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11일은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이자 동안거 해제일이다. 선방의 수행자들이 지난 3개월동안 수행을 마치고 세속으로 나오는 날이다. 아직 해제일이 몇일 남았는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선원 수좌’라는 스님들이 선학원 앞에서 시위를 했다고 한다. 안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수행을 하지 않고 세속을 다니는 이들을 수좌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3개월 동안 두문불출하고 용맹정진을 한 스님들이 확철대오의 깨달음을 얻어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사자후의 법문과 보살행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바램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삼세의 업장을 녹인다고 했으니 수좌스님들이 세속에 나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중생들의 업장을 녹여주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한 조계종단 최고지도자에게도 출가수행이 무엇인지 매서운 죽비의 가르침으로 가르쳐 주시길 바란다.

조주스님은 “출가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고, 없어져버릴 부정한 것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단의 일부 권승들은 명성에 집착을 하고 없어져버릴 부정한 것을 구하는 일에 몰두해왔다. 정치권력에 기대고,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한 재임불가, 직선제등 약속도 지키지 않고, 권력의 힘으로 부당하게 동국대 총장 선출에 개입을 하고,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탄압하고, 급기야는 탄압받는 언론과 업무제휴를 했다고 본지를 추가제재 하겠다고 나서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자승 총무원장 체제 8년은 300만에 이르는 불교인구 감소가 보여주듯이 부처님 가르침을 훼손하고, 종단행정을 농단해 온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의 총체적 위기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출가수행자나 재가수행자들은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 오히려 일부 수행자들은 막강한 위세를 보이고 있는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 빌붙어 호가호위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이런 위기는 임제 스님 시대에도 있었다. 임제 스님은 “함께 수행하는 모든 벗들이여! 탐욕에 의지하지 말고 나와보라! 나는 그대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지나도 아무도 없구나. 눈이 밝지 못한 이들이 신도들의 신심이 담긴 보시를 탕진하면서 나는 ‘출가한 사람’이라고 어린아이처럼 우쭐대며 견해에 집착한다! 어리석은 이여! 너는 무엇이 모자란다는 말인가?”라고 욕망에 물든 수행자들을 일갈했다.
이번 동안거를 통해 선방 수좌들이 확철대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망념을 버리는 법을 알았다면, 세속적인 영화를 추구하여 기뻐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세상사에 근심할 일이 아니라, ‘구세대비’를 위해 장애가 되는 것을 엎고 뒤집을 개혁의 만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는 삼귀의는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승단에 귀의합니다.”이다. 그런데 화엄경 정행품의 삼귀의는 “내가 스스로 부처님에게 귀의하노니 마땅히 원컨대 중생과 더불어[當願衆生] 진리를 몸소 체험하여 위 없는 깨달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마땅히 원컨대 중생과 더불어”, 이 말씀으로 화엄경은 불교 최고의 수승한 경전이다. 동안거 수행을 하고, 몇 십년을 장좌불와하고, 무문관에서 수행을 하고, 자기 팔을 잘라서 진리의 가르침을 구한들, "마땅히 원컨대 중생과 더불어"하지 않으면, 수행자가 올바로 가야 할 길은 아니다. 총무원장 선거가 있는 올해 수좌들의 만행은 개혁을 화두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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