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에 등장하는 명차(名茶)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주로 그 생산지의 지명이나 혹은, 그 속한 지역의 산수가 빼어난 명승지에서 기인하여 명명한 차들이 많다. 그 중에는 단명(單名)으로 된 것도 있고, 복명(復名)으로 된 것도 있는데, 단명은 단순하게 생산지 지명으로 명명한 것이고, 복명은 지명이나 명승지를 표시함은 물론 차의 특징까지도 복합적으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당나라 때 이조(李肇, 825년 전후)가 편찬한《국사보(國史補)》1)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나라 사신 상노공(常魯公)이 티베트〔吐藩〕왕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천막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티베트의 짠푸(贊普, 대왕)가 “이것은 무엇이요?”라고 물었다. 노공이 “이것은 번뇌를 씻고 갈증을 해소하는 소위 차(茶)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짠푸가 자신의 신하에게 명을 내려 여러 가지 차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차를 일일이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것은 수주(壽州) 것이고, 이것은 서주(舒州) 것이며, 이것은 고저(顧渚) 것, 이것은 창명(昌明) 것, 이것은 옹호(灉湖) 것이요.” 라고 했다. 여기서 수주, 서주, 고저, 창명, 옹호라 한 것은 단순히 지명만 거론한 것이기 때문에 단명(單名)에 속한다.
《논차여문화(論茶與文化)》2)에 보면 “명차를 명명할 때는 산지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의 독특한 외형과 아울러 그 차가 함유하고 있는 색향미(色香味)의 특징까지도 표시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화곡첨(天華穀尖)’3) 같은 경우는 ‘천(天)’은 높은 산을 의미하며, ‘화(華)’는 품질의 정수를 나타내며, ‘곡(穀)’은 차의 채엽 시기인 곡우(穀雨)를 의미하고, ‘첨(尖)’은 차의 외형을 의미하고 있다. 즉, 고산(高山)에서 곡우를 전후로 채엽한 우수한 차싹〔尖〕으로 만든 우수한 품질의 차란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렇게 명명한 차(茶)의 이름이 바로 ‘복명(復名)’에 해당한다.
생산된 차(茶)가 그야말로 명차(名茶)로 완성되어 출시되기 위해서는 일단 그 명칭이 해당 상품의 특징을 잘 나타내야하며, 아울러 해당 상품의 선전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릇 모든 학문과 학설에는 늘 중론(衆論)이 따르며, 또 이론(異論)이 분분하지만, 중국의 명차의 명명 방식은 대체로 다음의 몇 가지 방법으로 귀납해 볼 수 있다.4)
(1) 찻잎의 품질과 특징으로써 찻잎의 이름을 명명한다. 즉, 명차(名茶)의 색, 향, 미, 그리고 찻잎의 외형 및 품질로써 명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몽정황아(蒙頂黃芽)’ 같은 경우는 완성된 마른 찻잎의 색깔로써 명명한 경우이고, ‘천산진향(天山眞香)’의 경우에는 향기로써 그 이름을 명명하였으며, ‘몽산감로(蒙山甘露)’같은 경우는 그 맛으로써 명명한 경우이며, ‘육안과편(六安瓜片)’과 ‘벽라춘(碧螺春)’ 같은 경우는 찻잎의 외형으로써 명명한 경우이다.
(2) 차나무의 품종으로써 명명한 것. 예를 들면, 불수(佛手), 봉황단총(鳳凰單叢), 철관음(鐵觀音), 황금계(黃金桂), 복정백호(福鼎白毫) 등이 바로 차나무 품종으로써 명명한 것이다.
(3) 명산(名山), 명호(名湖) 명수(名水)로 명명한 것이 있다. 즉, 이름난 산이나, 이름난 호수, 또는 이름난 강의 주변에서 차가 생산됨으로써 명명한 것이다. 예를 들면, 황산모봉(黃山毛峰), 노산운무(廬山雲霧), 서호용정(西湖龍井),동정춘(洞庭春), 한수은북(漢水銀梭) 등이 그러하다.
(4) 차생산지가 속하는 지역의 문화로써 명명한 경우는 서초괴(瑞草魁), 보타불차(普陀佛茶) 등이 그러하다.
(5) 길상적인 동물로써 명명한 경우에는 태평후괴(太平猴魁), 수창은후(遂昌銀猴) 등이 있다.
(6) 역사적인 이야기의 유래에서 명명한 경우는 문군녹차(文君綠茶)가 대표적이다.
(7) 계절과 절기, 또는 기상(氣象)으로써 명명한 경우로써, 곡우춘(穀雨春, 谷雨春), 사계춘(四季春), 명전(明前) 등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곡우(穀雨) 전에 따서 만든 차를 우전(雨前)이라 한 예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에서 중국에서 명차(名茶)를 어떻게 명명하는가에 대해 대략 일곱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명차의 생산지와 역사, 가공기술, 완성품의 특징 등을 광범위하게 이해하는 것 외에도 또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의점이 더 있다.
첫째, 상표법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지된 상표의 명칭과 내용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즉, 특허법 위반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발음과 식별이 용이하며 기억하기 쉬운 상서로운 글자나 단어를 선택하도록 힘써야 한다.
셋째, 차 이름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즉, 차 이름을 듣기만 해도 그 차의 외형이나 향기 등이 곧 바로 연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라춘(碧螺春)이나 백호은침(白毫銀針)처럼 말이다.
넷째, 고상한 사람이든, 속인이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히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심오한 의미도 담고 있어야 한다.
중국의 명차 이름은 그저 단순하게 지은 것이 아니라,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나름대로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만들어진 것이다.
주) -----
1) 당(唐) 이조(李肇),《당국사보(唐國史補)》권하, 66쪽. 박영환,《중국의 차문화》, 문현출판사(2013년 9월), 370~371쪽. 참조.
2) 진연(陳椽) 편저, 농업출판사(農業出版社),1993년.
3) 천화곡첨(天華穀尖)은 중국 대륙에서 상용되는 간체자로 ‘天华谷尖’으로 표기한다.
4) 왕진항(王鎭恒),왕ㄹ광지(王廣智) 주편,《중국명차지(中國名茶志)》, 2000년.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p-chon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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