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원회(위원장 지현·원명, 이하 대책위)는 ‘현대자동차 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GBC) 신축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이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계종환경위원회의 전문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강남구청에 ‘경관’, ‘일조와 눈부심’ 등 8개항에 이르는 주민의견서를 제출했다.

대책위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발사업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제기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환경영향평가의 문제가 갈등 사안의 중심으로 전환된 것 같은 양상이다. 현대차GBC 건축과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은 사실상 동일선상의 사업이다. 대책위는 영동대로개발에 따른 문제점도 아울러서 강남구청과 서울시, 그리고 중앙정부에도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기해야 한다. 한전과 현대차 간 봉은사 부지 매매문제도 잊어서는 안 된다.

850여 면에 이르는 방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서 마치 강남은 원래부터 어떤 건축적 제약도 받지 않는 초월적 지위를 갖는 곳인 양, 각종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에서는 건축이 불가능하거나 긴 시간을 갖고서 심사숙고하여 결정지어야 할 어떤 초고층 건축물도 없다고 에둘러 주장하는 것 같아 많이 불편했다. 압박감과 오만함마저 느껴졌다. 몇몇 사례를 볼 때 초대형 건축물과 토목공사로 인한 각종 환경피해는 실로 지대하다.

오는 4월 3일에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가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하면서 건축공학적 우수성과 디자인의 아름다움, 경제적 가치 및 시민생활에 기여함을 자랑하고 있다. 건물은 그 층수에 비례해서 위험도가 증가하는 바, 모니터링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롯데월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석촌호수의 지하수위 하강, 롯데월드 주변 싱크홀 문제, 지반침하, 주변경관의 악영향, 빛과 공해 문제, 교통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며, 주변 건물에 미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성남공항에 대한 안전문제도 첨단의 안정장치를 했다하나 단 한 번의 사고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현대차GBC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봉은사를 주 조사항목으로 선정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 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 환경부고시 제2013-171호(2013.12.27 전부개정)’의 제8조를 보면 “환경영향평가서등은 평가 항목․범위 등의 심의 결과, 주민 등과 관계 행정기관 의견 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상 계획 및 사업의 시행으로 환경에 미칠 각 영향의 중요도를 규명하고 중요한 사항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되 경미한 사항은 간략히 기술한다.” 또한 “교육시설, 문화재, 병원 등 환경적인 배려를 특히 필요로 하는 시설이 있을 경우 이들 시설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하여 평가 및 저감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라 규정하고 있다.

잠시 봉은사를 살펴보자. 서기 794년(신라 원성왕 10년)에 창건되어 임진왜란을 해결한 서산과 사명 스님이 배출되고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 등 시인묵객들이 문예부흥을 이끈 곳이며, 현재는 도심의 일상에서 지친 이들이 잠시나마 흙을 밟고 여유를 호흡 할 수 있는 곳이 봉은사다. 봉은사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 및 사회적 위치, 또 그 동안의 민원제기를 상기해 볼 때, 본 환경영향평가서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봉은사를 조사 및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선정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면 본 평가서는 분야별로 세부 항에서 논한 정도로 그쳤다. 봉은사가 갖는 중요도를 무시한 처사라는 생각이다.

환경영향평가서의 평가 항목을 보면(47페이지) (1)대기환경, (2)수환경, (3)토지환경, (4)자연생태환경, (5)생활환경, (6)사회⋅경제환경 등 총 6개 항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역사 문화 환경』항목을 설정해서 봉은사의 역사, 문화, 종교 환경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중요도 있게 접근하고 평가했어야 한다.

둘째, 초고층 빌딩이 주는 사회, 인문학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

초고층 건축물로 인한 인문 및 사회적인 문제를 매우 중요한 평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대개 이런 문제는 건물이 완공되어 눈앞에 보이기전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각성이 더디게 나타난다. 마치 혼자 잘난 듯 도심 한가운데 서있는 초고층 건물이 주는 위압감과 괴리감, 소외 그리고 불필요한 경쟁심리 유발 등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한다. 기실 초고층 빌딩은 랜드마크라는 상징성과 기업의 우월적 심리가 깔려 있음을 무시하기 어렵다. <위키백과>에서 롯데월드타워에 대한의 정보를 살펴보면 123층 가운데 기계실이 19개 층, 피난안전구역이 6개 층으로 도합 24여 개 층이다. 전망대가 117-123층이며 대부분은 호텔과 연회장 그리고 사무실 등이다. 롯데월드타워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거시적이고 심층적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수도 서울 한복판에 초고층 빌딩이 과연 몇 개씩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에서의 의견이다.

현대차GBC도 건물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층은 적어도 25여 층에 이를 것이다. 대개 이러한 초고층 빌딩은 코어월(Corewall)이라 해서 두께 2m상당의 벽과 메가컬럼(Mega Column)이라는 사방 3,5m의 거대기둥을 설치한다. 그래야만 엄청난 수직과 수평하중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60대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설과 공간이 만만치 않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와 물이 소요되고 첨단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소비자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셋째, 영동대로 개발과 병행해서 종합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영동대로 지하개발과 현대차GBC 건축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각종 문제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이해 가능한 답(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 예로 외국인 관광객 5천만(강남구 2018년 1천만 목표) 시대를 앞두고 있는데, 봉은사 권역에 필연적으로 밀려들 차량과 인파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세워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영동대로 연장 630m, 폭70m, 깊이 51m의 대심도 지하 구조물을 건축하려면 2,249,100m³ 상당의 흙을 파내야 하는바 이로 인한 봉은사 일대 지하수 및 지질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치가 않다. 공사 중심지에서 약 1km 이내는 영향권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봉은사와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넷째, 정부와 서울시는 준비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영동대로 개발과 현대차GBC라는 초고층 건물을 연계한 사업은 중앙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다양한 분야의 여러 전문가 그리고 주민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서울시의 초대형 사업은 향후 100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봉은사와 같이 역사성이 있는 중요 사찰을 논의와 평가의 중심에 둠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동안 틈틈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대책위의 의견서 제출에 즈음해서 다시 정리해 보았다. 끝으로 종단과 대책위는 주장의 일관성과 합리성 유지 그리고 거시 및 광폭적인 안목에서 문제제기해야 한다. 봉은사는 조계종만의 봉은사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의 한 중심공간이며 강남을 넘어 한국의 랜드마크의 시초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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