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역 왕실발원 불화’테마전이 열리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장 모습.

조선 말기 왕실 후원으로 조성된 서울지역 불화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불교중앙박물관(관장 현조)은 ‘서울지역 왕실발원 불화’를 주제로 오는 3월 31일까지 ‘2017년 테마전’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조선 왕실 원찰이었던 수국사와 흥국사의 불화, 불상 등 성보문화재 21건 63점이 선보인다. 조선 말기 왕실 발원 불화의 특징은 광배 안쪽 면을 금박으로 가득 채워 상호를 장엄하는 등 금(金)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이다. 두 사찰의 불화는 이런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세조 5년(459) ‘정인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수국사는 18세기에 폐사됐다가 광무 4년(1900) 월초 스님이 중창했다. 중창 이태 전 월초 스님 기도로 세자였던 순종의 병이 낫자 고종이 보시한 재물이 바탕이 됐다.

아미타불도, 극락구품도, 십육나한도, 현왕도, 신중도 등 수국사의 불화는 광무 11년(1907) 경 여러 전각 중창이 이루어진 후 일괄 조성된 것으로 조선 왕실 발원 불화의 화려한 양식을 잘 보여준다. 수국사 불화는 상당수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회가 첫 일괄 공개다.

수국사 불화는 대시주자인 강재희와 그의 아버지 강문환이 황명으로 황제와 황태자, 태자비, 귀비 엄씨, 의친왕, 영친왕의 안녕을 기원하며 불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화면을 구등분해 그린 극락구품도와 석가모니 삼존과 십육나한을 사각형으로 분할된 구획 속에 한 분씩 그린 십육나한도가 독특하다.

수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이 불상에서 나온 복장유물도 함께 전시되고 있는데, 이중 《밀교대장》 권9는 그동안 고려 문신 이제현이 지은 《밀교대장》 서문과 《세종실록》에만 기록이 남아있을 뿐 실물이 전해지지 않던 《밀교대장》의 실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보다. 또 《금강반야바라밀경》은 세조가 요절한 의경세자의 명복을 빌며 큰 글자 자본을 직접 써서 주성한 정축자(丁丑字)로 찍은 경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수국사 극락구품도. <사진=불교중앙박물관>

▲ 수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복장에서 발견된 《밀교대장》 권9.

▲ 흥천사 감돌도 부분. 일제 강점기 시대상을 표현했다.

조선 태조의 비 신덕왕후 강 씨의 능침사찰이었던 흥천사의 불화는 주로 왕실과 상궁들이 왕실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해 조성한 것들이다. 이 불화들에선 특히 19세기 경상도 지역 화풍이 엿보이는데, 서울·경기지역 화승과 경상도 지역 화승들 간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고종 4년(1867) 조성된 ‘아미타불도’는 사불산화파의 화승 의운 자우(義雲 慈雨)와 보조 화원 응완(應完)이 조성한 것이고, ‘지장시왕도’는 색채와 표현기법으로 미루어 의운 자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 ‘현황도’는 사불산화파의 대표적 화승인 신겸(信謙)의 작품과 비슷해 그의 영향을 받은 화원이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응 문성(普應 文性)과 남산 병문(南山 秉文)이 조성한 ‘감로도’는 근대기 불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불화 하단에 34개 장면을 사진처럼 구획하고 당시 풍경과 생활상을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특이하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현조 스님은 “조선시대는 유교이념을 중시했지만 불교는 꾸준히 신앙됐고 왕실은 주요 불사의 중심이었다”며, “이번 전시회는 수국사와 흥천사 성보를 통해 조선 민중을 위로하고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 불교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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