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 스님 “시대·사회 요구 반영해야”
원철 스님 “양 보다 질적 정책 전환”
출가제도 특위 “관련법 성안 임시회 상정”


▲ 은퇴출가제도 관련법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가 지난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은퇴자출가 제도 도입은 시대와 사회의 요구이다.”(주경 스님. 기획실장) “2005년 출가연령 40세 상한선 폐지 후 전체 출가 과반수 이상이 40대 이후다. 지속적인 승가 유지를 위해 양보다 질적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원철 스님. 포교연구실장)

은퇴자출가 제도가 고령화 시대, 출가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까. 조계종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은퇴출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3월 중앙종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특위는 지난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은퇴출가 제도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 스님은 은퇴자출가 제도 도입은 시대적 요구이며, 은퇴출가자에 대한 자격요건과 지위 등을 규정한 특별법 마련을 주장했다. 반면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은 은퇴자출가 제도가 고령화시대 사회적 기여를 위한 대안인지, 예외적인 사회인사 1~2명의 출가 손실을 막기 위한 제도인지 의문을 던지며 출자제도는 양보다 질적 정책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자출가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정기종회에 상정돼 2독해까지 마쳤지만, 표결과정에서 부결됐다. 주경 스님은 당시 부결 이유를 “신분상 출가자라기보다 특수포교사에 해당하는 내용이었고, 신분과 지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종회의원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주지 소임 역할 제한, 수행자 봉사자 역할로 지위 제한"

주경 스님은 은퇴출가자의 지위를 주지나 소임 역할을 제한하고 수행자와 포교사, 봉사자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출가자의 나이와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종단내 책임과 역할, 말사주지 및 공적 소임에서 승려의 위의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인간상 정립이 가능한가에 기준을 두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승려 지위와 위의를 가지고 수행, 봉사, 포교의 역할을 수용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 일이 은퇴자출가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출가자를 차별 대우해 불교의 근본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오히려 출가자 연령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55세 이상, 사회직무 10~15년, 복지준비 마친 자"

주경 스님은 OECD국가의 은퇴연령이 최저 59.4세 최고 72.9세임을 감안해 은퇴출가자의 연령을 ‘55세 이상자’로 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10~15년 이상 직무경력을 가진 자로 한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의료, 연금 등 최소한의 사회복지 준비를 마친 사람으로 정하자고 덧붙였다.

이어 은퇴출가자의 입교와 수계 등 과정을 3년간의 행자생활 이후 사미(니)계를 받고 5~10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 구족계를 받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주경 스님은 “단순히 늦은 출가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편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인생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결정으로 입산을 결심했다면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라고 했다.

또 구족계를 받고 난 후에는 법계취득을 제한하자고 했다. 종단 선원 등에서 자유롭게 수행하지만 포교, 봉사 등 활동은 교구 내에서만 하거나 교구장 승인을 거쳐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경 스님은 은퇴자출가 제도가 유사승려 배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실제로 이미 넘쳐나는 유사 종단과 승려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인정하고, 한 명이라도 귀한 출가의 뜻을 품은 사람에게 수행자의 삶의 길을 열어준다는 마음이 우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스님은 “출가수행자의 무한한 가능성과 삶의 기쁨을 생각한다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기능적인 것에 막혀 본원적인 것을 놓치기보다 시대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은퇴자 출가에 대한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은퇴출가자 고령화 시대 대안? 출가자 감소 고육지책"

하지만 원철 스님은 주경 스님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은퇴출가제도 법령화 이전에 검토해야 할 제문제’를 제기했다. 제도의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내부적인 역량과 준비를 갖췄는지를 우려하면서 “지속적으로 승가를 유지하기 위해 이제는 양보다 질적인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원철 스님은 은퇴출가제도가 미래의 대안인지 아니면 고육지책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스님은 은퇴자출가 제도가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기여를 위한 고민의 결과적 대안인지 △예외적인 사회 유명인사 1~2명의 출가 손실을 막기 위한 제도인지 △출가자 감소에 또 다른 고육지책인지 △긍정적 요소 최대화 및 부정적 요소 최소화를 위한 내부적 역량과 준비를 갖추었는지 등을 지적했다. 

스님은 “지난 2005년(출가자 감소 해소를 위해 출가연령 40세 상한선을 폐지했을 때) 전체 출가 인원의 과반수 이상을 40~50대가 차지하는 현상이 지속화 되고 있다”면서 “예측 가능한 문제점 이외에도 많은 우려가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좀 더 주도면밀하게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50, 60대 종사(법납 30년)·종덕(법납 25년)급 승려가 전체 승려의 6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20년 후 종사·종덕급, 2010년대 전후 40대에 출가한 승려, 현재 60대 은퇴출가자가 동시에 퇴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적 유지 정책 임계점 도달, 양보다 질적 정책 전환해야"

원철 스님은 “양적 유지 정책의 한계 임계점에 도달하면 승단의 공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승가를 유지하기 위해 출가연령 20~30대 동시 법제화를 통해 양보다 질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바른 길로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특위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은퇴자출가제도 법제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빠르면 3월 임시회 본회의에 관련 법안을 상정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위 위원장 수암 스님은 “출가제도개선 특위는 백세시대에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담아 출가수행자들이 사찰에 머물며 부처님을 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넓혀나갈까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은퇴출가와 귀종승, 승려법 개정에 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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