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 특위는 지난 2월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은퇴출가제도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은퇴출가제도는 2016년 11월 8일 중앙종회에서 부결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을 다시 상정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해 11월 8일 상정된 특별법은 만50세이상 70세이하의 은퇴자를 대상으로 ‘수행법사’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사찰에 거주하되, 심사를 거쳐 출가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을 한다. 또 수행사찰에서 포교와 교화활동, 사찰종무행정의 보조역할을 담당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이 안에 의하면 1년마다 실시하는 심사에서 탈락하면 강제환속을 해야 하며, 은퇴출가자는 조계종단의 계단법, 법계법, 승려법, 승려복지법 등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여 사실상 이름만 출가이지 승려로서 인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 안은 논란 끝에 부결됐다.

그런데 이번에 개최된 공청회에서도 실제 지난 해에 부결된 법안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 거론됐다. 단지 출가 연령을 55세이상으로 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10년–15년의 직무경력을 가진 자로 한정을 하며, 의료 · 연금등 최소한의 사회복지 준비를 마친 사람으로 출가자격을 제한했다. 이들에 대해 3년의 행자 생활을 거쳐 사미계를 받고, 5년에서 10년이 지난 후 구족계를 받는 것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은퇴출가제도는 2016년 1월 13일 자승 총무원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사회에서 전문 역량을 갖고 활동해 온 분들과 수행자의 삶을 꿈꾸는 분들이 귀의할 수 있도록 은퇴출가 특수제도를 추진하고, 일정 자격과 전형을 거쳐 출가하고 전문분야에서 소임을 맡아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이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마련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내용을 보면 자승 총무원장이 이야기한 수행자로서의 삶과 전문분야에서 소임을 맡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심지어 철저한 평등주의에 기반한 불교교단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게 대부분이다. 부처님이 제정한 불교교단의 원칙은 어떤 높은 신분을 가졌던 자라도 일단 불교교단에 들어오면 평등하게 취급되었고, 신분이 낮은 자라도 신분이 높은 자보다 먼저 출가하면 선배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은퇴출가자는 기존의 승려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 과연 그들이 출가를 한다고 해도 불교교단의 일원으로 차별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논의되고 있는 법안에 의하면 은퇴출가자들은 수행사찰에서 포교와 교화활동, 사찰종무행정의 보조역할을 담당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은퇴출가자들은 기존의 포교사와 사찰의 종무원들이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므로 은퇴출가를 내세워 포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며, 은퇴출가자라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종무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조계종단이 구상하고 있는 은퇴출가자는 발심 수행자가 아니라 사찰의 업무를 보조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그렇다면 조계종단은 은퇴출가제도를 별도로 마련할 일이 아니다. 진정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심수행할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을 없애야 한다. 나아가 은퇴출가제도에서 거론되는 포교와 교화활동, 사찰종무행정의 보조역할은 은퇴출가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기존의 포교사단의 지위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활성화하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출가자 중심의 교단 운영이 아니라 출재가 평등공동체를 실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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