다. 은사문제와 사찰배정 등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법과 제도는 한번 제정하며 고치기가 쉽지 않다. 종단은 좀 더 넓고 깊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법응 스님 | 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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